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 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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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 한강. 그저 그곳에 있었기에 한강과 한강 다리의 특별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폭 1km가 넘는 거대한 강이 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과 비교하면 한강의 규모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강 위에는 2025년 1월 개통한 고덕토평대교까지 합쳐 총 33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윤세윤 공학박사의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에서는 한강과 서울에 중요한 역사적, 공학적 의미가 특별한 다리 8개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한강 다리의 공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고, 한강 다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한강이 서울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 살펴봅니다.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양화대교부터 올림픽대교까지 8개의 다리를 한강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다리마다 역사와 기술적 특징을 살펴보는데, 단순한 교량 이야기가 아닌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과도 같습니다.


한강이 어떻게 서울로 흘러들어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지 물줄기를 살펴보는 시간도 흥미롭습니다. 서울만의 한강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를 아우르며 광활한 지역을 관통하는 무려 514km에 달하는 물줄기인 겁니다.


서울 서부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양화대교. 저는 자이언티의 노래로만 알고 있던 양화대교입니다. 이 교량은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한강 다리라고 합니다. 한국의 토목공학 발전의 상징적인 교량인 겁니다.


원효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에서도 특히 미적 면에서 주목받는 다리입니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숨었던 곳이죠. 단순함 속에 숨겨진 수려함을 가진 원효대교는 콘크리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합니다.





한강철교는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교량입니다. 한강에 건설된 최초의 근대식 다리로, 1900년 7월에 완공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 다리는 한반도에 철도를 놓기 위한 일본과 미국의 경쟁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다 6·25전쟁 당시 폭파되었다가 복구되는 등 사회 격변기마다 변화를 함께한 상징적인 다리입니다. 에펠탑과 유사한 트러스 구조로 교체 복구 후 1969년에 개통되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도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포대교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반포대교와 그 하층부인 잠수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2층 교량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층부인 잠수교는 군사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반포대교의 달빛무지개분수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문화행사가 되었습니다.


각 다리별로 주변 답사 포인트도 소개하고 있어 실제 한강을 찾아가는 여행 가이드로도 손색없습니다. 양화진과 절두산의 순교자박물관, 사육신역사공원, 반포한강공원, 서울숲공원의 위령비 등 다리 주변의 역사적, 문화적 장소들을 방문하며 한강 답사의 깊이를 더해보세요.





한강 다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성수대교 붕괴 사고입니다. 1994년 붕괴 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다리입니다. 저자는 교량 유지 관리 부재를 지적하며,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일깨웁니다.


그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서울의 교통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강대교, 강남 개발의 촉매제 역할과 현대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한남대교, 다양한 구조적 혁신을 보여주는 올림픽대교까지 서울의 심장, 한강 다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각 교량의 역사적 배경과 기술적 발전 과정을 통해, 서울이 어떻게 현대적인 대도시로 성장했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다리의 미적 가치와 실용성을 알게 됩니다.


왜 그 다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시원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다리의 구조나 기술적 특성을 알게 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거기에 역사적 스토리까지 듣고 나니 무심코 지나쳤던 한강 다리들의 가치와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토목공학자 윤세윤 박사의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한강 다리들이 서울의 역사, 문화,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한강을 바라볼 때, 그 위에 놓인 다리들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시민의 일상과 기억, 역사의 상징이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한강을 따라 걸으며 느끼는 바람과 함께, 그 위에 놓인 다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윤세윤 박사의 스토리텔링으로 한강 다리 전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벽돌책도 나오면 좋겠다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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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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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소설 <밤의 학교>. 주인공과 친구들이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면서 역사적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닌, 시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울림을 줍니다. 읽는 내내 역사적 현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유의미한 감정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지환, 기웅, 은서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실체 엽서(누군가 이미 사용한 엽서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를 모으는 지환은 어느 날 흐릿하게 사연만 남은 엽서 한 장을 마주합니다.





중국 쿤밍에 도착했다며,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이 엽서를 본 이후 지환에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느 날 자정 시간에 학교에 남아있던 지환은 기이한 현상을 겪으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은 1909년입니다.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매일 밤 일어납니다.


한 장의 빛바랜 엽서를 통해 시작된 여정. 밤의 학교는 일제강점기의 결정적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지환, 기웅, 은서 세 친구가 밤의 학교에서 경험하는 초현실적 경험은 우리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는 생생한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권기옥 지사의 비행사 훈련, 윤동주 시인의 북간도 생활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합니다.


