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요
김지훈 지음 / 진심의꽃한송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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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행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글귀로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에세이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요>. 김지훈 작가의 골수 팬들이라면 절판된 첫 책을 소장하려고 애쓴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을 위해 재출간된 책이에요. 당시 순수했던 마음을 지키고자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첫 책 그대로 출간되었습니다.

 

특정 주제로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공감에세이들은 많지만, 그래서 공감이 덜 되는 경우도 많겠지요. 하지만 두루 읽고 공감할 수 있는 행복과 감사의 키워드로 풀어낸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요>는 누구나 읽기 좋은 책입니다. 부드러운 그림과 함께 김지훈 작가의 진심이 담긴 순수한 글귀를 만나다 보면 꽁꽁 얼어붙은 마음도 스르륵 풀리는 기분입니다.

 

 

 

지난 세월의 후회를 안고 끙끙거리지 말고, '그때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잖아'라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랑을 일깨웁니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죠. 비난과 자책 대신 긍정과 사랑의 문을 두드리라고 위로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자는 말 한마디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완벽함을 찾아 헤매지 말고 지금 그대로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진심을 다해 자신을 인정하고 용서하고 응원해보세요. 마음속으로 외친 응원은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름이 됩니다.

 

여기저기서 받는 자극이 상처가 되어 자신도 상대방도 미워한다면 끝이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한다는 게 왜 그렇게도 힘들까요. 집착과 욕심은 가만히 놔두면 한없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행복을 방해하는 것들이 주변에 왜 그렇게나 많은 걸까요. 방해하는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잘 보듬어줄 수 있도록 김지훈 작가는 용서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줍니다.

 

 

 

내면의 결핍은 사랑으로 감쌀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중독과 탐닉 속에서 일시적인 행복을 구하기만 한다면 허기진 마음을 절대 채울 수 없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정작 나도 모르게 자꾸만 스스로를 결핍 속으로 내몰고 있지만요. 우울하고 답답할 때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요>를 계속 들춰봐야겠어요.

 

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공감 글귀들은 여러분의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줄 겁니다. 지금 더 많이 웃고 더 사랑하라는 김지훈 작가의 말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나가는 데 힘이 됩니다.

 

 

 

공감을 위해 쉬운 문체로 쓰인 김지훈 작가의 에세이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요>. 이렇게 해야만 한다 대신 그렇게 되지 않아도 너무 자책할 필요 없다는 토닥임이 솔직해서 거부감 없이 읽게 되네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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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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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모른다는 걸 밝혀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저서가 유고작이 된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우리의 세계관을 팩트체크합니다.

 

 

 

전 세계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13문제를 독자에게도 맞혀보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이 정도쯤이야 가뿐하게 풀어낼 거라 자신만만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합니다. 저는 겨우 네 문제를 맞혔는데 이게 평균 이상의 점수였어요. 절대다수가 오답을 내놨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 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 세계관에 갇힌 겁니다.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세계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팩트풀니스>에서는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하게 되었는지 10가지 극적인 본능을 소개하고, 극적인 본능을 억제하는 생각 도구를 제시합니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으로 이름 지은 10가지 극적인 본능.

 

세상을 가난과 부유 두 부류로 나눔으로써 세상의 모든 비율을 왜곡시키는 간극 본능을 설명하는 파트에서부터 충격적입니다. 전 세계 인구 중 저소득국가의 비율은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75%에 이르는 대다수 사람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살고 있고, 저소득국가는 9%입니다. 오늘날은 다수가 중간에 속한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단계 안에서도 우리는 가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적 빈곤일 뿐입니다.

 

이렇듯 세상은 바뀌었는데도 가난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만 구분하는 시대착오적 생각에 사로잡혀 세상을 현실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팩트풀니스>에서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두 집단으로 나누는 행위 대신 소득수준에 따라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네 단계로 나눠야 한다고 합니다.

 

놀라운 점은 대륙, 문화, 종교와 상관없이 네 단계에 따라 나뉘는 걸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세계 인구가 네 단계 소득수준에 따라 어떻게 분산되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는 극빈층과 억만장자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간극 본능에 의한 오해를 바로잡을 계기가 됩니다.

 

사실충실성을 뜻하는 신조어 팩트풀니스(Factfulness).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서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의 변화는 팩트풀니스로 가능해집니다.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를 구별하는 법을 배워 세상은 겉보기만큼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세상의 참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은 생각, 주의를 사로잡는 공포에 반응하는 태도, 내 경험을 일반화하는 본능, 가치는 불변한다는 아집, 단일한 원인과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본능, 희생양을 찾아내려는 본능, 비판적 사고를 제한하는 의도적인 다급함 본능 자극이 판을 치는 등 세계관을 왜곡하는 10가지 주범들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이는 위기의식과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유발합니다. 위험한 세계라는 인식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체계적으로 왜곡하게 됩니다. 왜곡된 세계관으로 우리 자원이 미래의 고통을 멈추는 데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의 위기의식은 필요하지만 과대망상 수준에 이르는 부작용은 막아야 합니다. 실제로 위험한 것과 왜곡된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칫 저자가 데이터 수치만 따라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데이터의 한계를 분명히 인지해 통계 이면에 있는 개별 이야기와 개별 이야기 이면에 있는 통계 모두 살필 때 현실이 제대로 드러난다는 걸 <팩트풀니스>에서 사례와 해석으로 낱낱이 보여줍니다.

