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듬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좀 그렇다."는 뜻입니다. 말로 다할 수 없어 그냥 쓰다듬을 뿐입니다. 말을 해도 고작 입속말로 웅얼웅얼하는 것입니다. 밥상 둘레에 앉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가난한 아버지의 손길 같은 것. 강보에 아이를 받은 어머니의 반갑고 촉촉한 눈길 같은 것. 동생의 손을 꼬옥 잡고 데려가는 예닐곱 살 누이의 마음 같은 것.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조그맣고 작은 넓이로 둘러싸는 것. 차마 잘라 말할 수 없는 것. 그런 일을 쓰다듬는 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느림보 마음> p103
어떤 사람은 이별을 하고서도 이별을 의심합니다. 이별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은 이별을 하고서도 이별을 했다는 사실을 거듭 더 확인하려 합니다. 영영 이별이었기를 바랍니다.
<느림보 마음>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