"채가구는 작은 역이야. 하지만 하얼빈에 가는 모든 열차는 여기서 일단 멈춰야 해. 열차 선로를 바꿔야 하거든. 우덕순 동지와 조도선 동지는 그때를 노렸던 거야."라는 대화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단독 행동이 아닌 여러 독립운동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였던 권기옥 지사가 다닌 숭의여학교의 비밀결사대 송죽회, 1907년 헤이그 특사 이야기, 김구 선생의 일화 등에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


<밤의 학교>는 독특한 서사 구조로 끌어갑니다. 현재의 고등학교 생활과 과거의 역사적 순간들을 교차시키며, 여기에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대본까지. 이런 액자 구조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연극 형식으로 삽입된 장면들은 아이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입장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역사를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연극이라는 결과물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동아리가 협력하는 모습은 독립운동가들이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았던 과거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현재의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밤의 학교>는 그저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지키고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역사의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전의 나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라고 생각한 지환이처럼 주인공들은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현재 삶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비로소 실감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아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용기를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이, 윤봉길 의사와 송몽규 지사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수많은 애국지사의 희생과 신념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닿아 있습니다." - 작가의 말 中


작가가 '백범 김구 선생이 유관순 열사를 안아준다'는 문장을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서 떠올린 것처럼, 유관순 열사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잘 담긴 소설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넘나드는 역사 판타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고 말이죠. 밤의 학교에서 마주한 역사의 현장, 그들의 희생과 용기가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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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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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조용한 열람실, 정갈하게 정리된 책장, 정숙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곳, 일본의 '루차 리브로'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서가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삶의 거점입니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는 루차 리브로를 운영하는 아오키 미아코의 자전적 기록이자, 책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 나라현의 작은 산촌, 인구 1,700명의 히가시요시노무라. 이곳에 70년 된 고택에 자리 잡은 인문계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는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다릅니다. 이용자들이 대출한 책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자유롭게 메모를 남기는 것이 허용되며, 개인 장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아오키 미아코가 이런 특별한 도서관을 열게 된 배경에는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그는 정신질환을 앓게 됩니다. 자살 시도 후 3개월 넘게 병원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그를 붙잡은 건 '나만의 도서관을 열겠다'는 꿈이었습니다.


자신을 '불완전한 사서'라고 소개합니다.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차용한 표현입니다. 보르헤스의 작품에서는 도서관(책)의 완전성과 무한성에 대비되는 사서(인간)의 불완전함과 유한성을 의미했지만, 아오키 미아코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데 사용합니다.


약을 복용하며 개관 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눈을 뜰 때도 있고, 도서관을 혼자서 관리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SNS에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불완전한 사서라는 표현은 단순히 개인적 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존재라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며, 동시에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보여줍니다.


아오키 미아코에게 책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체가 아닌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창문입니다. 이 창문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왔고, 이제는 그 창문을 다른 이들과 함께 바라보고자 합니다.


도서관의 서가는 근사한 창문을 잔뜩 낸 벽이 되고, 사서는 누군가를 그 창가로 초대하는 사람이 됩니다. 루차 리브로의 본질은 이 '초대'에 있습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달라는 진심 어린 초대입니다. 이런 간절함에 응답하듯 산골 마을의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 본질은 함께 읽는다는 행위로 연결됩니다. 루차 리브로의 책엔 밑줄이 그어져 있고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대출해 간 이용자들도 자신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곤 합니다. 저자는 이를 '나눔'이라고 표현합니다. 책을 읽는 흔적을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이고, 이를 통해 서로의 취약함을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이 됩니다.


독서의 치유적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공유하기도 합니다. '책 이야기 나누는 저녁' 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독서 토론을 넘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치유의 시간이 됩니다.





특히 타인이 열어주는 새로운 창에 대한 묘사가 와닿습니다. "누군가가 건네준 책을 펼치면 등 뒤에서 창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장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녹슨 창문이 반강제적으로 삐걱삐걱 열리며 바람이 들어오고 방 안이 밝아지는 기분입니다."라고 말이죠.


혼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책과 사상을 다른 이들의 추천을 통해 만나게 되고, 그것이 마치 등 뒤에서 창문이 열리는 듯한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루차 리브로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창문을 열어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많은 가치들을 되새기게 합니다. 서비스가 아닌 나눔의 정신, 경쟁이 아닌 공존의 가치,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완전하고 취약한 존재이며, 그 취약함을 인정하고 나눌 때 진정한 치유와 회복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부끄러움 없이 나눌 수 있을 때 진정한 연결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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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 상처받는 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애착 수업
미셸 스킨 지음, 이규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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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임상 심리학 박사이자 심리 치료사로 활동 중인 미셸 스킨의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불안정 애착에서 비롯된 관계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연애 실패를 반복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공감할 만한 주제입니다. 왜 연인과의 사소한 갈등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지, 왜 문자 답장이 늦으면 불안해하는지, 왜 거절에 극도로 민감해지는지. 이번에는 다르리라 믿었던 관계가 또다시 같은 패턴으로 무너지는 이유를 알게 될 겁니다.


