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 안 도현 -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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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3-2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는 시네요. 그림도요. 저 이거 퍼갈께요.

잉크냄새 2004-03-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를, 무엇을 바라볼지 몰라 세월만 소복히 쌓였답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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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가 없듯이 쉽게 읽히는 시 또한 없다고 본다. 시인이 품고있는 그 함축적, 상징적 의미를 독자의 입장에서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수도 있다. 내가 시인이 되고, 시인이 내가 되어야만 100퍼센트의 교감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이러했다. 우리가 완전히 시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도록 밀어넣었다. 각종 화법부터 은유적 의미까지 분석한 자료에 의한 해설식 시에만 익숙해져왔다. 어떤 식으로든 100퍼센트의 일치성을 찾아내야만 했던 고된 작업이 우리가 시에게서 멀어져 가도록 만들고 있었다.

김용택은 이야기한다. '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 라고, 이 말이 그가 시를 읽는 우리에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메세지이다.

녹아내리는 눈이 안타까워 스스로를 얼리는 겨울 강가의 살얼음을 사랑하고,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누워 불러보는 엄마라는 외침에 눈시울 붉히고,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올 나의 고운 님을 그리고, 속으로 혼자 조용히 울고 있을 갈대의 속울음을 알아주는 그런 시이고 시인들인 것이다.

한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인쇄화된 활자를 읽고 있는 것이라고...시간이 지나면 허탈함으로만 남는 그런 빈 공간이라고... 이 책은 그러한 빈 공간에 한점을 깊숙히 찍어 공간에서 여백으로의 탈바꿈을 이루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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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7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에는 한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 스탕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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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3-1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저 간단한 것이 어찌 그리 힘들까요???

잉크냄새 2004-03-1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란 원래 우리들 가까이 쉽게 다가와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설령 인식한다 할지라도 실천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는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4-03-2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말 그러네요. ^^ 정말....
 

시간은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왜냐하면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시간을 들인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삶의 일부를 주는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다.

- 릭 워렌 <목적이 이끄는 삶>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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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지금 제가 님에게도 선물을 드리고 있는 건가요? ^^

잉크냄새 2004-03-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도 시간내어 선물 드리러 한번 들릴께요.

미네르바 2004-05-0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우리의 시간을 들인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삶의 일부를 주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퍼갈게요.
 
숭어 도둑 - 이청준의 흙으로 빚은 동화
이청준 지음, 우승우 그림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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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의 어릴적 자화상과도 같은 4편의 동화를 소개하는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이다. 개막이 고기잡이배의 추억을 그린 숭어도둑, 어릴적 참외,수박,닭서리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야기 서리꾼, 누나를 시집보내는 동생의 애틋한 심정을 그린 봄꽃마중, 옛날 한편의 일기에서 그 시절의 추억을 아련히 떠올리는 일기장 속의 그날. 작가의 말을 빌려서 동화이지 실은 4편의 단편소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작가의 말대로 TV나 텔레비젼이 없던 시대의 놀이 문화, 그런 놀이 문화를 통해 이어져 온 그들의 정서, 어머니 세대를 추억하고 할머니 세대를 그리워할 독특한 공감대가 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갯펄에 일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언덕, 서리꾼을 잡기 위해 헛기침하는 원두막의 노인네, 동네 처녀를 데려가는 신랑을 괴롭히는 동네 총각들, 풀베기로 하나에도 녹아있는 농촌의 풍류. 이제는 옛 영화나 그림속에서나 펼쳐지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표현이 살아있다.

그 시대적 배경만으로 말하자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의 추억이지 나의 어떤 시대적 공감대가 형성될만한 것은 아니다. 물론 서리 이야기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공유하지 못한 글에 대한 공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경험하지 못한, 알지 못하는 지나간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그것은 우리의 유전자속에 단순히 XY 염색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라는 우성 유전자가 시대를 거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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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3-1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년기를 담은 소설 중에서 김주영의 거울 속으로의 여행과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가...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04-03-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베스트 리뷰어 복순이 언니님의 추천이라면 꼭 읽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