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의 두번째 사냥감은 LG그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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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자산운용의 두번째 목표는 LG그룹이었다.
소버린이 재계 2위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주식을 5.46% 사들이면서, 실질적인 2대 주주가 됐다. 또 그룹의 주력 회사인 LG전자 주식을 5.7% 사면서, 3대 주주가 됐다. 소버린은 "지배권에 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기 위해 샀다"고 했다.
소버린은 재계 3위 기업인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최태원 회장에게 물러나라는 요구를 하는 등 2년 가까이 SK그룹을 뒤흔들고 있다.
소버린은 18일 주식시장 마감 이후 100% 주식을 갖고 있는 자(子)회사인 트라이덴트 시큐리티즈 리미티드를 통해 “㈜LG의 주식 5.46%, LG전자의 주식 5.7%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주식 보유 이유에 대해서 소버린은 “회사의 지배권 취득 또는 지배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지배권 관련)”라고 분명히 밝혔다. 또 소버린은 앞으로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소버린은 “경영진을 변경하거나 직접 경영, 이사 수 변경 등에는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모호하게 공시했다. 소버린은 보유목적을 지배권 관련으로 선택했지만, 경영진 변경 등의 계획이 밝힌 이유에 대해 “보유목적이 '단순투자'인지 아니면 '지배권 관련'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불분명하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소버린은 “LG전자가 좋은 회사이고, LG가 지배구조가 개선돼 한국에서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봐 매입했다”며 “오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매입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비상걸린 LG그룹, “M&A 가능성은 없다"지만
LG그룹은 이에 대해 “투자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적대적 M&A(인수 합병)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LG측은 “소버린이 산 주식이 많기는 하지만, 현재 ㈜LG 주식의 51.5%가 구본무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의 소유이고, LG전자의 주식 36.1%는 LG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우, 소버린이 2003년 3월부터 주식을 사들여 14.99%의 지분을 샀지만, 최태원 회장 등의 지분이 워낙 낮았다. 따라서, 소버린은 당시 SK네트웍스(당시 SK글로벌) 분식 회계, 대선 자금 수사와 관련해 기업 지배구조를 붙들고 늘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LG는 이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고 최대 주주 지분율도 높기 때문에, SK같은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 LG측의 분석이다.
일단 LG그룹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소버린이 SK만큼의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소버린은 SK그룹과 싸움에서 한국 법체계의 틈새를 헤집어, 항상 반발짝씩 앞서 움직였다. 실제로 소버린은 SK그룹을 M&A 하지 않으면서도 M&A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고 있다. LG그룹이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LG, LG전자 주가 폭등
물론, LG그룹측이 추정했듯이, 소버린의 1차 목표는 주가 상승일지도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이틀, 사흘 전부터 소버린의 움직임에 대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G 주가는 소버린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1월7일엔 1만8000원이었으나 18일엔 2만5200원으로 40% 올랐다. 소문이 돌기 시작한 16일엔 5.75%, 17일엔 2.17%, 18일엔 7.23% 급등했다. 실제로 18일 공시 이후 ECN(야간 장외 시장)에서 ㈜LG와 LG전자의 주가는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2003년 3월 소버린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할 당시 SK㈜의 주가는 1만원이 안됐다. 그러나 18일 가격은 5만6200원이다. 물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오른 것은 소버린의 영향이 컸다.
소버린은 SK㈜ 투자로 그동안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소버린은 SK㈜ 주식 1902만8000주(14.99%)를 2003년 3월과 4월 주당 평균 9293원에 총 176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5일 SK㈜ 종가 5만62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버린의 평가 차익은 무려 8925억에 달한다.
◆ 다시 움직이는 소버린
소버린자산운용은 작년말 임시주총을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실패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소버린은 최근 다시 움직이고 있다.
소버린은 조선일보 등 18일자 종합일간지에 “전문적이고 깨끗한 기업 활동으로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며 “그래야 세계가 대한민국을 알아준다”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마치 재벌그룹이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광고에서, 소버린은 “소버린 자산운용은 세계 시장에서 약 20년간 투자활동을 벌여온 건실한 개인 투자기관”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소버린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시세 차익을 얻은 소버린은 차익을 실현하려면, 즉, 주식을 팔려면 명분을 쌓아야 한다. SK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주총에서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소버린은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 위해" 투자를 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주식을 팔면 "결국 돈을 벌기 위한 머니 게임만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많이 얻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주총에서 소버린은 SK에 우호적인 주주들에게 표 대결에서 졌다.
▲ 18일자 종합일간지에 실린 소버린 광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