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실험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한동안 놓쳤던 에너지 관련 소식들을 잔뜩 긁어 모았다. 트위터는 초반에 잠시 쓰다가 그만뒀고, 인스타그램도 아주 가끔 달리기 기록이나 운동 기록을 올리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스레드는 달리기 관련 소식들을 접하기 위한 용도로 아주 가끔 접속한다. 페이스북은 아주 오래전에는 가끔 일상 기록이나 생각 등을 올렸지만, 한 10년 가까이 개인 이야기를 올리지는 않고 있다. 활동 내용 공유만 가끔 하고, 에너지 관련 뉴스들을 공유하는 정도. 페이스북에 소식을 올리지도 않으면서 끊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 때문이다. 이 분들이 종종 공유하는 여러 소식들. 본인이 쓴 칼럼들 등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고, 내가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이 분들을 통해 주요 뉴스들을 접할 수 있다.
오늘은 어쩌다 정치인 박지현 씨의 페이스북을 보게 되었다. 2월 25일에 올린 게시물이던데, 아주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밝혀 놓았더라. 그는 이 게시물을 쓰기 며칠 전에 자신의 사진(게시물 상의 표현으로는 자신으로 보이는 사진) 2장을 올리고 이 사진들이 AI 작업물로 보이는지, 실제 자신의 사진으로 보이는지 댓글을 달아달라고 했었다. 이 게시물을 먼저 읽고 나서 해당 사진을 찾아보니 댓글이 50개나 달렸더라. 그는 절반 이상이 AI 가 '아닐 것' 이란 댓글이었다고 결과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을 실제로 만나 본 사람들이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럼 그 사진 두 장은 다수의 댓글이 추정한 것처럼 AI 작업물이 아닌 실제 사진이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진 3장을 넣고 2,400원을 결제한 후 십여분만에 열 장의 사진을 얻었고, 그 중 자신의 평소 스타일과 가장 유사한 사진 두 장을 공유했다고 적었다. 그가 결과를 밝힌 것처럼 자신을 실제로 아는 사람들, 자신을 만나본 적이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사진을 실제 자신의 사진이라고 착각했다. 그는 “실제 사진이어도 어차피 보정은 들어가지 않느냐”는 댓글도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아예 카메라 어플이 아예 보정한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젠 그냥 사진을 찍어도 내 모습이 아니라 보정된 가상의 나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박지현 씨는 보정된 결과물이라도 실제 나를 찍은 것이라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이렇게 흥미로운 실험을 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인공지능으로 인물 사진들을 만들어 내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근 정치인들이 설 명절에 한복 입은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올린 경우를 예로 들며 이렇게 손쉽게 존재하지 않는 사진을 만들어 공유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만약 누군가가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고 싶다면 스튜디오 대여 비용부터 메이크업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할 것이고, 바디 프로필을 찍을 만한 몸매를 만드는 비용도 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사진을 넣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박지현 씨가 지불한 2,400원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인물 사진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딥페이크 음란물 때문이다. 자신이 자신의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인공지능에게 넣는 것은 어떤가? 그 당사자는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사용한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물이 실제 사진인지, 만들어 낸 가상의 결과물인지 알지 못한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알라딘 연간 통계
해마다 1월에는 알라딘 서재 연간 통계를 살펴봤었다. 1년 동안 내가 쓴 글이 몇 개인지 그리고 글자수로 따지면 몇 자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내가 작년에 글을 얼마나 썼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작년 2025년에는 과연 글을 몇 개사 썼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더니 25년 통계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더라. 작년 1월에 확인했던 24년 통계가 여전히 나를 반겼다. 음, 알라딘이 이제 서재 관리를 안 하는 증거가 되려나?
