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나별 2004.10.19  /  28
 
이런 거 사랑일까요?

이사왔다며 떡 돌리기 심부름 온 고딩 오빠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가 내집에서 그의 집까지 돌아가는데 걸리는 발자국 수를 압니다
나이가 들어 커갈수록
박자국 수가 61발자국에서 39발자국으로 줄어 듭니다

그는 알지 못하지만
늘 그의 뒤를 따라 다닙니다
어느날
굉장한 '정보'를 얻습니다
동네 어귀 새로 생기는 술집의 주인의
그 오빠의 선배인가 봅니다....

자주 들러라...네....
그 대화 하나에
그녀는 직업을 결정 짓습니다
바텐더...
다른 술집은 절대 안되고
언제들를지 모르는 그 동네 어귀 술집의 바.텐.더.

암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우리의 오빠
이제는 야구선수인 그 오빠가
사형선고를 받고
그 술집서 술이 떡이 되게 마시고
뻗어서야
갸녀린 몸에 그 큰 야구선수를 지게에 태워
낑낑대며 여관으로 옮기고 난 후에야
다음날 오빠가 정신이 들어서야
이 세상에
자신도 함께 살고 있었음을 알리게 된
이 소녀 이나영의 사연....

이런 거 사랑일까요?

남자 장진(감독)이 바라 마지 않는
꿈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사랑 아닐까요?

물론 현실에 없다고, 아니 드물다고 사랑이 아니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10년이 지나도록
그가 나의 존재를 알지조차 못해도
그의 사람 면면 인생 면면을 알지 못해도
그저 맘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그를 좋아한다면

이런 거 사랑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읽기―전정희] “너나 잘해”

기사입력 : 2004.10.20, 22:34


‘마누라에게 반한 적도 없고 사랑을 느껴본 일도 없다. 그래도 10명이나 되는 애들을 낳았다.’

18세기 독일의 어느 평범한 재단사가 남긴 자서전의 한 대목이다. 보통 사람 헨들러라는 인물인데 소위 비망록이라는 걸 남긴 모양이다. 그의 기록은 어렸을 적 필부였던 아버지가 거친 글씨로 갱지 노트 표지에 ‘備忘錄(비망록)’이라는 표제를 달아 장롱 밑바닥에 두었던 것을 보는 듯하다.

생은 거대 담론 ‘국가보안법 폐지’처럼 요란할 것 같으나 이처럼 필부의 비망록과 같은 일상의 연속에 지나지 않다. 마치 방 안에 비치는 아침 햇살이 먼지의 흐름까지 잡아내는 따분함 속에 세월은 흐른다. 그런데도 모두 이 따분한 행복조차 지키기 어려운지 필살의 자세로 적을 만들어 내 불편함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똘똘한 내 자식 바보 만드는 것 아닌가 싶은 고교등급제에 대해 흥분하고 오금이 저려 어찌해보지도 못했으면서도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독립투사’가 된다. 보안법 폐지에 이르면 목소리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을 연구하는 학문이 미시사(微視史)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역사’ 즉 역사 속의 평범한 개인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로 파악하는 학문인 것이다.

경북 예천 대저동에 살았던 박한광(1801∼1834)이라는 분의 기록으로 시작되는 비망록 ‘저상일월’은 우리의 대표적 미시사다. 늦은 중세에서 이른 근대(1834∼1950)까지 6대에 걸쳐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아버지의 기록을 이어받게 되는 아들들은 “아버지가 쓰던 일기의 수택(手澤?손때)을 보며 감읍할 뿐…”이라고 말한 뒤 이어간다.

‘사학(예수교) 사건으로 서소문 밖(현재의 서울 아현동 굴레방다리 건너 공원 자리)에서 남녀 10여 명이 처형 당했다고 한다.’(1839년)

‘첫 닭이 울 무렵 도적 7,8명이 칼을 차고 방 안에 들어와 돈을 요구했다. 말만 들었지 도적의 얼굴을 보기는 처음이다. 가증스러운 일이다.’(1896년)

‘제천 군수가 일본 헌병에게 체포되었다. 군수뿐만 아니라 이속까지도 외줄어 엮어 길게 끌고다녔다.’(1905년)

‘면장이 양반,유생가의 전토와 소 말 닭 개 그리고 과실나무 뽕나무까지 자세히 적어갔다.’(1910)

‘(좌·우익의 싸움으로) 원근간에 사상자가 계속 발생한다는 소문이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1949년)

이처럼 나라 걱정에서 ‘셋째 아들이 아랫마을로 분가했다’거나 ‘친구와 함께 바둑을 두고 담화를 나누었다’ ‘학교 교사를 짓는다고 동네 사람들이 집집마다 돌아갔다’는 등의 일상이 소소하게 기록됐다.

