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트법
히구치 타케오 지음, 윤정원 옮김 / 들녘미디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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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트법>은 노트가 얼마나 우리 인생에 필요한가를 역설한 실용서다. 히구치 다케오씨가 268권의 노트를 써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노트가 주는 유용무용의 혜택을 소개하고 있다. 노트는 학생 때나 쓰는 아날로그적 기록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 히구치 씨가 말하는 노트 필기법은 거의 움직이는 노트북과 다를 바 없고, '인생의 심'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지은이의 건실하고 밝은 생활 태도다. 노트를 적으면서 효율적으로 자기관리를 하는 모습이 착착 지면 위에 펼쳐지는데 이렇게 성실하다니 천하무적이야,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노트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워서 책을 읽는다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히구치 씨의 철두철미함을 엿보다 보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노력은 해보자라는 아주 솔직한 결심이 서기 마련이다.

히구치 씨도 처음부터 노트를 써온 건 아니어서, 1984년 새 업무지로 부임하면서부터 노트를 시작했다. 부임지에서 이룰 큰 목표를 노트 커버에 적어놓고, 업무 연락처를 새로 작성하면서부터 히구치 씨의 새역사가 열린 것. 그의 노트는 '발상/단가(일본 전통시)/개인적인 계획/에세이 줄거리/일기/스케치/어학 등의 기입식 암기용'으로 쓰는 개인노트와 '회의록/업무계획/전화나 미팅 내용 메모/전화번호용'으로 쓰는 회사노트로 나뉜다. 그러나 분실을 우려해서 두 노트를 하나로 통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히구치 씨 이야기로는 이 '통합노트'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 노트의 강점을 '이동 사무소'라는 한마디 말로 표현한다.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이 노트 하나만 있으면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쓰임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용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업상 노트 필기가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회의록, 출장 보고서 작성 등)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기계발서다. 자신의 능력의 한껏 신장하고 싶다면, 히구치 씨의 조언대로 노트를 써보자.

노트는 누구나 쓰는 것이지만, 요령있게 노트쓰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 다닐 때도, 노트 필기를 잘하는 친구는 반에서 몇 안 되어 시험 때면 그 친구 노트가 가장 인기 좋았다. 그렇다면 노트 필기의 관건은 무엇일까?

1. 플래너와 수첩을 노트에 통합하여 손에 들기 좋고, 한눈에 볼 수 있는 노트를 마련한다. 반드시 노트 앞장에 이름과 노트를 시작한 년월일을 적는다.
2. 항상 휴대해야 할 물건은 노트 앞 뒤 표지에 주머니를 만들어 수납한다.
3. 노트의 뼈대를 만들고(필기 주제를 크게 크게 구분할 것!), 오른쪽 상단에 필기한 날짜를 반드시 적는다.
4.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바로 노트에 적고, 차차 1차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나간다. (계속해 나가면 발상노트가 된다.)
5. 매일 아침 사실을 중심으로 전날 일기를 적는다.
6.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기분 좋은 일을 실행하면 1포인트를 주는 마라톤 시스템을 도입한다. 적정 포인트가 적립되면 자신에게 상을 준다. (노트 필기에 애착심을 길러주는 수단으로 사용)
7. 한번 쓰기 시작한 노트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뒤 절망하여 노트 필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7가지 수칙을 지키고, 히구치 씨만의 간단 필기 기호를 참조하면 자기만의 노트를 가질 수 있다. 이미 20년간 노트를 써온 히구치 씨는 입만 열면 '노트 예찬'이다. 노트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나쁘게 말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고, 좋게 말하면 그 일이 매달리는 모습이 여간 천진하지 않다. 노트를 쓰는 사람의 자의식이랄까, 그런 것도 얼마쯤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상당히 깜찍하다. 노트의 달인이 전하는 메모의 기술은 다른 책과 별 차이 있으랴만, 노트에 대한 열정 만큼은 누구도 히구치 씨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서술이 경쾌하고 간명하여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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