궁금해서 알라딘이 언제부터 연간 통계를 내기 시작했는지 살펴봤더니 2011년 부터였다. 그래서 알라딘이 집계해 준 기록들을 긁어 모았다. 그리고 작년에 쓴 글은 직접 세었다. 57개였다. 24년에는 24개 밖에 안 썼던데, 그에 비하면 많이 썼구나. 2011년 이전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알라딘 서재에 처음 글을 썼던 건 2004년이었던데, 그 해에 7개의 글을 쓴 후로 몇 년 동안 글을 안 썼더라. 다시 글을 쓴 것이 2008년이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쓴 글도 직접 세었다. 가장 많은 글을 쓴 해는 2011년이었고, 78개를 썼었다. 그 다음이 12년으로 63개, 그 다음이 작년인 25년이었다. 가장 적은 글을 쓴 해는 2009년으로 5개 밖에 안 썼더라. 그 이후로는 적어도 20개 이상은 썼더라. 아, 2020년에 17개가 두 번째로 적은 해였네. 이왕 조사한 김에 엑셀로 표를 만들어봤다. 글을 거의 쓰지도 않았으면서 부끄럽게 뭐 이런 걸 공유하나 싶기는 한데, 그래도 기록이라서 올려본다. 알라딘이 25년 통계도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일은
평소에는 가요를 거의 듣지 않지만, 아주 가끔 슬픈 노래들을 찾아 듣는다. 가요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와 부를 수 없는 노래로 나눌 수 있다. 남성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은 대체로 부를 수 있다. 취향이 아니라 부르지 않는 노래가 많기는 하지만 랩이 들어가는 노래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여성 가수들의 노래들은 음역대가 달라서 부르기 어렵다. 음을 낮춰 불러도 어려운 곡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부를 수 없는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박화요비의 [그런 일은] 이 떠오른다. 이 노래가 나온 시기에는 정말 영미권 팝송만 들었고, 가요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거의 유일한 예외가 이 노래였다. 박화요비 라는 가수가 참 매력적이라 느꼈던 것은 그가 부른 [wild flower] 를 들었을 때였다. 컬러 미 배드가 부른 곡을 참 좋아했었는데, 박화요비의 곡도 참 좋았다. 박화요비가 부른 노래 중에 이 [wild flower] 와 [careless whisper]를 참 좋아했는데, 그 다음으로 좋아한 노래가 [그런 일은]이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 듣는데, 다른 가수들의 커버곡들이 보이길래 하나씩 찾아 듣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정유진 이란 가수의 곡이었다. 영상의 설명을 보니 디아크 라는 그룹의 메인보컬이었다고 한다. 목소리도 아주 좋고, 감성도 좋았다. 그리고 깨끗하게 올라가는 고음도 인상적이었다. 이 어려운 노래를 이 정도로 부르는 걸 보니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거리에서 찍은 영상이라서 더 인상적이었다. 두번째는 웬디 라는 가수였다. 이 분도 어느 유명한 그룹의 메인보컬인 것 같다. 와! 이 분도 노래를 정말 잘 하더라. 정유진도 엄청난 노래 실력이라 느꼈는데, 웬디는 그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량도 더 좋고 곡에 대한 해석도 더 좋았다. 사람이 아니라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래포구 포장마차에서 회와 소주를 앞에 두고 노래를 불렀던데 야외에서 이렇게 라이브를 잘 하다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는 닝닝이라는 가수였다. 에스파 멤버라고 한다. 아마도 중국인인 것 같은데, 한국어 발음이 거의 완벽해서 놀랐다. 확실히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앞서 본 정유진과 웬디가 워낙 잘해서 이 두 사람 보다 먼저 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네번째는 박혜원이었다. 이 영상은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에 박화요비 노래를 아무나 시도할 수 없을텐데 라고살짝 걱정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후반부의 고음은 참 인상적이었는데, 곡 전체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다섯번째는 미연이라는 가수였다. 이 분도 어느 유명한 그룹의 보컬이었는데, 예전에 어느 예능에 나왔던 걸 본 기억도 있는데. 검색해보면 나오겠지만 귀찮다. 음색은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후반부 고음은 아주 많이 아쉬웠다. 원곡보다 키를 낮췄음에도 고음을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솔지라는 가수의 곡을 들었다. 와! 음색도 감성도 그리고 곡의 해석도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6명의 가수가 부른 [그런 일은]을 비교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어려운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모두 다 나름의 좋은 점들이 있어서 하나의 리스트로 만들어 두고 가끔 들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웬디 버전이 가장 좋았고, 솔지 버전이 그 다음, 세 번째는 정유진이었다. 이 세 사람의 노래들을 한번씩 더 듣고 원곡인 박화요비의 곡을 찾아 들었다. 아, 박화요비의 목소리를 딱 듣는 순간 앞서 들었던 노래들은 그냥 다 의미가 없어졌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원곡의 감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애써 만들어 놓은 새 리스트를 들을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읽고 있는 책들
이상은 늘 자본에 저항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자본에 종속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자본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많이 했었다. 하지만 급여를 받는 은행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대안 은행이라는 개념을 10여년 전에 접했을 때에도 대출에 대해서만 생각했었고, 돈을 보관하는 곳으로서 대안을 고민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시도가 있었더라. 빈고라는 협동조합은 그 역사도 무척 오래되었고, 규모도 생각보다 컸다. 2년 전에 조합원으로 가입했지만, 특별히 활동을 하지는 못했었는데, 작년에 [자본의 바깥] 책 출간 소식을 접한 후로 여기서도 뭔가 활동을 좀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이 책을 통해 용산 해방촌 빈집 이라는 독특한 운동에서 시작한 '빈마을 금고'가 빈고의 원래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얼른 읽고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근차근 꼼꼼하게 읽어야겠다.
2월 중순에 참여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대의원 총회에서는 [나이 들고 싶은 동네]라는 책을 받았다. 우리 주치의인 무영 님과 활동가 어라 님이 함께 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었는데, 미처 찾아볼 여유 없이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쓱 살펴보니 대체로 내가 알고 있던 동네 이야기였다. 그래도 책으로 다시 읽으니 다 알던 이야기도 새롭게 느껴졌다.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이제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새삼스럽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야금야금 조금씩 익히다보니 한자를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나는 어렸을 때 한자를 외우지 않았을까? 왜 대학 시절에 한자로 된 전공책들을 읽으면서도 한자를 외울 생각을 못 했을까? 나이 들어서 뒤늦게 한자를 익히려고 하니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무턱대고 그냥 한자를 외우려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한자를 좀 더 재미있게 익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때, 누군가 공유한 한시를 읽었다. 아! 한시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히는 재미가 생길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하지만 한시를 읽는 것과 한자 익히는 재미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단 시를 좀 더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