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만 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생긴 습관 하나는 늘 글감을 찾아 메모해 두는 것이다. 어떤 일을 겪거나, 듣거나, 보면 그걸 어떻게 글로 풀어쓸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수첩이든, 스마트폰의 메모장이든 간단하게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록해둔다. 짬이 나면 이걸 꺼내서 다시 문서 프로그램이나 메모장에 옮기면서 살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대략 글의 윤곽이 잡히면 그때 블로그를 열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막히는 지점이 생기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도 많다. 아직 생각해둔 분량을 다 쓰지 못했는데, 다른 급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쓰다만 글들이 생기는데, 문제는 다음에 이 글을 열었을 때, 이상하게 이어서 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거나, 어떻게 다음 내용을 풀어가야 할지 잘 모르겠거나, 다른 글이 더 쓰고 싶다거나, 다른 글이 더 급하다고 생각되어 쓰다만 글을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글을 쓰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다보면 쓰다만 글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는데, 심할 때는 약 한 달동안 너댓개의 임시저장 글이 있었다.
지금은 두 개다. 어릴때 읽었던 소년소녀문학전집에 포함된 두 권의 [철가면] 이야기를 쓰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 쓰고 저장해두었던 걸, 다시 건드릴 여유가 없어서 계속 방치 중이다. 또 하나는 지난 2월 5일 [커피의 역사] 강연을 듣고 와서, 간단히 후기 형식의 글을 쓸까 싶어서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글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려서 도저히 수습이 안 되어, 계속 방치 중이다.
오늘은 둘 중 하나를 마무리 지어야지 싶어서 열었는데, 이거 참. 한 숨부터 나온다. [철가면] 이야기는 좀 더 살을 많이 붙여야 하니, 시간을 더 두고 천천히 써야겠고, [커피의 역사] 강연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후기를 쓸 생각이 아니라 간단히 생각나는 대로만 끄적이고 싶었던 거라, 이 내용을 대략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커피 한 잔의 마법
강연 제목은 <커피는 '관계'의 역사다!> 였다. 강연이 열린 '수운잡방'은 망원역에 내려 골목으로 한참을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강사는 '커피스토리텔러' 혹은 '커피노동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김이준수 님이었다. 이 분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예전에 책 이야기를 모아서 낸 책 [100인의 책마을]에 함께 공저자로 참여한 인연이다. 당시에는 만나본 적도 없었다. 책이 나오고나서 이 분이 서평을 쓰면서 내가 쓴 글을 높게 평가하는 내용을 올려주셔서 꽤나 황송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 글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글은 아니었고, 김이준수님의 글이야말로 재미와 내용을 다 갖춘 아주 좋은 글이었다. 우연히 가까이 아는 사람이 김이준수님과 친분이 있었고, 이것도 인연이니 꼭 한번 만나자는 제안에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인 인연이 있었다.
이날 커피의 역사 강연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책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강연에서는 책에 언급된 내용 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선 커피라는 것이 과연 뭔가? 커피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도입부가 제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몇 개의 영화와 몇 개의 책을 언급하면서, 그 내용 속에서 커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재밌었다. 비록 책과 영화들 대부분이 낯선 것이었지만, 그래도 커피가 무엇을 했을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답은 강의 제목 안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강사는 이걸 '주술'이라고 불렀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라고 건네는 말 한 마디가 가진 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마력. 나는 강사의 말을 들으며 이걸 마법이라고 불러보았다. 커피 한 잔의 마법.
이성에게 다가갈 때, 편한 친구와 수다 떨 때, 업무상 만남이 있을 때 등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순간 자주 커피를 그 매개로 이용한다. 그럼 지금 이렇게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를 인류는 어떻게 처음 알게 되고, 언제부터 즐겨 마시게 되었을까? 책을 통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내용만 딱딱 짚어주며 알려주는 강사 덕분에 다시 한번 복습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책에 없는 재미있는 일화들도 간간히 곁들여주셨다.
강연 중에는 재미있는 통계들도 나왔다.
1)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이걸 인구 수로 나눠서 2)일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3)일인당 커피 소비량 2위인 나라는 어디?
4)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5)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은?
6)커피는 거래량으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 몇 위?
세계 인구를 70억으로 잡아서, 7)하루에 전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8)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커피의 주 성분인 9)카페인의 치사량은 얼마?
그럼 10)카페인의 치사량을 커피 잔으로 환산하면 얼마?
(즉, 커피를 마시고 죽을 정도의 양은 얼마?)
등등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알라딘 이웃들을 위한 이벤트!
위에 제가 언급한 10개의 질문 중에서 5개 이상을 맞추시는 분에게 원하는 책을 한 권 보내드리겠습니다.
※
이벤트 참여가 너무 저조해서 당첨 조건을 5개 이상 맞추는 분으로 낮췄습니다!
또 처음 한 분께만 드리려던 계획을 바꿔,
이벤트 기간 안에 5개 이상 맞추시는 분들 모두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기간은 27일 목요일 오후 1시까지로 하고, 이후 당첨자와 정답을 발표하겠습니다.
모처럼 이벤트를 열었으니, 더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