몇 달에 걸쳐 [사십이장경]을 읽었다. 책의 두께로 본다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읽으니 그렇게 오래 걸렸다. 게다가 강의중에 법사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바람에 더욱 오래 걸렸고, 결국 강의는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그래서 남은 부분은 혼자 읽었다.

[사십이장경]은 중국에 처음 번역된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아함경]을 비롯한 여러 불교 경전 중에서 수행에 필요한 항목을 발췌하여 엮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흔 두 가지 이야기 중에 섬찟해서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22장의 이야기이다.

부처님께서 말씀 하셨다. "사람이 재물과 여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마치 칼날에 묻은 꿀과 같다. 그것은 한번 맛보기에도 부족한 것이나 어린 아이가 핥으면 즉시 혀를 베이는 화가 있는 것과 같다."  

칼날에 묻은 꿀이라...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인생의 어떤 일이 재물과 이성을 떠나 존재하겠는가? 경계하지 않으면 그대로 빠져들고야 마는 것이다.

경계하고, 계를 지키고...그러나 내가 먹고 싶어 혀를 들이대어도 그 아래에 칼이 있지 않은 때란 언제란 말인가? 칼로부터의 자유? 꿀로부터의 자유?

공자는 70에 "종심소욕불유구-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것이 자유라 생각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진리와 일치되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진리 안에서 자유롭기만 한 때.

아래는 계환 스님의 [경전산책]의 한 구절

==================

애욕으로부터 근심을 낳고/ 근심으로 해서 두려움이 생긴다 / 애욕이 없으면 곧 근심도 없고/ 근심이 없으면 두려움도 사라진다(31장)

마치 큰 불이 모든 것을 태워 버리듯이 끊임없는 정진만이 애욕을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33장에서는 정진도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는 안 되며 거문고를 탈 때와 같이 중도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십이장경]은 불교의 윤리관을 주제로 한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한 경전이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마 전 시어머님이 책 한 권을 보여주시며 "이 책을 세 번 읽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친정 어머니도 같은 책을 내게 보여주시며 읽고 싶으면 가지라고 하셨다. 그 책은 [천지팔양경]이었다. [천지팔양경]은 [부모은중경]처럼 위경의 하나이다. 괜스레 위경은 부처님 말씀이 아니고 중국 사람들이 자기 식으로 만든 것 같아 꺼려졌는데, 두 어머니들이 한꺼번에 말씀하시니 읽어보기로 하였다.

내일부터 아침예불을 집에서 드려볼까 여러모로 궁리중이었는데, 이 책은 집을 수리하거나 터를 닦을 때 읽어도 좋다고 하니, 새로 예불 드릴 단(책꽂이 한 줄) 앞에서 읽으면 되겠다 싶어 읽었다. 세 번을 읽어야 한다고?! 

두 번째 읽다가 잠이 들었다. 소리내어-그것도 목탁도 두드리며- 읽다가 잠이 들다니...정신을 차려 다시 읽었다. 세 번을 읽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읽고나니 개운한 맛도 있다.

이 경전은 위경이고, 내용이 집수리나 결혼, 장례 등 실제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우리 어머니들이 좋아하시나 보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결은 금강경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위경이라 무시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읽을 때도 그렇고, 읽고 나서도 잠이 자꾸 온다. 아, 너무 큰 소리로 읽어 기력을 소진했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저녁을 먹고 샤워를 했다. 창문을 열어 놓으니 시원한 바람.

거울을 보니 웃음이 난다.

아, 행복하다.

그렇구나. 행복하구나.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행복한가? 왜 무슨 일 때문에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행복하다. 문득 어떤 일과도 상관없이 내 존재가 행복하다. 행복하면 맘껏 행복하렴. 하하하.

 행복하구나, 선희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발~* 2004-05-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달아 행복합니다~ ^^

혜덕화 2004-05-1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
오늘 아침 운전을 하면서 앞차가 너무 느려 "뭐야, 거북이야?" 혼자 중얼거리면 쌩 추월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아침부터 내가 왜 이러지? 그리 늦은 것도 아닌데 말야, 하면서.
출근하니 님의 행복이 전염되네요. 혜덕화는 통도사에서 받은 불명입니다.

