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고아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5월
구판절판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가는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버린대."



우주의 고아.

머리까지 뒤집어 쓴 담요를 홱 걷어 버리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몸을 덮쳐 올 것 같은 진한 감색 어둠에 숨이 막혔다.

우주라는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 하늘은 이렇게 어둡고, 끝이 없고, 그리고 몹시 거칠어진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들의 빛이 강해지고 약해지면서

앞을 다투며 반짝거리고 있다.

스미레 선생님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누구나 가장 힘든 때는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렇게 때문에 미숙한 지혜를 짜내어,

엉터리였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해 왔다.

소인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려 나도 함께 뛰려고,

계속 뛰려고 했다.



14년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하여

린과 즐겼던 시시한 놀이들.

그런 놀이에서 나는 분명히 배웠다.

머리와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얼마든지 밝을 수도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우주의 어둠 속에 삼켜지지 않는 방법.

고아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말야."

...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를

더 열심히 찾으라고 선생님이 말했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키오스크가 말했다.



"손을 잡고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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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의 고아'라는 말, 그래서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 가슴이 아린다.

푸하 2007-01-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정서랑 많이 비슷한 거 같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눈물 많고, 정 많은 스타일이세요? 푸하님은 음, 잘 모르지만, 왠지 따듯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푸하 2007-01-2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 많은 사람이 참 좋아요. 정이 부족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어요. 기회되면 정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음을데려가는인 님,은 참 사람을 좋아하는 분 같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2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푸하님이 어딜 봐서 정이 부족해요. 말도 안돼 :):):)
글고 저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해요.
 
 전출처 : 잉크냄새 > 끌림

떠나는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 너무 오래 매달리다 보면 내가 붙잡으려는 것이 누군가가 아니라, 대상이 아니라, 과연 내가 붙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게임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게임은 오기로 연장된다. 내가 버림 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잡을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어 더 이를 악물고 붙잡는다.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분노한다.

당신이 그랬다. 당신은 그 게임에 모든 것을 몰입하느라 전날 무슨 일을 했는지 뒤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당신은 그를 ' 한번 더 보려고' 가 아닌 당신의 '확고한 열정을 자랑하기 위해' 그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 그 끝지점을 확인하는 순간 큰 눈처럼 닥쳐올 현실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이병률의 <끌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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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잘못 사용하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게 '다르다'와 '틀리다'인 것 같다. 영어로 따지자면 '다르다'는 'different'요, '틀리다'는 'incorecct'이다. 즉 '다르다'는 '너와 나는 생각이 달라.'라고 할 때, '틀리다'는 '답이 틀렸어.'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르다'보다는 '틀리다'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나는 그게 왜일까, 무지 궁금했었다. 아는 오빠와 밥 먹다가 이 얘기가 나왔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미국사람들도 'different'라고 해야 할 때 'incorrect'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차저차 얘기를 하던 중에 오빠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은 '맞고' 남의 생각은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틀리다'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하, 정말 일리 있는 말이구나 싶었다. 특히나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생각만 밀어붙이고 그것이 당연한 진리인 양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세상을 '다른 게' 아닌 '틀렸다'는 시각으로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에 틀린 게, 얼마나 존재할까?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맞다고 생각했는데 틀린 게 될 수도 있고,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맞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내 작은 생각조차도 1,2년 전에 이거다, 라고 생각했던 게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져 있는 걸.

그러니 유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너는 나와 달라, 너는 생각도 나랑 달라, 하지만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니까, 인정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인정해볼게. 라는 사고방식. 조금 더 마음을 넓게 가질 순 없을까. 아는 사람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나는 내가 언제나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 약간 쇼크였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고집이 생길 때,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이 따라와주지 않을 때, 저 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걸, 관대해지는 걸 느꼈다.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한 20%정도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거, 모두들 기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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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1-1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때 삶의 또 다른 눈이 띄여진다고 하던데, 눈 하나 더 생기신거죠?^^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1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게. 눈 하나 더 생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닌지라.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거 같아요. ㅎㅎㅎ. 잉크냄새 님 요즘 바쁘신가 봐요. 보기 힘들어요.(징징징)

푸하 2007-01-19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것이고 같게 사용하면 틀린 것이 되겠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1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푸하님. 빙고!
 

 

오랫만에 시집을 읽다가 부욱 찢어진 시 한 편의 추억이 생각나서 혼자 슬금슬금 웃었다. 술 마시는 자리에 친구를 불렀는데, 친구가 왔을 때쯤 나는 술이 조금 오른 상태였다. 그때 친구가 무슨 종이쪼가리를 건네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시'란다.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시가 너무 좋아서 적어서 전해주고 싶은데 적을 시간은 없고, 그런데 오늘 꼭 전해주기는 해야겠고...... 그래서 그녀는 과감히 그 책에서 시가 적힌 부분을 찢어냈다. 그러고는 꼬깃꼬깃해진 그 종이쪼가리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던 것이다. 시가 너무 좋다면서.

그때는 그렇게 마음을 전달하고자했던 친구의 따듯한 애정에 감동하기보다는 친구가 그것을 찢어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재밌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번 낭송해보라는 친구의 말에 낄낄 웃다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소란스런 술자리 속에서 시의 존재 같은 건 5분의 화젯거리도 되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 날, 술에서 덜 깬 상태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 꼬깃한 종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꼬깃한 종이를 펼치니 연녹색 시가 보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는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 <우화의 강>

 

아- 찬찬히 읽다가 감동해버렸다. 그제야 이 시를 읽으며 나를 떠올렸을 친구의 마음, 그 마음을 당장에 전하고 싶어서 과감히 책을 찢은 친구의 따듯함이 내 마음으로 전해졌다.

그래, 소중한 건 그렇게 전해야 하는 것 같다. 그 순간, 그 마음의 진실을, 그때에 표현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과감해지는 것.

그래서 친구가 전해준 마종기 님의 <우화의 강1>은 나에겐 최고의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친구가, 친구의 따듯함이 함께 겹쳐져서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그리고 자랑하고 싶다. 나에겐, 멋진 친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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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7-01-14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이라면 전부 소중하겠지만 그 중 더 각별한 건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나누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 같아요. 참 좋은 친구가 있어서 저도 덩달아 좋아지는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1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푸하님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또 좋습니다. :) 저도 이런 친구가 될려고요.
 

 

 

 

"저항하는 것은 지속되고, 지켜보는 것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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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 어디 스님이 하셨던 말인 것 같은데, 곱씹어볼 수록 최고의 명언 중 하나인 것 같다.

푸하 2007-01-1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