 

 

 

날마다 일어나는 일인 것만 같은 위험들. 사례를 제시해 팩트체크하고 왜곡 본능을 억제하는 사실충실성 실천법을 알려주는 구성으로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이끄는 책 <팩트풀니스>. 엉뚱한 것에 집중하는 대신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은 따로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스 로슬링은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극적 이야기에 극적 본능이 자극될 때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봐야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로 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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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영문법 끝판왕편 - 공무원, 편입, 토익, 텝스 1000개가 넘는 기출 예문 분석, 무료 워크북 다운 이야기 영문법
이선미 지음 / 타보름교육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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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문법 공부하면서도 선생님과 함께 있는 듯 배울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지금까지 만났던 책들도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약간 부족했던 느낌이었다면,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한 설명을 글로 만날 수 있는 <이야기 영문법>은 첫 느낌부터 무척 좋았습니다.

 

사전처럼 집집마다 한 권은 가지고 있어야 할 영문법 책 <이야기 영문법>. 동사, 시제, 수동태, 조동사, 부정사, 동명사, 분사, 접속사, 가정법, 관사, 명사, 대명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등 영어 법칙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차근차근 배울 수 있습니다. 영문법 사전으로 활용해보세요. 의미를 가진 최소 단위 단어, 두 개 이상의 단어가 한 세트를 이루는 구, 접속사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절까지 3단계 학습법으로 진행합니다.

 

 

 

영포자에게는 핵심만 콕콕 짚어준답시고 간략하게 진행하는 편집이 오히려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 있어요. 기초부터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선 <이야기 영문법>의 구성이라면 이해가 쏙쏙 되면서 영어 공부의 자신감도 UP 될 거라 믿습니다. 문법을 암기가 아닌 이해로 다가가는 길을 잘 보여주는 영문법 책입니다. 그래서 시험 앞두고 한 권 독파하려는 욕심보다는 평소 영어 공부용 책으로 강추해요.

 

그렇다고 해서 기초 수준에서만 끝나지도 않습니다. Step 1, 2, 3로 독해를 위한 핵심 문법과 고급 문법을 분리했어요. 불필요한 문법은 최소화하면서도 필수 문법을 많이 반복해 실력 향상되면서 고난도 문제까지 풀어낼 수 있게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꼭 기억하기 코너를 통해 해당 장에서 배워야 할 문법의 배경 지식을 익혀봅니다.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금세 까먹어버리기 일쑤잖아요. 하나씩 이해되어가는 과정을 맛보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영어공부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듯한 생생한 설명이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한 장 공부하기도 벅차던 영어 공부가 <이야기 영문법>에서는 한 장 정도는 가뿐히 순식간에 공부할 수 있었어요.

 

공무원 영어나 편입 영어 공부는 독학이 특히 힘들다하지만 이선미쌤의 노하우 덕분에 "왜?"라는 문법 의문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다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책 속 QR 코드의 무료 동영상 강의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론만 있는 참고서가 아닙니다. 수능, 편입, 텝스, 공무원 기출문제로 한 단원을 마무리해봅니다. 무려 300페이지에 달하는 워크북이 수록되었다네요. 단원에 맞는 문제를 바로 풀어 어느 부분이 약한지 바로 파악해봐야겠죠. 왼쪽엔 기출문제, 오른쪽엔 해설이 있어 즉문즉답! 효율적이에요.

 

 

 

밑줄, 동그라미 등으로 표시한 영문법 키워드, 간단하게 정리한 표, 놓치면 안 되는 Tip 등 영문법 기본 교재로 활용하기 좋은 책입니다. 이선미쌤께서 직접 꿀팁~! 이라고 말하는 것도 있으니 눈 크게 뜨고 꼼꼼히 공부해보자고요.

 

 

 

스토리텔링 방식이 오히려 늘어지는 느낌은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이론과 정리, 실전 대비가 적절히 조합되어 괜찮았어요. 불규칙 동사표,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구두점, 영어 숫자 읽기의 모든 것 등 알짜배기 부록도 놓치지 마세요.

