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의 태반은 '감정이 격한' 사람일 거라고 짐작한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단정의 오류를 범하면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즐겨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참 매력적이다. 왜냐? 일거에 앞에서 한 말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고, 일거에 모든 쓰잘데기 없는 변명과 하품과 비난을 100% 무시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말은 무척 비장한 말이다. 누군가 내게 말해준 것인데 이 말은 '전체와 대결하려는 주체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말이라 했다. 그 때문인지 니체와 베버는 유독 이 말을 사랑했다고 한다. '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그 의미불명의 시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이토록 비장하고, 결의에 찬 단어가 필요했던 것이리라고 늦게사 나는 생각한다.
청자를 배반하고, 주체의 의지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역동적인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좀 더 멋지게 말해야 했는데...... -_-;;;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가? 에라..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이런 의미가 있다는 걸 알면서 쓰면 기분이 좀 색다르다. 어떨 땐 '비겁'하고, 또 어떤 땐 '용감'하고, 어떨 땐 '무모'하고, 어떨 땐 '무기력한',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 이 단어를.... 오늘 한번 사용해보고, 이용후기를 달아주시길. (아아~... 아무도 관심없다면, 설 연휴 탓이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