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이란 숫자에 1을 더할 순간이 지척이다. 이제 손 뻗으면 닿을 곳까지 다가왔다. 올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단위를 놓고 상대적으로 기억할만한 것들이 떠올라 끄적여본다.


담배가 줄다.


작년부터 담배가 별로 땡기지 않았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편집을 하거나 원고를 쓰느라 글을 붙들고 씨름하는 시간과 술에 취한 시간 외에는 담배를 그리 많이 피우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담배를 피웠던 건 늘 하는 변명,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은 순간엔 담배를 입에 물고 깊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과 쓴 소주를 탁 털어 넣는 것 외엔 다른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올해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여러번 있었는데, 그랬던 순간을 제외하고 평소엔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심지어 술 마실 때에도 담배가 땡기지 않아 다들 담배 피우러 나간 사이, 혼자 남아 소주를 홀짝이는 신기한 경험도 여러번 했다.


아,, 그렇다고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다. 이러다가 또 언젠가 담배가 무척 땡기는 날이 올 지 모르고, 그때가 되면 주저없이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며, 담배가 타들어가는 소리를 즐길 것이다.


술이 늘다.


생각해보면 주량은 늘 고무줄처럼 줄었다가 다시 늘기를 반복했다. 술이 늘었다는 표현은 주량이 늘었다기보다는 술 마시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제작년과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랬다는 말이다. 그건 이 재미없고 지긋지긋한 삶을 버티기 위해 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나와 같이 일을 해본 친구가 그랬다. 왜 니가 그렇게 술을 마시는 지 이제 알겠다고, 그전에는 술 좀 줄이라고 권하고 싶었으나, 이젠 그 말을 차마 못하겠다고. 술을 마셔야만 살 수 있다는 내 말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래도 몸 생각도 좀 하라는 충고는 잊지 않았다.


인정받거나 동정받거나


활동 경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활동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 와중에 여기저기서 나의 활동을, 어쩌면 나라는 존재의 일부분을 인정해주는 시선들을 느낀다. 그러나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는 동물이고, 누군가에게는 동정을 받기도 했다. 아마 그건 작년을 비롯해 그 어느 해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올해 유난히 상반된 이 두 시선을 많이 느꼈다. 그건 내가 과거보다 더 예민해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인정받는다는 건 기대가 커진다는 뜻이고, 기대가 커지면 나중에 실망도 커질 수 밖에 없는 법. 그러니 단순히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기뻐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간사한 동물이라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은 또 기쁘다.


우리는 한 시도 쉬지 않고 굴러떨어지고야 말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포스일뿐. 그저 다음에는 좀 더 인정받기를 원하고 좀 덜 동정받기를 원할 뿐.


늙음


한때 동안이란 얘길 많이 들었다. 지금은 주위에서 왜 이렇게 늙었냐는 얘길 주로 듣는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술과 일에 파묻혀 살면서 늙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아, 예전의 나와 비교해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땐 일을 즐겼다는 것. 지금은 그저 다른 방법이 없으니 버틸 뿐.


한 가지 아쉬움은 몸매는 다시 운동하면 만들수 있지만, 한번 늙어버린 얼굴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올해 유난히 팍 늙어버린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고 또 아쉬워 이젠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확 줄었다.


운동하고 싶어


반대로 씻고 나서 벗은 내 몸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언젠가 페이스북에 "매일 아침 씻고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몸에 반한다. 내 몸 왜 이렇게 예쁜거냐!" 라고 썼더니, 누군가 어떻게 그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여성 분은 본인이 무척 부끄럽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예쁜데 어떡하냐?" 되물었다.


그건 아마 작년 여름 일이었다. 공복에 운동을 하면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났던 시간들. 하지만 그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어깨 부상을 당한 이후로 거의 운동을 못했다.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어깨 부상의 영향으로 상체 근력운동은 아예 하지 못했고, 가끔 하체 맨몸 운동 위주로 했다. 그나마 늦봄에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해 짧은 기간 여름 대비 몸매를 만들었다가, 여름 휴가를 가기 직전에 무릎을 다쳐서 다시 운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번엔 무릎 뿐 아니라 어깨, 손목, 발목, 골반까지 몸 전체의 관절이 다 아팠다. 그 상태로 겨울까지 쭉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가끔 철봉에 매달리면 손목과 어깨 통증을 느껴 신음이 흘러나왔고, 하체 운동을 해보려면 무릎과 발목 통증을 느꼈다.


