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봄날, 서울도 놀러다니기 좋을 듯. 여기도 봄바람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살랑대는 봄비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 어제는 유럽사진미술관, 퐁피두센터, 리볼리 59번지(로베르네집)--여기까지는 관람--, 에펠 탑 주변 산책(야경이 좋습니다), 바또무슈 유람... 등 아주 많은 일을 해낸 하루였다.. 여행의 즐거움도 크지만, 그에 따르는 육체적 피곤도 못지 않다. 하지만 젊음을 엔진삼아 열심히 활보중! ^^

가장 재밌었던 곳은 '리볼리 59번지'. 누구든, 파리에 오신다면 꼭 들리라고 말하고 싶다. 평소 우리가 예술가의 아뜰리에를 구경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파리에서. 리볼리 59번지는 점거예술가들의 아뜰리에가 있는 곳으로 '자유로운 진자들의 공간'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관람료는 따로 내지 않고, 그저 조용히 (창작에 열중하는 예술가와 그가 이미 생산해낸) 예술품을 둘러보면 된다. 캔버스에 지금 막 붓질하는 화가를 보는 현장감이 있어서 '여기가 어쩜 2004년의 몽마르뜨 언덕일지도 몰라. 세탁소라고 별거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들도 참 멋지고 개성있는 화가들의 모습도 매력적. 그러나, 창작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자신들의 공간을 외부인에게 공개한 이들에게 깊은 감명이랄까, 고마움이 느껴지는 곳. 거리낌없는 그들의 행보에 박수를~~~.  정말 사진을 많이 찍고픈 곳이었는데, 디카가 말썽을 부려서 카메라로는 한 컷도 담지 못했다. 너무너무 아쉽지만, 다른 일행 카메라에 담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퐁피두센터는 거대한 건물(게다가 유명하기까지한)이라서 한 블럭 밖에서도 찾기 쉬웠다. 리볼리 59번지를 찾아갈 때, 도움을 받은 2명의 친절한 학생을 여기서 다시 만나서 '세상은 참 좁다'는 걸 한번 더 실감 . 어떻게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지? (하하.. ^o^) 퐁피두센터는 특별전시회와 상시전시회로 운영되는데, 이번달 특별전은 '호안 미로'였다. 평소 그냥, 아이 그림처럼 순박하고 큐티한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엔 다소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이아무개 목사님 처럼 느껴진 것. 사물들과 대화를 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모습이 그림에 다소곳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그의 선은 너무 아름답다.

일반전시는, 4,5층으로 나뉘는데 4층은 1990년대부터 2002년까지 현대 화가의 여러 설치미술, 회화, 조각을 전시중이고 5층(피카소, 브라크, 샤갈, 모딜리아니, 레제, 루소...)보다 훨씬 재밌다. 웃음이 터질 정도로 코믹하고 유쾌한 공간. 5층은, 대작(명작)을 직접 본다는 의미가 강하지 크게 색다르진 않았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이 2점 있었는데 개중 인상적. 음.. 맞다. 보나르의 그림도 좋았다. 색채의 그 환함. 경탄스러웠고... 하도 많은 그림을 봐서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퐁피두센터는 마치 놀이터 같아서 반나절 정도 여유가 가지고 넉넉히 보면 좋은 곳이다. 워낙 넓어서 다리품을 꽤 팔아야 하는데, 함께 한 일행이 모두 30대라 끌고 다니는덴 애 좀 먹었다. 게다가 현대미술은 예술로 치지 않는 이가 껴있어 애매한 앙상블의, 묘한 감정 다툼이 있기도 했다.

에펠 탑은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지만 정말 크고 조명이 화려하여 볼 만했다. 탑 꼭대기까지 엘레이베이터를 탑승하면 10유로, 2층까지는 3유로를 내야 한다. 한 밤이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기로 하고 패스. 대신 '바또무슈'라는 센느강을 1시간 정도 유람하는 배를 탔다. 브라질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는지, 강변의 연인을 볼 때마다 '꺅꺅~' 소리지르고 꽤 시끄럽게 굴었지만, 나름대로 여행객의 흥취를 돋궜다.

센느강변에는 우리나라에서처럼 러너들이 꽤 있었다. 어찌나 잘 뛰던지 유람선보다 빨랐고, 코스도 더 긴듯 했다. 다리 긴 커플이 함께 뛰는 모습이 꽤 보기 좋았다.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민박집으로 들어오니, 밤 10시 30분. 오늘, 봉 마쉐 백화점을 또 봤고, 그대로 지나쳤다. (웅... 언제 한번은 들어가봐야 하는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라시보 2004-03-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볼리 59번지 꼭 한번 가 보고 싶네요.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도 감동이겠지만 직접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것 또한 감동의 물결이리라 상상이 되네요. 사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아무 사심 없었던 인간인데 어느날 너무나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에 홀딱 반해 결혼에 골인했다는 스토리도 심심찮게 듣구요. 요다님의 여행기 너무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