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스케줄을 훔쳐본 사람들은, 이곳을 다 둘러볼 거냐고 묻는다. 물론, 나도 이 모든 곳을 다 둘러보고, 발도장을 찍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내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머리 속으로 들어가보고 기웃거렸던 모든 코스를 적고 싶어서 빡빡하지만 다 적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 누군가처럼 엄청 부지런을 떨며 여행할 자신이 있다면 2주일일지언정 유럽 5개국 석권을 꿈꾸며 여행스케줄을 짰을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렇게 돌아다닐 기운도 없고,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여유롭게 프랑스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보자고 파리-남프랑스행으로 정한 것이다.

이왕이면 항공료도 많이 드는데, 한달쯤 유럽 여행을 가보지 그러냐고 권하는 분들도 많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여행준비를 하면서 비용을 따져보니 2주일도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보통 파리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한다면, 저렴하게 먹었을 때 15유로다. 이게 우리돈으로 하면 21,500원인데... 비스트로 같은 데서 백반(우리나라로 따지면, 백반에 해당하는 음식이라는 거지)을 사먹어도 이렇단 이야기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모를 때만 해도 '1달? 가지, 뭐.' 했는데 알고 나니까, '사치는 금물이야~' 이렇게 되었다. i_i

하여간, 나는 여행을 떠나지 않는 분들도 파리 구석구석을 마치 자신이 가본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먼 북소리'를 시작했다. 다녀와서는, 지금 있는 페이퍼에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올릴 계획이다. 그러면, 진짜 현장감 있겠지? ^^v

오늘은 숙박할 곳을 예약 완료했는데, 가가호호와 파리그린하우스 두 곳이다. 가가호호는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무척 친근한 곳이고, 파리그린하우스는 중산층 파리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무척 근사한 민박집이다. 집 근처에서 벼룩시장이 자주 열린다고 하니 그것도 좋고.

가가호호는 다음 까페에서 발견했는데, '하끌레트'라고 숙박하는 사람과 주인이 다함께 저녁을 해먹는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 파리 일반인이 먹는 가정식을 해먹는 건데 사진만 봐도 너무 기대된다.

 

숙소를 잡기 위해서 이곳저곳 웹서핑을 많이 했다. 그 중에서 많이 흔들렸던 곳은 하룻밤에 18유료인데도, 루브르 박물관 티켓을 무료증정하고 유람선 승선 할인 티켓도 제공하며,  에펠탑까지 10분에 도착하는 환상의 민박집, '행복한 파리'였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도미토리(여러명이 함께 자는 2층이 침대가 놓인 방, 화장실도 공용)밖에 없어서 마음을 돌렸다. 이렇게 여행 준비를 하면서, 다들 너무 '빡빡한 일정' 아니야? 하고 경악하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즐겁다. (왜냐면, 나는 떠나고 그들은 남는다. 얏호!) 

어제는 비행기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행짐도 싸놓지 못해 '항공권 예약 변경'을 시도하다 좌절하는 꿈을 꾸었다. 항공사에 전화하는데, 계속 통화중이거나 결번이라고 안내가 나와서 얼마나 혼비백산했던지. 몇번이고 그 꿈을 반복해서 꾸다가, 화들짝 놀라서 깨보니 아침이었다. 너무 많이 긴장하고 있나 보다.

오늘 외교통상부 홍페이지에 가 보니, 파리 샤를르 드골 공항에서 해외여행객을 상대로 한 범죄율이 60%에 육박한다고 나왔던데... 오늘 밤은 소매치기 당하는 꿈을 꾸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내 친구 하나는 그깟 프랑스 한 곳만 방문하면서 오두방정이라며, 있는대로 가소로워한다. 그녀는 2002년 여름, 유럽 배낭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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