낯선바람 2004-05-3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주의 리뷰 보고 서재구경 왔습니다. 불교 공부를 하시는구나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윗글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행복하구나, 선희야' ㅋㅋ 저도 이름이 선희거든요. 저한테 하는 소리인냥 순간 깜짝 놀랐다가 하하하 웃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이라크 포로들 문제를 텔레비전에서 연신 보도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저렇게 했었지. 미국만이 아니라 모든 전쟁에는 잔인함이 따른다. 이렇게 세상에 드러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미국은 언제나 전쟁을 해야 한다.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로비를 하고, 그 돈으로 정치를 하고, 경제를 살리고...잘 사는 데, 더 잘 살려고 하는 미국은 계속 전쟁을 할 것이다. 테러와 무슨 상관인가? 전쟁이 미리 계획되어 있었다는 말은 금세 믿어진다.

언제나 전쟁을 해야 하는 미국은 언제나 대상을 물색한다. 순서를 정해놓고 시기와 구실을 대략 맞춰갈 것이다. 지금도 그 준비작업이 한창이지 않는가? 한반도다. 조금 북쪽이라고 하지만 한반도는 내가 사는 곳이다. 그러면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다. 이곳에서 전쟁이 난다?

북한이 아니라면 괜찮냐고? 아니다. 모든 전쟁은 잔악함을 드러낸다. 전쟁의 구실들은 너무 초라한데, 전쟁의 실상은 너무 엄청나다. 모든 생명과 자연을 대상으로 폭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법화경에 나오는 비유처럼 온 세계가 불타는 집 같다.

언젠가 친구와 앉아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유기체에 사는 세포들이라고. 세포 둘이서 차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고.

나는 손가락에 사는 세포이니 간이 다 부서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구는 한 몸이다.

전쟁을 획책한 당신들은 사과만 하지 말고, 물러나 주기를 바란다. 전쟁을 계속 하는 한, 당신들이 사과하는 그 문제는 영영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전쟁이 계속된다고 하니...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이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이 모두 아프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고, 그러다가 모두 일그러져 갈까 두렵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연엉가 2004-05-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혜덕화 2004-05-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서 이라크 포로를 괴롭히는 미군 병사들의 이야기가 보도될때 다들 그러죠.
저건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저게 미국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아메리카 원주민을 쫓아내고 피로 세운 나라가 미국이니까요.
또한 어쩌면 님의 말처럼 우리 모두 지구 혹은 우주를 이루는 세포라고 한다면
지금 미국의모습은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의 야수성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단지 미국은 그걸 형상화 했을 뿐이고, 우린 약자의 입장에서 동조하면서 살아가니까요.
파병 반대를 아무리 외쳐도, 무엇을 위한 이익인지 이익의 논리에 그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행복한여행자 2004-05-10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이 싫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미국에 똬리를 틀고 있는데, 기실 그 사실자체만으로도 요즘은 그네들이 싫어집니다. 친구들은 이런 내맘을 당근 모르겠지만,,,요... 주관적인 감정이지만,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하면서 웃고 있는 그 미친X, 들을 보면 내 자신이 발가벗겨 있는 만큼 수치스럽습니다. 그들은 미쳐도 한참을 미쳐있습니다. 인간이 다 인간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자니,,, 참으로 힘든거 같네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이누아 2004-05-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님의 서재에 있는 "누가 ‘린디 잉글랜드’ 가슴에 ‘주홍글씨A’를 달아줬나"를 읽고 나서 쓴 글인데 남들처럼 "관련글"이라고 붙이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몰라서 못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혜덕화님/ 저도 가만히 있는 것이 동조하는 것처럼 될까봐 늘 두렵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모두가 책임이 있으니까요.
행복한 여행자님/ 저는 기도의 힘을 아주 강하게 믿는 사람입니다. 가톨릭에는 평생 기도만 하겠다는 서원을 하는 성직자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면서 기도한 적도 있답니다. 어...미국이 싫다고 미국에 있는 사람들(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까지 싫어지면 안 되는데...


 

어제, 오늘 좌선을 하지 않았더니 망상이 내 머리에 가득.

망상이 많은 날은 말이 많다. 오늘 말 참 많다. 다시 결심!!! 사흘마다 한  번씩 결심해서 작심삼일을 계속 연장시켜야지. 움직이면 화두를 자꾸 놓치고, 잊고 하니 화두가 익을 때까지는 좌선에는 집착해야 한다, 선희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