작년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벗을 몸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건, 그 전에 만들어놓은 근육량과 확 줄인 식사량 덕분일 것이다. 사실 나날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근육을 보며 마음이 초조하다. 애들 엄마가 작은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내 배를 보고 "니가 임신했냐?" 고 던진 말에 충격받아 다시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몇 년의 결실이 금방 없어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조금 아주 조금 여유를 갖자


최근 몇 개의 아주 어두운 글을 쓴 것처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꼬여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터 일과 가족 관계와 사회 문제 그리고 내 마음까지 총체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그 중 가장 큰 슬픔 중 하나는 사춘기 아이와의 소통 문제였다. 우리 딸은 착하고 순해서 그럴 일이 없을거라 여겼건만, 아이는 격렬하게 사춘기를 지나는 중이었고, 그만큼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나와 충돌을 일으켰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가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자기 키가 내 얼굴까지 닿는다며 즐거워하던 최근까지의 시간들이 머릿 속을 스쳐가며 안타까웠다. 안아달라고 보채던 마냥 귀여웠던 아이는 이제 온 몸으로 나를 거부하고 밀어내고 있었다. 안그래도 몸도 마음도 피폐한 나는 아이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껴 화를 내고 말았고, 그 화는 아이를 더 밀어내고 말았다.


한 발짝만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쉽게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구보다 격렬하게 사춘기를 보내지 않았던가. 그저 전부 모순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 반항과 폭력의 기억들. 그리고 착하기만 했던 아들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난폭하게 변해버린 모습을 보면서도 끝까지 믿어준 부모님이 떠올랐다. 나 역시 아이에게 그런 아빠여야했다. 끝없이 아이를 믿어주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아빠가 되어야 했다. 세상이 전부 아이에게 등을 돌려도 나만은 아이를 안아줘야 했다.


다만 그냥 다가가서 안으려고 하면 아이는 한 발 물러선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시절엔 나도 그랬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이에게 언제나 아빠가 여기 있다는 걸. 필요하면 늘 손을 뻗어준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작은 여유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려도 한 숨 돌릴 여유는 있는 법. 지금 이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을 두드리듯이 늘 찾으면 여유는 생기는 법. 아이와의 관계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모두 여유가 생겨야 볼 수 있는 법이다.



운동이 꼭 필요해

















지금처럼 술과 일에만 빠져 살아서는 그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지금 내게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다. 여러 해 전, 골반 부상으로 몇 달을 절뚝거리며 살았던 시절 저 두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운동법으로 도움을 받았다기 보다는 저자의 삶의 태도, 운동에 임하는 자세 등 정신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시 저 책들을 들쳐봐야겠다.


깊고 넓은 늪 속에서 조금씩 몸을 끌어올려야겠다. 언제까지 늪에 빠진 몸을 내려다보며 신세 한탄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8-12-2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면서 단 한번도 제 몸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 없는 운동기피자로서, 멋있고 부럽습니다......

2018 감은빛 님의 손에서 살짝 벗어난 것들이 죄다 웃으며 돌아오는 2019를 기원합니다^-^

감은빛 2019-01-07 20:57   좋아요 0 | URL
저는 쇼님이 무지 부럽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시는지.
하루종일 책만 읽어도 그렇게는 못 읽을 것 같은데요. ^^

새해 좋은 일들 가득하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8-12-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스센터에 다니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러닝 머신 뛰면서 예쁜 몸매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요.
건강만 생각한다면 운동할 마음이 크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운동할 땐 몸매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봤자지만요... ㅋ

감은빛 2019-01-07 20:59   좋아요 0 | URL
몸매를 가꾸려 운동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요.
저는 몸매가 목적은 아닙니다만,
운동을 하고도 몸매가 따라오지 않으면 그건 좀 억울하긴 하더라구요.
사실 먹는 걸 조절하지 않으면 열심히 운동해도
저절로 몸매가 따라오진 않더라구요.

2018-12-28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12-3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바 많이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감은빛 2019-01-07 21:03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인사말씀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8-12-3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이 시작입니다.
새해에는 올해 오지 못했던 행운까지 더해서 늘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은빛 2019-01-07 21: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인사말씀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