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의 공동체 교육 - 한국교육의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찾아서
심성보 지음 / 살림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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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남지 않은 2008년을 돌아보니, 이 일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단어는 바로 민주주의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단어였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랬고, 절차상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계속 그랬다. 그러나 올해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갖는 무게감은 과거 10년(그들의 주장대로 잃어버린 10년이다!)동안과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한동안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 짜증나고 싫어서 외면하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외면하고 싶어도 매일매일 충격적인 소식들이 내 눈과 귀를 통해 전달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말도 안되는 짓들을 저지를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론서들이 대개 그렇듯 두꺼운 책이다. 빛바랜 사진 같은 표지의 왼쪽에 마치 무늬처럼 글씨들이 쓰여 있다. 맨 위에 쓰인 문장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민주적 공동체 교육'  몇 년동안 나는 환경운동가로 그리고 문화운동가로서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워왔다. 그런데 싸워왔다는 것은 그냥 내 생각일 뿐이고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요즘 잘나가는 우석훈 선생의 표현을 빌려서)과 맞서 싸우기에 나와 동료들의 힘은 너무나도 약했다. 우리는 번번히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논쟁하기 좋아하는 이론가들은 늘 단어 하나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이며 적절하다 적절하지 않다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맞서 싸워온 두 괴물을 '신자유주의'와 '신개발주의'라고 부르겠다. 이 두 괴물과의 싸움은 앞서 얘기한 대로 늘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숱한 패배 속에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저항(운동)은 한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것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일상 생활속에 뿌리내린 문화적인 것이어야 했다. 문화적으로 달라져야 저 엄청난 두 괴물에게 싸움을 걸어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달라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너무나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것은 교육 현장인 학교에 가보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이 매일 우리의 눈과 귀로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현상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도 심각하다. 오직 대학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 그리고 오직 취직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대학 문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대학 입시보다 더 치열한 취업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교육학을 연구해온 이론가가 외형적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실질적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가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 될 것이지만 짧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조와 한계를 밝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적 공동체 교육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민주적 공동체 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생각해보고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공동체의 상호관계를 그려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 가를 다루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다루어지는 만큼 1부 보다는 좀 더 흥미를 갖고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민주적 학교(학급)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져야 할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태도를 버리고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주적으로 학급을 운영해 나가야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은 교육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읽어내기 어려울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연구자가 쓴 글이라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사회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교육의 문제를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자본의 힘에 사로잡힌 경영자들, 땅을 돈으로 보는 사람들 등은 모두 사람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기회가 없었던 이 사회의 구성원들 대다수는 아직 문제를 일으킬만한 힘을 갖지 못해서 그럴 뿐. 그들이 힘을 갖게 된다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만 달라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육을 전공하는 연구자들만 이 책을 읽을 일이 아니라 보다 더 폭넓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좀 더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 만약 이런 바람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면 보다 더 많은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학 연구자들이 이 책을 읽고 제발 학교만이라도 바뀌어서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신자유주의'와 '신개발주의'라는 두 괴물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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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이경민 지음 / 산책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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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성이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표지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다. 표지는 무척 공을 들여서 제작한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오래된 종이 느낌이 나는 광택이 없는 재질으로 되어 있고, 사진 부분만 광택이 나는 반질반질한 재질이다. 즉 부분적으로 코팅이 되어 있다. 요즘은 책 표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돈을 많이 들이는 추세인 듯 한데, 이 책이 딱 그 전형을 보유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의 경우 사진의 느낌을 잘 살린 좋은 표지임이 틀림없으니까.