흥미로운 것은 그 방대한 기록 어디에서도 약자를 억압하고 강자를 등에 업고 날뛰는 일을 찾아볼 수 없다. 또 가부장의 권위 의식으로 집안에서 아이와 여성을 홀대하는 경우도 없다. 20세기 초 조선을 방문한 영국의 여행가 버나드 비숍이 여성의 비참함을 보고 “빨래하는 노예”라고 비아냥대던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박씨가는 ‘대구에 가서 시험을 보는 둘째 아이를 격려하고 하루 종일 단오를 즐기며 놀았다. 30년 동안 없었던 일이다’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수대에 걸쳐 가족과 일에 만족하며 안빈낙도의 삶을 즐겼다.

대개는 이렇게 소박한 필부필부로 살고자 바란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의 쟁점,직장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린다. 그런데 바로 오늘 옆 차의 운전자는 애써 다스린 마음에 부아를 돋운다.

그 새벽 출근길,거침없이 빠지는 도로 상황에도 결코 신호에 멈추는 일이 없는 차 한 대는 차량 흐름이 워낙 많은 신호등에서 어쩔 수 없이 멈췄다. 우연히 길의 방향이 같아 뒤늦게 그 차 옆에 멈춰서게 된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차 문을 내려 한 마디 하고 만다.

“아니 얼마나 빨리 간다고 그렇게 위반하세요?”

60대인 듯한 부부. 그 남편이 내게 쏘아붙이듯 한 마디 하더니 훽 사라졌다.

“너나 잘해 임마!”

그를 향해 돈키호테가 되고 싶어도 너무 멀리 달아나버려 멍한 상태가 돼버렸다. 그 사이 뒤차가 경적을 울리며 삿대질하며 지나간다. 그래,14년 운전에 과속탐지기에 두 번 찍혀 봤다. 이만 하면 잘 한 거 아니냐. 너나 잘 하라고.

일상을 예찬하려는 우리의 속내는 이처럼 단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제 자식 실력 점검도 안 해본 채 고교등급제에 다시 흥분하고,정보 제공자의 의도도 모르면서 보안법 폐지 반대 논리에 힘을 실어주며,성매매특별법 제정을 힐난한다. 집에 가면 뚱한 마누라와 밀려드는 카드사의 내역통보서가 기다리고 있다.

아,내일은 반.드.시 행복해야겠다.

전정희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에세이―이진영] 낙엽과 열매의 거리
기사입력 : 2004.10.20, 18:22

작년 이맘때였다. 여의도 어디서였던 것 같은데,노란 잎을 안고 있는 은행나무가 쭉 늘어선 길이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였다. 이어 나뭇잎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들어서니 우수수 낙엽이 비가 되어 내린다. 떨어져 땅 위에 누운 잎들은 흡사 푹신하게 깔린 양탄자처럼 보였다. 잠시 그 나무 밑에 앉아 지난 여름날의 추억이라도 꺼내 보면서 낙엽 비를 맞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후,그 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있는 나의 시야로 들어선 건 나무를 흔들고 있는 환경미화원이었다. 흡사 막간을 이용해 무대 장치를 서둘러 바꾸고 있는 듯 보였다. 매일 매일 쌓이는 낙엽을 쓸어 담기보다는 한꺼번에 잎을 떨어뜨려 주는 것이 수고를 던다고 생각했으리라. 수북하게 쌓였던 낙엽은 성급한 그 아저씨 손길에 의해 말끔하게 치워져버렸다.

서울시는 올해,풍성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낙엽과 열매의 거리’ 51곳(총 114㎞)을 11월 중순까지 운영하기로 했단다. 떨어진 잎을 쓸지 않고 수북이 살려 도심 ‘가을 숲’으로 만드는 곳이다. 단풍잎 비를 맞으며 ‘낙엽의 거리’를 살포시 걸어보라는 배려다.

