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엄마와 아빠와 딸 둘, 이렇게 한 식구가 한 달에 한 번씩 절기마다 집을 떠나 자연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온다. 우선 참 부러운 모습이고,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집 아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매달 받은 것이 아닌가? 물론 지금 본인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들로서도 마찬가지이겠다. 요즘 세상에 다큰 자식들이 누가 그렇게 선뜻 따라나서겠는가? 이런 아이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도 매달 소중한 선물을 받아 온 것이다. 가만 나는 자라면서 식구들과 야영을 해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야영을 해 본건 아마 열 손가락 안에 꼽힐테고, 그 중에서 우리 식구끼리만 여행을 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모두다 아버지와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로 여름휴가를 가서 야영을 한 것이다. 경험이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야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경험의 차이가 나중에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될 지 상상할 수 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부모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제목인 [바람과 별의 집]이란 말이 참 좋다! 총 열 두 번의 야영기록을 읽으면서 매번 바람과 별과 함께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봤다. 얼마나 멋진 밤이 될 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 책의 표지는 그래서 참 매력적이다. 밤하늘 아래에 키 큰 나무가 여러 그루. 그리고 그 아래에 빨간 텐트와 자동차. 하늘에는 빨간 텐트가 보는 이를 유혹하고 있다. 표지에는 달도, 별도, 바람도 보이지 않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이울어가는 초승달과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의 별들 그리고 구름을 몰고 가는 바람이 내 머릿속에 환히 그려졌다. 수없이 많은 별이 수놓아진 검은 밤이라는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은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일상의 피로를 날려준다. 그렇게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황홀한 하룻밤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위안 받으며 나는 지친 일상 속을 헤쳐 나갔다.

책 뒤표지에는 이 식구들의 조그만 사진과 함께 짤막한 소개문구가 들어있다. 생협운동을 하는 아빠는 빛나는 별. 높은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큰 딸, 큰 바다란 뜻의 이름을 가진 작은 딸 그리고 산악잡지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글쓴이는 강한 바람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니 다 공감이 가는데, 다만 아빠의 경우는 조금 어색하다. 말없이 묵묵히 모든 일을 척척 다 해결하는 아빠는 좀 다른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오랜 기자생활 덕분인지 글쓴이의 필력이 여간 아닌것 같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단 산악잡지 기자 출신이라서 야외에서의 생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읽기만 해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야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천천히 두 번 읽으면서 많은 새로운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이 식구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 가볼만한 곳들을 잘 알려주고 있다. 역시 고수는 이런 데에서도 다른가보다. 남들 다 잘아는 유명한 곳들 보다는 아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주 좋은 곳들을 찾아다니는데, 그 장소들이 마침 절기랑 잘 맞아떨어져서 멋진 경험을 선사해주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로 내뱉게 된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적지 않고 총 열두번이나 되는 여행을 담고 있는 데 비해 내용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쓴이가 아는게 워낙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저런 내용들이 계속 들어가면서 글을 영양가 있게 만드는건 좋은데, 뭔가 하나의 주제에 좀 더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도 있었겠다고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또 달리 생각해보면 조금 산만해도 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조금은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대부분 아이를 위하는 엄마와 아빠의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분들이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었다. 특히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땅에서 자식을 키우면서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주제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왠지 지루하게 읽힐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책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쓴 열두달 야영일기’라는 부제가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왠지 눈에 잘 안들어올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굉장히 쉽게 잘 읽혔다. 지친 일상속에서 다만 하루밤만이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서  살 수 있는 이들의 용기와 결단력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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