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
안그라픽스 편집부 엮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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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냐, 백배냐 하는 논란은 인도 관련 카페 어딜가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가끔 이 문제를 두고 신경전과 말다툼들이 오고 가는데, 내 눈엔 이런 이들이 영- 이상해보인다. 나는 두 책 다 들고다녀봤는데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더라. 그냥 자기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을 왜들 싸우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나는 두 달을 잡고 여행을 떠났고, 중부 이하로 내려갈 생각을 못했기에 백배를 들고 갔었다. 이유는? 보기에 편하니까!라는 정말 단순한 이유로. 하지만 '남부도 보고 갈래'라고 마음이 바뀌어서 한 달을 더 머물게 됐고 여행 중에 만난 친구에게서 론리를 물려받았다. 백배에 나온 정보론, 도저히 남부에 내려갈 자신이 없었으니까 좀더 상세한 정보를 담은 론리에게 기대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쪽이 더 좋았냐고 물어보면, 론리쪽에 마음이 더 기울긴 하지만 백배도 괜찮은 구석이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자신의 여행 스타일은 좀 고려해보고 그에 맞는 가이드북을 골라야, 음- 괜찮았어, 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1. 여행루트 - 남들 가는 데 위주로(단기여행)VS 남들 안 가는 데까지(장기여행)

백배 : 한국인 여행자가 주로 가는 코스를 위주로 보기 편하게 편집한 가이드북이다. 그 넓고도 넓은 인도에서 정말, 유명 관광지만 뽑아서 소개했기 때문에 이 가이드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주로 가는 유명 관광지를 위주로 여행을 한다면 백배가 좋을 듯. 남부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백배를 들고 가는 것은 말리고 싶다.

론리 : 책 두께만 봐도 알 수 있듯이(거의 전공서적에 가까운 저 두께의 압박-_-) 많은 지역을 꼼꼼하게 소개해놓았기 때문에 코스를 짤 때 선택의 폭이 넓다. 좀더 구석구석, 좀더 발길 안 닿는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론리!

2. 음식, 숙박 정보 - 가격 VS 품질

백배 : 정말, 백팩커들이 좋아할 만한 저렴한 곳 위주로 소개돼 있다. 그리고 음식점은 - 한국음식을 하는 곳이 많이 소개돼 있다. 김치볶음밥에서 수제비, 김치 등등. 심지어 닭백숙까지도 먹을 수 있다.

론리 : 아무래도 서양애들이 우리보다 좀더 잘 사는지라, 론리에 소개된 곳들은 백배에 나오는 곳들보다 가격이 좀 쎈-편이다. 하지만 시설 면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론리에 나온 곳들이 좀더 고급스럽다. 한국음식은 기대 말라.

3. 여행친구 - 한국 사람 VS 서양 사람

백배 : 여기에 소개된 곳으로 가면 어딜 가도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 친구 사귀기가 딱 좋다.

론리 : 론리에 나온 곳을 중심으로 가다보니, 한국 사람 보기가 어려웠다는 사람도 있었다. 영어가 좀 된다거나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으면.

4. 지도 - 감잡기 용 VS 정확하고 자세한 지도

백배 : 백배의 치명적인 약점이 엉터리 지도다. 하지만 나처럼 길치인데다 도통 지도를 볼 줄 몰라서 대충 감각만 믿고 물어물어 찾아가는 타입이라면, 여행지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감을 잡기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론리 : 정확하고 자세하다. 론리 지도 보고, 길을 참들 잘 찾더라. 꼼꼼하게 지도체크하면서 다니는 타입이라면 당근 론리!

5. 두께와 무게 - 들고 다니기 편하다 VS 엄청난 정보

백배 : 사진 많고, 보기 편하다. 앞쪽에는 날짜별로 추천할 만한 코스도 소개돼 있다. 칼라풀해서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

론리 : 백과사전일 줄 알았다. 두껍고 무겁고, 글씨는 매우 작다. 벗뜨! 심심할 때마다 읽어두면, 인도 전반적인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다. 나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책을 뒤적거려서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6. 그래도 가이드북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마세요 :)