촘촘한 일상,쉽게 떠나지 못했던 가을 여행이 늘 아쉬웠는데 올해는 고교 시절까지 다녔던 정동교회,남다른 추억이 낙엽처럼 깔려 있는 덕수궁 돌담길을 정다운 이와 꼭 걸어보리라. 소슬바람과 더불어 호젓한 삼청동 길도 좋겠다. 그 어디쯤엔가 분위기 있는 작은 찻집 하나 있다면,나무가 보이는 창가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싶다.

찻잔에 뽀얗게 서리는 김 속에 멀지 않아 낙엽과 열매의 거리로 들어설 나를 본다. 복잡한 도심처럼 삭막한 삶인지라 여렸던 심성은 거친 나무등걸처럼 메마르고 갈라졌다. 공해와 소음 속에서처럼 감당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늘 가슴 깊은 곳에 생채기 하나 안고 사는 듯 아렸다. 살아 있는 자로서의 약속인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힘겨웠나. 그러나 그 모두 것을 이겨낸 뒤 얻은 보람이라는 열매를 안고,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또 다른 빛깔로 물든 아름다운 가을 나무 같은 나의 모습이기를 소망한다. 선홍빛,황금빛 낙엽 비 내리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차가운 거리 위에 누운 낙엽이 전해준 마지막 가을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힘겨웠지만 열심히 살았노라는….

이진영(수필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urri 2016-11-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리엔 플라터너스 잎들이 너울너울 몸을 흔들며 떨어져 누워 있네요.
아, 또 가을,
그 옛날 가을을 여기서 만나다니
 

사설] 검찰총장의 우려 경청해야
기사입력 : 2004.10.20, 18:20

송광수 검찰총장이 19일 국정감사에서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의 남북 대치 상황을 감안할 때 국가 안보를 위한 안보형사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송 총장은 또 북한을 반국가 단체 대신 내란 목적 단체로 보는 문제에 관해서도 북한의 폭력적 적화 노선에 대해 혼란과 이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안법 폐지 후 형법 보완이 법으로 확정될 경우 이를 일선에서 집행해야할 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책임자가 여당의 당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송 총장의 발언은 특히 정치 논리나 법리 논쟁이 아닌 수사의 구체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검찰 내부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안법 폐지 후 형법만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한 법학 교수들의 의견에 대해 송 총장이 실무적인 것과 이론적인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답한 게 그 예다.

하지만 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 등은 여전히 법안이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는 당내?외 우려를 일축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들은 북한을 내란 목적 단체로 규정하면 모든 안보 위해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내란죄 만능주의로서 오히려 무리한 법 적용으로 죄형법정주의 차원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공작활동이 폭동을 수반하는 행위보다 남한 내 친북 세력을 늘려가는 통일전선전술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이와 관련,여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대체 입법안을 계속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음을 주목한다. 특히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의원총회나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당론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용기 있는 발언이다. 탁상공론에 얽매인 도덕적 원리주의로 복잡다단한 정치 현실을 아우를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中企사회봉사 “규모는 작아도 큰 감동”

기사입력 : 2004.10.20, 22:30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기업처럼 풍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할 수는 없지만 튀는 아이디어로 각종 봉사활동을 펼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발간하는 월간지 ‘기업나라’는 20일 “기업의 사회환원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건”이라며 중소기업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첨단 구조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마이다스아이티는 매주 화요일을 ‘마라톤 데이’로 정하고 저녁 6시가 되면 임직원 90여명이 탄천 둔치에서 율동공원까지 왕복 10㎞를 달린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달린 거리 ㎞당 1000원씩 돈을 적립해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면서 직원 건강 챙기기와 나눔 실천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업체 제이앤제이에듀는 기부강좌를 매달 두차례 열어 수익금을 모두 사회복지단체에 기부,소외된 아이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엠파스는 네티즌들이 메일을 이용할 때마다 메일 한통에 1원씩 적립,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기증하는 ‘엠파스 연탄메일 캠페인’을 펼쳐 연탄 3만장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했다. 엠파스는 내년 2월까지 연탄 10만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흥공단 관계자는 “대기업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공헌 활동에서 중소기업들이 액수는 작지만 더 값진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중소기업답게 기발한 사회공헌활동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기자 chkim@kmib.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