 

문장을 제대로 분석하는데 필요한 영문법. 영어 공부할 건 많은데 딱딱한 교재보다는 친근하게 풀어가는 설명이 저한테는 딱이었어요. 시작한 지 3주 차인데다가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벽돌 영문법 책이라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고 질리지가 않아요. 책 좋아하는 평소 습관이 스토리텔링 방식의 영어 교재와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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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의 천재들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에서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미루기의 역사
앤드루 산텔라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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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사라져감. 넌 망하는 중. - 책 속에서

 

나약한 인간, 시간 낭비하는 인간, 업신여겨도 될 만한 인간 등 비난의 평가를 받는 '미루는' 사람. 그런데 남이 미루는 건 못 봐줘도 자신이 미루는 건 합리화하는 게 바로 '미루기'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 중요한 일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저널리스트 앤드루 산텔라 저자의 <미루기의 천재들>. 이제는 하나의 하위 학문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미루기에 관한 관심이 높고,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게끔 하는 자기계발서도 많습니다. 미루기는 근절해야 할 악습관일까요.

 

 

 

저자는 미루기 습관을 버리고자 하는 관심으로 미루기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니라, 미루기 습관에 관한 명분과 근거를 찾고자 합니다. 재미있게도 미루기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여정 속엔 우리가 익히 아는 거장들의 모습이 속속 드러납니다. 미루는 사람은 루저로 평가받는다는데 그들은 왜 성공한 사람으로 대접받을까요. 미루기 이면에 담긴 미루기의 속사정을 <미루기의 천재들>에서 만나보세요.

 

1838년 '모든 종은 변화한다.'는 문장을 노트에 적은 다윈은 과학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만한 사건임을 인지하면서도 20년이 지난 후에야 진화론을 발표합니다. 출간 전까지 다윈은 무척 바빴습니다. 따개비와 지렁이에 푹 빠졌으니까요. 도로시 파커는 초고를 내기까지 걸린 오랜 시간의 변명으로 "다른 사람이 제 연필을 쓰고 있었거든요."라고 말했고, 노벨수상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8개월 동안 소포를 부치지 못한 변명으로 "내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미루기는 단순한 시간 지연을 넘어 상황이 악화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일을 지연하는 겁니다. 불편하면서도 가짜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미루기.

 

현대 인지 행동 치료의 선조인 심리학자 엘리스의 책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 미루기에 관해 다작 작가인 페라리 교수와의 만남에서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이야기도 꽤 솔깃합니다. 무능한 인간이 되기보다는 노력을 안 하는 인간이 오히려 낫다는 식의 원인이자 변명이 되는 미루기.

 

미루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 부류와 애초에 시작을 못 하는 부류.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일을 미루는 건지도 모른다"는 말은 특히 공감되었는데, 제가 평소 일정 짜는 기준이 이와 비슷합니다. 일정을 맞추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거절하고 포기하고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들이 수두룩한데 그것 때문에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얼마나 놓쳤을까요.

 

 

 

<궁극의 리스트>란 책을 쓸 정도로 리스트에 집착한 움베르토 에코, 자기계발 산업의 기원이 된 벤저민 프랭클린, 막대한 과제를 쉴 틈 없이 설정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리스트 에피소드는 현대인의 할일 리스트(To-Do List)에 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미루기의 달인들에게 리스트는 리스트 작성만으로 이미 하나의 성취를 이룬 것이고, 마지막 항목에 줄을 긋는 것이야말로 힘 빠지는 일입니다.

 

 

 

 

스스로를 방해하는 미스터리한 행동, 미루기. 일과 시간과 생산성에 대해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며 현대 표준화 관리법의 선조가 된 테일러의 주장은 기계와 같은 효율성을 강조하며 과학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소중한 자원처럼 활용하기에 미루는 습관이야말로 성공의 방해물이 됩니다.

 

이런 역사의 흔적을 보며 저자의 한 마디. "스케줄이 강제되면 선택지도 제한된다". 세상과 세상이 요구하는 일을 미루는 거장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는 의무로 가득 찬 일상 세계에서 미루기야말로 길을 찾는 방법이 되지 않겠냐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유럽 계몽주의 시대의 슈퍼스타 지식인 리히텐베르크. 광범위한 지적 호기심은 이 일 저 일에 조금씩 손을 대게 했지만, 고집스럽게 몰두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리히텐베르크의 정신을 기린 리히텐베르크 소사이어티의 이야기는 더 재밌습니다. 단체 회원들에게 있어 꾸물거리기와 미루기, 주저하기는 창의적인 과정의 한 단계라는 걸 깨닫습니다. 한 가지 일을 미루면 종종 다른 일을 하게 되고,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던 그 두 번째 일이 결국은 꼭 해야 했던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일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모든 미루기 달인들이 천재적 업적을 남겼다는 명제가 아닌, 천재적 업적을 남긴 이들도 미루는 습관의 흔적이 있었다는 정도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합리화에 딱입니다. 라이트의 건축물 폴링워터가 있는 펜실베니아, 리히텐베르크의 고향 괴팅겐, 찰스 다윈의 다운하우스 등을 순례하며 일을 미루는 사람은 한 가지 일에서 등을 돌려 다른 일로 향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차츰차츰, 조금씩 진행될 뿐이라는 건 그저 게으름 피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미루는 습관이 집중을 방해하는 외부적 자극이 많은 현대에 생긴 증상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는 걸 보여준 <미루기의 천재들>. 누군가에겐 골칫거리이자 은밀한 기쁨이 되는 미루기. 미루는 습관을 떨쳐내고 싶지만 단호하게 근절할 의지가 없는 미루기 달인들에게는 유쾌하고 재치 있는 이야기입니다. 원제도 맘에 쏙 듭니다.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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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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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총균쇠, 슈퍼인텔리전스, 100세 인생, 악의 번영, 백인 노동자 계급, 백인의 역사, 핵 벼랑을 걷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굵직한 대표 저서를 가진 세계 석학 8인이 <초예측>에 모였습니다.