사실 실제로 읽기 전에는 좀 더 사진이 많을 줄 알았다. 그리고 '경성, 사진에 박히다'가 제목인 만큼 서울 구석구석의 옛 사진들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잘못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이 많다기 보다는 옛 신문기사가 많았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한국의 근대, 즉 식민지 조선의 몇몇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작가가 굳이 이렇듯 무거운 느낌으로 글을 풀어간 이유가 궁금하다. 책의 내용은 무겁지 않으나, 문체는 무겁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 옛 신문기사의 인용도 처음에 몇 개를 읽을 때는 재밌지만 뒤로 갈수록 좀 지루해진다. 책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를 했더라면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통제하는데 사진을 어떻게 이용했는가를 주로 알려주고 있다. 특히 안창남이라는 비행사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고, 1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한용운의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표가 인상적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유관순의 수형기록표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사진관의 등장과 대중화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홍경이란 여성사진사와 남편 채상묵이 함께 운영한 사진관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의 표지사진으로 쓰인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도 이 부부가 운영하는 경성사진관에서 찍은 것이다. 3부에서는 사진과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인데도 이상하게 가장 재미가 없었다. 작가의 글쓰기 방법이 달랐더라면 아마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되었을수도 있겠다. 4부에서는 사진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현상들을 이야기한다. 사진결혼이란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에로사진에 대한 부분은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은 사진은 그것을 찍는 사람의 시각에 의해 기록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료로써 사진은 흔히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림이나 글과 달리 눈에 보이는 대로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으로 보는 옛 모습을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찍는 사람에 의해 한번 연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현상과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때에도 누가 찍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네번째 특집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젖가슴을 드러낸 여성의 사진이 나온다. 이 유명한 사진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본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것이 일본 사진사에 의해 연출된 사진임을 알 수 있었다. 근대 여성이 실제로 젖가슴을 드러내고 다녔다는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사진이 연출된 것임을 밝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의 가설처럼 당시에 여성들이 아들을 낳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기 편하기 위해 혹은 짧은 저고리가 유행이어서 사진처럼 젖가슴을 드러내고 다녔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부러 이런 연출사진을 찍어서 널리 유통시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과거의 모습을 자세히 알아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림과 사진이 있다면 좀 더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림과 달리 사진은 훨씬 더 다양한 모습들을 더 자세히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사진에 얽힌 식민지 조선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다만 다음에는 좀 더 읽기 쉬운 글과 더 많은 사진들과 함께 하는 책으로 작가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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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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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와 딸 둘, 이렇게 한 식구가 한 달에 한 번씩 절기마다 집을 떠나 자연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온다. 우선 참 부러운 모습이고,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집 아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매달 받은 것이 아닌가? 물론 지금 본인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들로서도 마찬가지이겠다. 요즘 세상에 다큰 자식들이 누가 그렇게 선뜻 따라나서겠는가? 이런 아이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도 매달 소중한 선물을 받아 온 것이다. 가만 나는 자라면서 식구들과 야영을 해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야영을 해 본건 아마 열 손가락 안에 꼽힐테고, 그 중에서 우리 식구끼리만 여행을 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모두다 아버지와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로 여름휴가를 가서 야영을 한 것이다. 경험이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야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경험의 차이가 나중에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될 지 상상할 수 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부모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제목인 [바람과 별의 집]이란 말이 참 좋다! 총 열 두 번의 야영기록을 읽으면서 매번 바람과 별과 함께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봤다. 얼마나 멋진 밤이 될 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 책의 표지는 그래서 참 매력적이다. 밤하늘 아래에 키 큰 나무가 여러 그루. 그리고 그 아래에 빨간 텐트와 자동차. 하늘에는 빨간 텐트가 보는 이를 유혹하고 있다. 표지에는 달도, 별도, 바람도 보이지 않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이울어가는 초승달과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의 별들 그리고 구름을 몰고 가는 바람이 내 머릿속에 환히 그려졌다. 수없이 많은 별이 수놓아진 검은 밤이라는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은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일상의 피로를 날려준다. 그렇게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황홀한 하룻밤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위안 받으며 나는 지친 일상 속을 헤쳐 나갔다.

책 뒤표지에는 이 식구들의 조그만 사진과 함께 짤막한 소개문구가 들어있다. 생협운동을 하는 아빠는 빛나는 별. 높은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큰 딸, 큰 바다란 뜻의 이름을 가진 작은 딸 그리고 산악잡지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글쓴이는 강한 바람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니 다 공감이 가는데, 다만 아빠의 경우는 조금 어색하다. 말없이 묵묵히 모든 일을 척척 다 해결하는 아빠는 좀 다른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오랜 기자생활 덕분인지 글쓴이의 필력이 여간 아닌것 같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단 산악잡지 기자 출신이라서 야외에서의 생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읽기만 해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야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천천히 두 번 읽으면서 많은 새로운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이 식구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 가볼만한 곳들을 잘 알려주고 있다. 역시 고수는 이런 데에서도 다른가보다. 남들 다 잘아는 유명한 곳들 보다는 아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주 좋은 곳들을 찾아다니는데, 그 장소들이 마침 절기랑 잘 맞아떨어져서 멋진 경험을 선사해주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로 내뱉게 된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적지 않고 총 열두번이나 되는 여행을 담고 있는 데 비해 내용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쓴이가 아는게 워낙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저런 내용들이 계속 들어가면서 글을 영양가 있게 만드는건 좋은데, 뭔가 하나의 주제에 좀 더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도 있었겠다고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또 달리 생각해보면 조금 산만해도 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조금은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대부분 아이를 위하는 엄마와 아빠의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분들이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었다. 특히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땅에서 자식을 키우면서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주제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왠지 지루하게 읽힐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책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쓴 열두달 야영일기’라는 부제가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왠지 눈에 잘 안들어올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굉장히 쉽게 잘 읽혔다. 지친 일상속에서 다만 하루밤만이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서  살 수 있는 이들의 용기와 결단력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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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최규석 님께서 기륭온라인카페(http://cafe.daum.net/kirungRelay)에 올려주신 그림입니다.
아마도 제가 취재글을 쓰기도 했던 지난 10월 20일 사태를 염두에 두고 그린 그림인 듯 합니다.
아래 글을 참고 하시면 왜 이런 그림이 나왔는 지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blog.aladin.co.kr/idolovepink/2363317