가이드북에 나온 곳을 위주로 다니다보면, 당연히 그곳은 가이드북에 나온 그대로가 아니다. 가이드북에는 친절하다고 했는데, 엄청 거만한 자세로 손님을 대하는 웨이터를 만날 수 있다. 가이드북에는 음식맛이 죽인다고 했는데, 내 입맛에는 돈 주고 먹기에 아까운 음식일 수 있다. 그곳에 간 시간, 갔을 때의 기분, 혼자였는지 둘이였는지 여럿이었는지, 내 취향이 고급인지 완전 백패커 스타일인지 등등에 따라서 그 모든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가이드북은 말그대로 적정선의 정보를 제공할 따름이지 그것을 즐길 것이냐 말 것이냐는 여행의 주체자에게 달려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사람들의 말이나 우연 같은 감에 의지해서, 가이드북에 나와있지 않은 곳에서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 된다.

그러니 가이드북을 너무 믿지 말자고요.

인도에 가면 가장 많이 듣게 될 말, "No Problem!" 이것만 기억하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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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
사이토 미치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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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어떤 책에서 본, 빌리조엘의 엄마가 키가 작아 고민하는 아들에게 해줬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너를 바꾸지 마라. 나는 지금 그대로의 네가 제일 좋다. 걱정하지 말아. 상관없어. 다른 사람처럼 될 필요는 조금도 없어. 넌 벌써 완벽하거든. 사람들은 다 특별하단다. 누구나 다 조금씩 다른 거야. 너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특별함을 갖고 있단다. 나는 지금 그대로의 네가 제일 좋다.”


다시 읽어도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다. 그때는 어려서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한 사람의 존재를 아무런 충고도 비판도, 바람도 가지지 않고 온전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열등감과 모자람으로 가득 찬, 나 자신의 존재조차도 부정하고 또 부정하는 게 우리인데, 다른 사람을 그렇게 인정해준다는 것.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정신병에 걸렸으면서도 그런 자신을, 그렇게 모자란 자신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 자신과 잘 사귈 수 있게 되었으니,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 자체로 받아들여주는 게 너무도 당연한, 다정한 사람들인 것이다.

 

 ‘베델의 집’은 ‘우라카와’라는 마을에서 시작된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모임이다. 특이한 것은 빨리 병을 치료해서 사회로 복귀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그 모습 그대로,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는 취지 아래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여러 다양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완치되기가 어려운 정신장애의 특성을 생각하게 됐고, 이런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한복지회사’를 설립해 일도 해나가고 있는데, 역시나 누구나 잘라버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만 일을 하는, 언뜻 불공평해 보이는 모토 아래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 생활 방식 들이 한 저널리스트의 눈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나는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해도, 언제나 힘껏 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꽁꽁 감춰둔 채, 웃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이, 그런 사회이기에, 그런 인간들이기에. 사랑받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약한 인간이지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세뇌 당해온 인간들이기에. 그래서 ‘베델의 집’ 사람들이 내 눈에는 무척 자유로운 사람들로 보였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 진정성을 토대로 삼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돼 있지만, 누구보다 개성 있는 삶을 산다. 그야말로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진정 인간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고민하고, 고생한 사람들 -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진실한 자신인 채로, 살 수 있는 사람들. 모두가 평등하기에 그 누구도 버리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같이 가는 사람들. 아,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면 과장일까?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에서 벗어나는 인간이라도, 그 모두를 함께 끌어안으며 갈 수 있는 그런 상생의 사회가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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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5-11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사는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현대사회는 너무 획일적이고 마치 정답이 주어져있는 삶 같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5-1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회는 말로는 개성, 개성 하면서. 정작 개성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깍아내리고 배제시키는 경향이 있지요. 언젠가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오겠지요?^_^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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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행복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를 접했기도 했고, 누가 이러이러한 것이 행복이다, 라고 이야기해도 자신이 어떤 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도 예쁘고, 서점에 갈 때마다 좋은 자리에 놓여있는 이 책을 보면서 한 번쯤은 읽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별다른 건 없다.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건 이 책이 행복의 진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일 거다.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행복을 정의해나가고, 자기가 배운 것을 스물세 가지 정도로 정리한다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그리고 너무도 뻔-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사랑받는 것이고,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있는 것이고... 등등. 누가 모르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지 모른다기보다는 마음을 행복으로 이끄는 데 너무도 서툴러서 행복해지지 못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너무도 뻔해서 그만 읽으려했지만, 두 가지 정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강도에게서 풀려난 꾸뻬 씨에게 네스토가 하는 말.

