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지음 /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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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학부모여서 그런지 우리 아이의 소중한 1년이 사라진 아쉬움이 먼저 찾아옵니다. 마스크 5부제,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온라인 수업, 긴급재난지원금 등 팬데믹을 이토록 몸소 경험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처럼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뉘게 되었고, 우리의 미래는 불분명합니다. 분명한 건 어제와는 다르리라는 사실뿐입니다.


SBSCNBC 기획 제작된 4부작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 할 것인지 철학, 정치, 생태, 교육 분야 석학들의 냉철한 분석과 대안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철학계의 슈퍼스타 슬라보예 지젝과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의 대담을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책으로 다시 만나봅니다.


이 책은 한 시간이라는 방송에서 편집된 분량을 추가해 엮었습니다. 대담에 앞서 이택광 교수와의 인터뷰, 녹화 전 리허설 대화부터 녹화 후 보충 촬영 인터뷰까지 대화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70대에 접어든 철학자 지젝은 왕성한 유튜브 활동 덕분에 10대, 20대들도 알 정도로 대중적인 철학자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감상평도 남긴 바 있어 핫한 철학자입니다. 기저질환을 앓는 나이다 보니 코로나 사태로 칩거하면서 우울증도 오고 힘들어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깊이 연구 중이라고도 하고요.


이미 정상적인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대부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에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야 할까요. 이상적인 목적의식만 생각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현실의 문제를 놓치기 쉽습니다.


지젝은 우리의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를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현재 의학적인 비상사태에 처한 게 아니라 인류가 그동안 만들어온 사회적 시스템의 한계를 겪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문제들을 눈여겨보자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위기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의 통제에 관한 논쟁을 먼저 살펴봅니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부가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것을 정말 원하는지 묻습니다. 중국처럼 감시와 통제를 일상화하면서? 이건 진정한 기적을 보여준 게 아니라고 지젝은 단호히 말합니다.


결국 어떤 방식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입니다. 수시로 록다운이었던 해외 상황과 달리 한국은 봉쇄 없이 K-방역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방역과 인권 침해에 관한 상충 문제는 벌어졌습니다. 개인 정보를 활용한 전수 검사 방식처럼요.


이택광 교수와 지젝은 대중이 통제할 수 있는 국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국가의 힘과 시민의 힘을 잘 구분하고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젝은 투명성을 확보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단언합니다. '감시'가 민중을 제어하기 위한 통제의 수단으로만 사용된다고 생각하기에 선한 감시 역시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거라고 말이죠.


지젝은 한 발 더 나가 공산주의 요소의 도입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만 중국, 북한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 시장 원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힘드니, '공공의 것'을 공공재로 남겨두자는 의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지젝은 의료 서비스 확대, 식량, 물, 전기, 쓰레기 처리, 인터넷 등을 공적자원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그러려면 국민이 지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여야 할 겁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명하도록 강요받고 있어요.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 책 속에서


국가 권력과 시민의 힘이 조화를 잘 이루는 나라.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공적 마스크 제도, 무료 코로나 진단검사 등을 통해 한 발 내디뎠습니다.


공적 영역이 더욱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자율과 통제의 균형이 중요한 시점.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 많은 철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사유하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수많은 삶의 방식 중 다른 형태의 세상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은 새로운 정치 비전이 나와야 하는 시점에 시민으로서 고민해야 할 철학적 사유를 갖추게끔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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