이 책은 불안정 애착에서 비롯된 '핵심신념'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관계에서 반복하는 부정적 패턴을 이해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합니다.





먼저 건강한 연애가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지는지 공감하며 시작합니다. 우리 연애의 숨은 방해꾼, 핵심신념. 자신, 타인, 환경에 대해 마음속 깊이 확신하는 진리로, 주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핵심 신념이 문제 이해의 열쇠입니다.


우리가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핵심신념이 현재의 상황을 왜곡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를 '스노우볼' 효과로 설명합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스노우볼을 상상해 보자.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나쁜 경험들이 시간 속에 얼어붙어 있다. 핵심신념이 촉발되면, 마치 스노우볼을 흔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갑자기 당신의 이야기, 즉 과거의 장면이 활성화되고 살아난다." - p73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 핵심신념을 소개합니다. 버림받음, 불신과 학대, 정서적 결핍, 결함, 실패. 이 각각의 신념이 우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합니다.


"양육자에 대한 아이의 애착이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거는 기대와 스트레스 대처방식에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안정애착이 형성된 아이들은 사고가 유연해서 불안정애착(회피애착과 양가애착)이 형성된 아이들보다 충동과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 p33


자가검사를 통해 자신의 핵심신념을 파악하고, 그것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각 핵심신념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 예시로 짚어주고 있어, 자신의 패턴을 더 쉽게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버림받음 “결국 나는 버려질 거야.”

불신과 학대 “사람들은 결국 내게 상처를 줄 거야.”

정서적 결핍 “아무도 내 감정을 제대로 이해해 주지 않을 거야.”

결함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실패 “나는 연애에서도, 삶에서도 성공할 수 없어.”


이야기 속에 갇히게 되면, 뿌리 깊은 두려움의 반응이 지배하면서 현재와 단절되고 과거 경험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두려움 속에서 살면 끊임없이 투쟁, 도피, 경직, 강요의 생존 방식으로 사느라 지치게 된다.


저자는 핵심신념이 촉발될 때 나타나는 '생각-감정-행동' 패턴을 설명하며, 이 패턴이 어떻게 우리의 관계에 해를 끼치는지 보여줍니다. 우리가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이 얼마나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지, 그것이 결국 우리를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를 짚어냅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로 '마음챙김'과 '현재에 머무르기'를 제안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말합니다.


대신 수용전념치료(ACT)의 개념을 바탕으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칩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것이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겁니다.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 자신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기자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내면의 아이'를 돌보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법입니다.


자기자비는 자신을 비난하고 질책하는 대신 자신을 이해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자아도취적 이기주의자 대응심리학』의 저자 웬디 비하리는 자신을 더 부드럽게 대해야 할 때 어린 시절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바라보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싸우고 발버둥 쳐봤자 헛수고라는 일침도 인상 깊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이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세상에나! 대부분 이렇게 해오지 않았던가요), 생각을 '관찰'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마음(mind)을 상대로 줄다리기할 때 줄을 놓아버리는 것처럼, 생각과의 싸움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역설적인 메시지입니다.


저자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예로 들며 이 개념을 명확히 설명합니다. "둘 사이의 나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러려면 그들이 함께 보낸 모든 기억도 지워야만 한다."면서 우리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려고 할 때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감정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없듯이, 우리 경험의 일부를 거부하면 그것과 연결된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이죠.


후반부에서 저자는 건강한 관계를 위한 의사소통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자기노출'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어떻게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자기의 숨겨진 부분을 더 많이 표현할수록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자기에 대해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이를 공유하고 말하는 것을 스스로 들으며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 p216


자기노출이 상대방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이는 자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불안정 애착으로 관계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안내서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자기이해, 마음챙김, 자기자비, 효과적인 의사소통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반복되는 부정적 패턴에서 벗어나 더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유용했습니다. 자가검사, 관계 경험 일지, 행동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자신의 관계 문제를 직접 탐색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랑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진리!


건강한 사랑을 위한 심리 가이드를 만나보세요.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치고 있다면, 이 책이 당신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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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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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니체의 사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 우리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가이드북입니다.


"당신은 누구의 기준에 맞춰 살고 있습니까?" 타인의 기대, 사회적 규범, 오래된 도덕 체계... 외부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참 많은 '해야 한다'와 '하면 안 된다'의 규칙 아래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니체는 이런 규칙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말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지 의심해 보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니체 철학의 매력과 도전이 시작됩니다.





