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월 말쯤 시민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이가 된 건 많지 않지만, 인터뷰어는 많이 해본 입장에서 대개 인터뷰 후에 글을 쓰고 나면 그 글이나 글이 실린 페이지 주소라도 보내주는 것이 예의인데, 이 분은 그런 피드백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했던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다.

어제 우연히 페이스북을 훑다가 못생긴 얼굴 사진이 뜬 기사를 하나 봤다. 내 얼굴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사진을 어떻게 이렇게 찍었을까? 아니 어떻게 이런 사진을 기사 메인 사진으로 쓸 생각을 했을까? 그러고보니 분명 사진을 잘 못 찍는다는 말을 했던 것도 같은데. 글을 읽어보니 자세히 소개하려는 성의는 보였지만, 글의 전개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글맛도 느낄수 없었다. 게다가 몇몇 내용은 내가 말했던 것과 미묘하게 달랐고, 아예 팩트 자체를 잘못 쓴 것도 있었다. 뭐 그리 심각한 오류는 아니라 넘어갈 수 있을 수준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뜻으로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게 핵심이 아니었는데 굳이 그걸 제목으로 쓰다니.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역시 사진이다. 아무리 내 인물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렇게 올려놓다니! 생글생글 인상좋게 웃던 그 귀여운 얼굴이 갑자기 미워진다.

지역 시민신문의 편집위원으로써 가끔 인터뷰 기사를 손보곤 하는데, 만약 우리 기자나 시민기자가 이런 글을 가져왔다면 한숨이 나왔을 것 같다. 사실 인터뷰 기사는 생각보다 쓰기 어렵다. 오래전 잡지사에 있을때 내가 쓴 인터뷰 기사를 본 선배 편집자는 내 글이 너무 찰기가 없다고 평했다. 사실 그 글은 나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리 손을 대도 더이상 나아지지 않아, 어쩔수없이 보냈었다. 그 후로도 인터뷰 글을 쓸 일이 생기면 늘 그 선배의 평이 생각난다. ˝니 글은 너무 찰기가 없어. 니 글은 너무 찰기가 없어. 니 글은 너무 찰기가 없어......˝ 무한 반복으로 머릿속을 울린다.

뭐 그 생글생글 웃던 귀여운 얼굴의 시민기자를 탓할 마음은 없다. 그는 나름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 믿는다. 혹 입장을 바꿔 내가 글을 쓴다해도 훨씬 더 잘썼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사진은 진짜 안타깝다. 쓸만한 사진이 없었다면 그냥 사진을 실지 말았르면 좋았을걸.

피서

휴가를 다녀오니 서울은 그야말로 불볕더위다. 잠시 움직여도 등판이 다 젖을만큼 땀이 난다. 밤에도 더워서 잠들기 어렵다. 그런데 사무실에선 또 하루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니 춥다. 비염과 냉방병이 만나 컨디션이 최악이다. 내가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해대니, 사무실 다른 사람들이 조금 내 눈치를 보긴 하지만, 그래도 에어컨을 주구장창 틀어놓는다. 옛날 같았으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며 주기적으로 껐다 켜기를 반복했을텐데, 지금은 그런 일조차 귀찮다. 이들은 듣는 순간에만 고개를 끄덕일 뿐 자신이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두는 일에는 전혀 죄책감이 없다. 하필 내자리가 에어컨 바람을 곧바로 맞는 자리라 자리에 앉아 일하기가 힘들다. 온도도 내가 올려놓으면 어느새 누군가가 낮춰놓는다. 차라리 남들이 있는 낮엔 밖에서 다른 일을 하고, 저녁에 야근을 하는게 더 맘 편하다.

오늘은 아이들과 지내는 날이라 좀 일찍 퇴근해서 밥을 해놓고, 반찬 두어가지를 만들어 놓으려 했다. 늘 그렇듯 계획은 틀어지게 마련이다. 오후 늦게 중요한 전화를 받고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다. 결국 퇴근시간을 한참 넘겨 사무실을 나섰다. 아이들을 만나 밖에서 밥을 먹고 집에 들어갔는데 더웠다. 평고라면 얼른 샤워를 하고 속옷만 입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겠지만, 오늘은 나가고 싶었다. 아이들과 얘기하다가 북카페를 가기로 했다. 동네에도 괜찮은 북카페가 있지만, 갑자기 알라디너 야나문님이 떠올랐다. 집에서 좀 거리가 있지만 가보고 싶어 버스를 탔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은 야나문에서 쓰는 중이다. 아이들은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눈의여왕 그림책을 읽고 있고 난 보드카토닉을 마시며 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기분좋은 피서다.


고대사에 대한 이해

오늘은 한국일보 서평 기사를 읽고 보관함에 책을 하나 담았다. 가끔 온라인에서 허무맹랑하다 못해 정신상태를 의심하게 만드는 고대사 관련 글들을 접한다. 그래. 이해할 수 있다. 현실은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에 무기로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드를 사야할 약자의 입장이지만, 먼 옛날에는 대륙을 주름잡는 강대국이었기를 바라는 마음, 상상속에서만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헛된 상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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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8-0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야나님은 그 귀여운 얼굴을 보셨겠어요 ㅋㅋㅋ

감은빛 2016-08-05 23:50   좋아요 0 | URL
아니 루쉰님 글을 어떻게 읽으신 거예요? 제 얼굴은 못생겼고, 예전에 저를 인터뷰했던 시민기자가 귀여운 얼굴이었다구요.

루쉰P 2016-08-0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죄송해요....자몽이슬 한잔 마시면서...쿨럭 쿨럭...있다보니....

감은빛 2016-08-05 23:54   좋아요 0 | URL
자몽이슬 좋죠! 전 집에 오면서 매화수를 사왔어요. 더울 땐 왠지 소주가 별로 안 땡기네요. ㅎㅎ

수이 2016-08-06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곧_은 힘들 거 같지만 다시 만나요, 감은빛님. 먼 곳까지 와주셔서 좋았어요. :)

다락방 2016-08-0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나문에 가셨군요!!

yamoo 2016-08-10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감은빛 님도 야나문에 가셨나 보군요! 그나저나 휴가 잘 갔다 오셨나 봅니다..

요즘 더워더 넘 더운 거 같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