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 (http://www.factory483.org) 경복궁 역 4번 출구, 또는 안국역 1번 출구 (아트시네마 방향)

르네상스 때부터 19세기까지 성행했던 줄잡이 인형을 '마리오네뜨'라 부르는데, 줄을 조종하는 사람을 마리오네티스트라고 한다. 마리오네티스트들은 인형을 자신의 영혼까지 담을 수 있는 제2의 인격으로 생각한다.

마침 대안공간 팩토리에서 국내 유일 마리오네뜨 극단 '목성'의 전시회가 있어 찾았다. 팩토리는 전에도 손으로 만든 인형을 전시해서 찾은 적 있었는데 무척 협소한 공간이라서 '전시'라고 하기에도 조금은 멋쩍다. 하지만 사간동 구석진 골목에 이처럼 예쁜 샵(바깥에서 보면 찾는 사람이 없어 물건도 적은 인형샵같다)을 꾸며놓은 운영자의 마음이 예쁘게 느껴지는 곳이다.

전시 인형은 몇 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손수 만든 인형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좋다. 옷, 소품, 모두 다 직접 손으로 만든다. 나무를 깎아서 얼굴표정 하나, 손짓 하나를 다 연출하는데, 빨래줄에 집어놓은 '걱정이 많은 인형'은 잠잘 때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자는 이의 걱정은 다 가져가고 대신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지금 위에 보이는 인형은 '별을 닦는 아저씨'. 유독 반짝이는 별을 만났다면 저 인형의 노고를 기억하라고.

내 어깨 넘어로 보이는(오른쪽 사진) 팔이 축 늘어진 '바느질하는 할머니'도 있다. 5월 8일에 이 인형으로 인형극을 열었다는데, 팩토리 홈페이지에 동영상이 올려져 있다.  코가 둥글고 앞 가르마가 정갈한 인형으로 커다란 입에서 구수한 입담이 흘러나올 듯하다.

'팩토리' 말고도 이 삼청동  골목에는 'Bim'이라는 작은 갤러리와 까페가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 사이에는 예쁘고 볼 만한 샵이 많은데, 특히 신발 가게와 앤틱 가구점이 눈에 들어왔다.

대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깔의 구두들. 마법 구두처럼 혼자서 신나게 춤추며 달아날 듯해 불안하다. 디스플레이가 예술급.

 

 

 

 

 

 

 

둥글둥글 손으로 직접 쓴 방아간 간판도 보이고, 가게 사이마다 구불구불한 골몰길이 끝모르게 이어져 있다. 한껏 돌아다니고 싶은 동네다.

갤러리 학고재, 또는 학고재 출판사에서 직진하면 나오는 길. 인근에  '삼청동 파출소', '궁리 차이니즈 레스토랑', '진선 북까페', '티벳 박물관'이 있다. 한번쯤 걸음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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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8 1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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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 2004-05-1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도 그런 식으로 따지면 황당한 경험이 많아서 차마 말할 수 없네요. 그러니 혼자만 당하는 일이라 생각마시고 그냥 웃어요.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님의 아르바이트(??) 추억담을 들으니, 저도 하나 생각납니다. 학생 때,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건물, 구석진 사무실에 앉아 '경희대 총동문 주소록'을 팔기 위해 열심히 전화를 돌려대던 일이... 그때, 창문 너머로 비원에 드리운 햇살이 참담할 정도로 눈부셨답니다. 내 젊음은 이렇게 주소록이나 팔고 앉았는데, 수목은 저리도 혼자 푸르구나 싶어서... 맘이 그랬죠.

지금 펑펑 놀고 있는데요... 맘이 역시 그런데요? 일전에 1년 경험하셨으니 아시리라 생각해요. 3달째인데 이러니... 이러다 10년 묵은 백조 될 것 같답니다. ^^ 그럼, 늘 활기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