제이한 작가의 이 책은 기존 가치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통찰'의 과정,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는 '변혁'의 여정, 더 강한 자신을 만들어가는 '재정립'의 단계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장마다 니체의 원문을 인용하며, 핵심 개념과 함께 실천적 조언을 통해 철학적 사유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먼저 익숙한 틀을 깨고 본질을 마주하라고 합니다. "죽어가는 가치는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다. (중략) 실상은 인간의 본능과 자유를 억누르고 나약함을 정당화하는 위선적 구조로 작동한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옳다고 생각할까요? 착하게 사는 것, 겸손한 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이런 가치들은 당연히 좋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니체는 이런 '선'의 개념이 사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해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결국 자기 자신의 잠재력과 창조적 에너지를 억누르게 만들지는 않을까요? 니체는 이런 노예의 도덕이 인간의 본능적 생명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우리를 평범함에 안주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노예 도덕과 주인 도덕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어떤 도덕적 틀에 갇혀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노예 도덕은 약자들이 강자에 대한 원한에서 만들어낸 도덕으로, '악'에 대한 반응으로 '선'을 정의합니다. 반면 주인 도덕은 자신의 힘과 에너지를 긍정하는 데서 출발하며, 스스로 가치를 창조합니다.


실천적 조언으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성찰해 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가치관은 누구에게 이로운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니체의 가장 유명한 말 중 하나는 "신은 죽었다"입니다. 단순히 종교에 대한 부정이 아닙니다. 절대적 진리나 보편적 가치가 무너진 시대를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절대적 기준이 사라진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허무주의입니다.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느끼고,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상태입니다. 니체는 이 허무주의를 단순한 절망의 상태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로 봤습니다.


저자는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기 확신'과 '의미 창조'를 제안합니다. 외부에서 주어진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개념을 실천하려면 매일 자신만의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고, 작은 성취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쌓아가야 합니다. 더불어 삶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을 자유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다음으로 자기 발견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니체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명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창조적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초월해 나가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외부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를 세울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나는 무엇을 정말로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길러야 합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는 활동을 찾고, 그것에 충실히 몰입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꾸는 통찰 편 다음에는 새로운 힘을 창조하는 변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마주합니다. 실패, 좌절, 상실... 누구에게나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니체는 이런 고통마저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를 '운명애(Amor Fati)'라고 불렀습니다.


운명애는 단순히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닥친 모든 것, 심지어 고통까지도 자신의 삶에 필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더 강해지는 태도를 말합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과 변화 가능한 상황을 구분하여, 전자는 받아들이고 후자는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스토아 철학의 '아타락시아(평정심)'와는 다른, 보다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태도입니다.


운명애의 태도를 키우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을 찾아보거나, 과거의 실패와 고통이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역경 일기'를 쓰며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기록하고, 그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 보자고 합니다.


니체의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는 '초인(Übermensch)'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기존의 가치체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존재를 말합니다.


초인이 되는 과정을 '낙타-사자-어린아이'의 세 단계로 설명합니다. 낙타는 기존 가치를 짊어지고 견디는 단계, 사자는 그것에 저항하고 부정하는 단계, 어린아이는 새로운 가치를 순수하게 창조하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점차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은 도전들을 매일 시도해 보는 것, 기존의 생각과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와 원칙을 명확히 정립해 보는 것으로 이 개념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강한 나를 만드는 재정립 편에서는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 '선악의 피안(Beyond Good and Evil)' 등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더불어 니체 철학의 궁극적 목표는 삶을 온전히 긍정하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그저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고통, 성공과 실패, 행복과 슬픔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습과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매 순간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기르는 과정입니다.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는 힘은 수동적인 체념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용과 창조의 과정임을 일깨웁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신체적 특성, 가족 배경, 시대적 환경 등)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사 일기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긍정할 수 있는 측면들을 인식하는 습관 기르기, 매일 작은 결정에서부터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연습하기 등 긍정적 태도를 기르는 실천적 조언을 짚어줍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실천적 지침서 <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 추상적인 철학적 개념을 구체적인 일상의 실천으로 연결시킨 저자의 해석이 돋보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은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가치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집착,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입니다. 반면 '버텨야 할 것'은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는 용기, 운명을 긍정하는 태도, 끊임없이 자신을 초월하려는 의지입니다.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니체의 명령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자기계발서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창조하고 초월하라는 역동적인 명령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외부의 기준이나 타인의 평가가 아닌, 오직 자신만의 내적 나침반을 따라 나아가는 용기 있는 모험입니다.


나를 옭아매는 가치는 무엇인지,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허무주의를 넘어 더 강한 자신을 만드는 니체식 인생 재설계 가이드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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