너무나도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최규석님께서 마음대로 쓰라고 했으니, 시간날때 여기저기 맘껏 뿌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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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지금까지 두 명의 남자친구를 만들었다. 첫 남자친구는 아이의 첫번째 어린이집에서 만났다. 같은반(아이들은 나이별로 반을 나눈다. 그러니 같은 나이라는 소리다.)인 남자아이중에 제일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둘은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부터 엄청 친해져서는 아침에 아이를 데려가면 남자아이가 뛰쳐나와서 서로 반겨주고, 저녁에 데리러갈때까지 꼭 붙어있었다. 그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나 아이들 사이에서도 거의 공식커플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제 고모의 결혼식에 한번 다녀온 다음부터는 틈만나면 머리에 손수건을 덮어쓰고는 '딴딴따단 딴딴따단 ~~'하고 둘이서 결혼식 흉내를 내곤 했다고 선생님들은 전했다. 그렇게 1년넘게 친하게 지내다가 그 남자아이를 비롯해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모두 그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상황이 벌어졌다.(도중에 어린이집 원장이 바뀌면서 선생님들이 자주 교체되고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을 옮겨버렸다!)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던 탓에 우리 아이만 혼자서 한 달을 더 다녔다. 친구도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동생들이랑 함께 지내면서 한 달을 보냈다. 그 한 달동안 아이엄마랑 나랑 열심히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공식커플이었던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잠시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새로 옮겨간 어린이집 원장이 알고보니 교육자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카테고리 아랫쪽의 글들을 보면 이전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이 원장과는 아직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못했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자신이 잘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안면몰수하고, 오히려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 화가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원장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인간이 덜되어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그 나이가 되도록(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가정의 엄마이고, 어린이집의 원장을 할 정도의 나이니까 하는 소리다!) 인간이 될 기회를 못 가졌다는 사실에 인간적 연민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원장보다는 그 밑에 있는 선생들이, 선생들보다는 아이를 맡기고 있는 부모들이 더 불쌍하다! 무엇보다 가장 불쌍한 건 그 인간이 덜된 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를 볼모로 붙잡고 부모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협박하는 원장 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야기가 잠시 새버렸는데, 암튼 그렇게 헤어져 있던 두 아이는 세 달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 아이가 그 남자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옮겨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랫만에 만난 두 아이는 함께 지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반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다녔던 어린이집과 달리 여기는 규모가 굉장히 큰 곳이어서 같은 나이인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반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었고 먼저 들어온 남자아이와 뒤에 들어온 우리아이는 다른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둘이 예전 어린이집에서 공식커플이었다는 사실이 여기 어린이집에도 알려져 있었다.

내가 여기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처음으로 데려간 날 아침, 아이는 낯선 방(교실)과 낯선 선생님들 그리고 낯선 친구들에 둘러쌓여 울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복도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옆반 선생님이 그 남자아이를 데려왔다. 우리 아이는 아는 얼굴을 만나자(그것도 늘 붙어다녔고, 딴딴따단도 수십번 했던 남자친구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울음을 그치고 다가가서 껴안았다. 마치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랫만에 친했던 친구를 만났으니 반가울듯한데 그저그런 표정이었다. 우리 아이가 자꾸만 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려하고 껴안으려 하는데 반해 그 남자아이는 뻣뻣하게 서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그 아이를 데려온 옆반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그러나 복도까지 다 들리는 목소리로) 요새 같은 반의 어느 여자아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지지말라고 응원을 해줬다. 기필코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생님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린이집을 나왔다.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서 두 달째 되는 요즘 우리 아이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에 의하면 아이랑 같은 반에 예쁘장하게 생긴 어느 남자 아이가 있는데, 우리 아이가 요즘 그 남자아이랑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 남자아이 이름을 대고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 종종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아이의 이름을 대면서 요즘 자주 만나냐고 물었는데, 못 본다는 대답이 계속 돌아왔다. 아이는 어느새 옛 사랑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선 것이다! 며칠 전에는 저녁에 아이를 데리러갔더니 원감님이 아이를 데리고 계셨다. 원감님이 나를 붙들고는 '아버님 어떡해요. 이젠 ㅇㅇ(옛사랑)은 안좋아하고 ㅁㅁ(새로운 사랑)만 좋아한대요. 제가 순서를 바꿔가면서 열번도 넘게 물어봤더니 계속 ㅁㅁ만 좋아한다고 하네요.'라며 다소 호들갑스럽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아이에게 남자친구랑 엄마랑 아빠중에 누가 제일 좋은지 물어봤다. 아이는 남자친구가 제일 좋고, 그다음으로 엄마가 좋고, 그 다음에 아빠가 좋단다. 내가 제일 꼴찌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아빠보다 남자친구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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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11-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새 어린이집에 금새 적응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고, 기쁜 일이죠.축하드려요.

감은빛 2008-11-20 19: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이곳 어린이집에는 빨리 적응하더라구요.
마침 그때가 아이엄마가 해외출장중일때여서 저 혼자 아이를 돌보고 있었을 때라서,
만약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하면 엄청 애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다행히 엄마없는 동안 잘 지내주어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