 

30년, 아니 10년 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른 시대. 단편적 정보, 단기 트렌드 예측이 아닌 미래의 새로운 가치가 어디로 향할지 거시적 전망을 보여주는 책 <초예측>으로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이 책은 오노 가즈모토가 세계 석학들을 취재하며 인터뷰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8인의 인터뷰이들과의 대담이 한국인 저널리스트와 이뤄진 책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의 대답 같은 건 궁금하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클린턴 정부 시절 국방장관 출신 윌리엄 페리의 북한 문제와 실업 및 난민 문제처럼 현 한국 상황과 연계할 만한 주제 등 동북아시아 정세에 관심 많은 국제 저널리스트의 혜택을 보기도 합니다.

 

세계 석학 8인의 면모부터 위엄 있습니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젊은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슈퍼인텔리전스> 저자 닉 보스트롬 등 21세기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석학들입니다. 그들의 대표 저서가 읽기 부담스러워 아직 못 읽었다면, 그들의 핵심 사상을 쏙쏙 뽑아놓은 <초예측>으로 수월하게 진입해보세요.

 

 

 

예측 가능한 면도 있지만, 예측 불가능성을 안고 있는 인공지능. 미래의 문제는 지구 차원에서 발생할 것이기에 국제적 차원에서 협력할 기회와 능력을 기르는 게 문제해결의 바탕입니다. <초예측>에서는 국제정세를 주제로 한 페리의 인터뷰 외 대부분은 인공지능 같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을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유발 하라리는 무용 계급의 출현을 예측합니다. 미래는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미래 고용 시장을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인간이 무용한 존재가 되는 무용 계급 출현을 제기합니다.

그러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배우고 그것을 활용하는 시기로 인생이 나뉘었다면, 앞으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는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것이 예측의 효용성입니다.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국가 간 격차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 제러드 다이아몬드. 국가 간 소득 불평등 심화가 낳는 문제들은 부유한 나라의 정책에 좌우된다고 합니다. 선진국이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일깨웁니다.

더불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인구감소는 자원이 부족한 시대에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는데?! 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짚어줍니다. 시대착오적인 제도가 바로 정년제라고 일침을 놓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 닉 보스트롬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이는 인류의 실존적 위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일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나왔을 때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유발 하라리의 책 <호모데우스> 주제이기이기도 합니다. 닉 보스트롬은 초지능에 도달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펼쳐진 세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근원적 문제와 마주하면 늦다고 말이죠. 역시 이 문제의 해결방법에는 협력, 신뢰, 투명성 문화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유발 하라리가 처음에 언급한 끊임없는 배움의 길과 관련해서는 인재론, 조직론 분야의 권위자 린다 그래튼의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기존의 교육 - 일 - 은퇴 모델은 막을 내리고 재충전과 재교육의 인생을 살 거라고 합니다. 배움 습득에 관한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파트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책 <100세 인생>, <일의 미래>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 외 인간과 사이보그와 과학기술이 혼재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같은 세계에서 인간의 행복을 주제로 이야기 한 다니엘 코엔, 민주주의의 위기와 분극화 문제 및 혐오와 갈등을 다룬 조앤 윌리엄스와 넬 페인터, 북한 비핵화 선언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함께 21세기 전쟁 양상에 관해 이야기한 윌리엄 페리.

 

 

 

8인의 석학들이 들려주는 미래 예측이 맞냐 안 맞냐를 떠나 일어날 법한 가능성에 대비해 생각해보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발 빠른 사회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개개인 차원에서만 봐도 필요한 일입니다.

 

미래 예측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긴 하지만, 몇 세대 지난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가 행동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거시적 전망과 함께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초예측>. 인터뷰 방식의 대화체 문장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고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석학들의 대표 저서로 독서 확장하기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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