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면
기쁨은 또 슬픔을 감추고 있습니다.
내 가슴이 사무치는 건 결코
당신이 떠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든 만남이 마침내 다다르고 마는 이별보다 나는
이별 뒤에 찾아올 망각을 아파하는 것입니다.

아, 내가 까맣게 잊어버리고야 말 당신은 이제
허공의 전설처럼 사라지고 없습니다.
당신이 떠난뒤의 나를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은 아무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떨어지는 저 나뭇잎 한 장의 의미도
우리가아는 것은 없습니다.

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면
희망은 또 상처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별보다 아픈 건 망각이라
스스로를 베면서도 나는 또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김 재진의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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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1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진정 두려운 것은 이별뒤에 찾아올 망각...
잊어야 한다는 마음보다 더 아픈 것은 잊혀져야 한다는 허전함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