"여긴 불행해질 수 있는 이유들로 가득한 곳이에요. 운이 좋은 우리들한테도.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우리는 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지요!"

그리고 노승이 마무리쯤에서 하는 말.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이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순간, 찰나의 행복이 모여서 인생의 행복이 되는 건데, 우리는 돈이 많아지면, 날씬해지면, 좋은 직장을 가지면...이라고 바라고. 그렇지 못한 자신의 상황과 먼 미래를 비교하며 자신을 불행의 늪으로 빠뜨려버린다. 하지만 인간사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인데, 먼 미래를 보면서 힘겹게 힘겹게 짐을 지고 가는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게. 그게 행복 아닐까 싶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도, 드디어 제 모습을 찾은 봄바람도, 옆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친구도. 모두가 행복인데. 아-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한 게 인간이다. 그냥 계속 조금씩 더 연습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하리!

p.s: 유럽에서의 엄청난 인기를 생각해볼 때 한국어판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직역투가 좀 심해서 건조하게 느껴졌어요. 저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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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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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박혜경 씨가 소극장에서 하는 콘서트를 간 적이 있었다. 스탠딩 콘서트였는데, 무대에서 여신처럼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곤 아- 저 여자, 가수가 천직이구나 싶었다.

그 일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박혜경이 전자라면, 박찬욱은 후자다.

김지운 감독과 더불어 영화계에서 말빨하면 뒤지지 않는다는 그라서, 글솜씨도 보통이 아닐 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으니 책값은 건진 셈이다.

우선 영화감독인 만큼 영화에 대해서 빠삭했으며, 인터뷰에서 그가 하는 말들은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날랜 권투선수 같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에선 가볍지만 결코 날려보낼 수 없는 무게가 담긴 말들을 툭툭 던져보였다. 무엇보다 '젠 척' 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는 게 많으니 밖으로 넘쳐 흐를 수밖에 없는데  자신을 보통 사람, 혹은 별로 멋있지 않은 평범한 인간으로 보여지길 원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물론 그래서 더 매력있게 보인 게 사실이지만.

사실 이 책은 박찬욱의 영화를 좋아해서 집어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JSA도 그의 복수 3부작도 모두 보았지만 그의 영화는 내겐 너무 잔혹하다(지금도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나서 울렁거리던 속을 부여잡은 채 밥을 먹지 못했던 그 날을 기억한다). 다만 간간히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는 왠지 매력있는 사람일 것 같아서, 그래서 궁금했다. 더더군다나 유명한 영화감독이 돼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묻는 말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 볼 수 있어서, 라고 했던 대답이. 저 사람 보통은 아니겠군.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역시나 나의 감(?)은 아직 팔딱팔딱 살아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이 사람 하고 술 마시면 밤새 지루하지 않게 가끔은 배꼽을 부여잡고 웃을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물론 실현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보았으니 자기 영화에 관한 이야기인 2부까지는 잼있게 읽었지만, 마지막 3부에서는 내가 보지 못했지만, 익히들어 유명한 줄 알고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 썰을 풀어놓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 영화들을 하나씩 섭렵할 때마다 그의 글을 하나씩 읽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서 남겨두었다. 물론, B급 영화 예찬론자인 찬욱 씨의 말에 현혹당해 그가 나열해 놓은 영화들 중 몇 편은 찾아서 볼까 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만, 박 감독 님! 언제 술 한 잔 해요!  안 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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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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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결혼은 하는 게 좋겠다, 고 생각했다.

물론,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외로워도 혼자서 외로운 것보단

둘이기에 외롭고,

그래서 서로에게 기대고 어리광 부리고, 투덜투덜대면서.

그렇게 사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약하고 나약한 존재.

그런 인간이기에 둘인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온 표현 중에 '들러붙는다'라는 말이 참 좋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들러붙는다'라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지만,

들러붙을 수 있는 것도, 기댈 수 있는 것도, 어리광부릴 수 있는 것도.

어떤 사람에겐 용기를 필요로하는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찰싹들러붙고 싶은 사람과 산다는 건.

잔인하면서도 행복한 일 아닐까. 에쿠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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