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유목주의. 참 좋게 들리는 말이다. 들뢰즈는 왜 동양하면 '중국'을 떠올리지 않고 '몽골(티벳)'을 떠올렸을까? 동양의 대표이미지는 아무래도 중국일텐데 말이다.
요즘 <노마디즘>을 읽는다. 섣불리 <천의 고원>을 읽자니 너무 두려워서 <노마디즘>을 경유하기로 했다. 그런데 들뢰즈를 읽으면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끝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개념어도 그렇고, 이해를 돕기 위해 드는 예도 진짜 어렵다. 이해는 커녕, 일독에 의미를 둔다지만... 시종 리듬을 타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음악을 듣듯이 노마디즘을 걸고 들어달라는 저자의 요청에 '뭐, 그러지!' 흔쾌히 대답했건만.
그밖에 <철학이란 무엇인가>(들뢰즈.가타리 지음, 이정임.윤정임 옮김, 현대미학사 펴냄)를 보았다. 개념적 인물, 생성, 내재성의 구도, 상대적 탈영토화, 집(House), 우주의 비인간적 힘과 인간의 비인간적 생성, affection, perception.... 오.. 이렇게 어려운 것 투성이란. 흠. 그냥 책 한 권 다 읽었다에 의미를 둔다. 정복하려는 욕망 때문에 세계를 보지 못한다고 그가 말했다.
아직은 엉성하게 들뢰즈의 사유를 추적하는 중이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으니까, 뭐라고 하든 마냥 좋은 소리로 들린다. 그런 문제는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배운 게 있다. 단어 하나, 개념 하나 하나 비교하면서 의미를 파악하는 독법이다. 촘촘하게 읽기.
오랫동안 나는 책을 '오락'으로 읽어왔다. 한 줄 한 줄, 먹어나가는 식이다. 정확하게 의미를 따져보고 사전을 찾아보면서 읽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세세하게 생각하면서 읽으려니까 진도는 참 안 나가고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더듬듯이 읽어나가면서 들뢰즈 철학을 그려보려는 것인데... 이 과정을 잘 거쳐서 들뢰즈를 알게 되면 무척 기쁘겠다. 마냥 좋아보이는 어떤 것이 아니라, 실루엣이 분명한 들뢰즈를 갖는 것... 이게 지금 내가 바라는 바다.
요새 노래는 '불독맨션 1집, Funk', '언니네 이발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듣는다. 장마가 한창인데, 듣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하다. 빗소리에 아침잠이 늘었다. 잠은... 잠은...., 비가 꾸는 꿈처럼 내게 달려든다. 빗소리... 자장가 소리. 자작자작 저물어가는 소리. 듣기 좋으면서도, 질린다. 아, 이 양가적인 감정이란! 잘수록 기분나빠지는, 들을수록 질리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