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모두 부산에서 모였다. 그때의 사진을 함께 보면서 서로 다른 기억들을 맞췄다. 그리고 누군가 가지고 온 기타로 MT 기분을 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우리는 참 많이도 늙었구나. 교장, 교감, 장학사 등 나처럼 퇴직한 이부터 모두 그때로 돌아갔다. 그 사이 어디론가 숨은 친구도(아무도 모른단다. 잘못된? 결혼으로 사라진), 이미 하늘 나라에 간 이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다닌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이도 있다고... 기차를 타고 오가는 길에 읽었다. 난다에서 2017. 2018 출판한 이런 형식의 책을 이어서 읽은 셈이다. 장석주의 글에만 눈이 많이 갔다. 박연준은 자꾸만 장석주와 같이 살고 있다는 표를 내려했다. 서로가 주고 받는 연애편지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러했다.

그 사이 무슨 투자를 하라는 이가 멀리서도 찾아왔고, 축하인지 뭔지 모를 전화를 친구도 없는 내게도 몇통이 와 본인 이야기만 한 시간씩 한 이도 있었다. 이러이러한 사람들로 슬펐다. 가려서 전화받고 만나야겠다.

오랫만에 꿀잠을 잤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펼치고 하루도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글을 읽는 이유는 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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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읽어본다
장석주.박연준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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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쓴 책을 읽는 행위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 그의 시선으로 보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와 같다. 책읽기는 누군가의 관점을 빌려 세상과 사물을 보고, 감정 이입empathy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타인이 빚어낸 이 앎의 집적체를 뒤적이고 읽는 것은 낯선 사람, 나와 다른 감각의 존재, 즉 외국인, 탐험가, 역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며 편협한 주관성을 벗어나서 타자와의 공감 능력, 타자의이해와 앎을 내 것으로 취하면서 문해 능력을 확장한다. (30쪽)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비참할 정도로 많은 ‘거짓‘이 필요하다. 진실이라니. 진실이라니. "얼어죽는" 진실 따위. (97쪽)

물질적 풍족이 반드시 다를 테다. 지혜, 사랑, 올바름, 고요함, 영성, 초월 따위의 가치를 좇고 따를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바란 것을 창조적 활도오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삶이다. (124쪽)

학습 기억이 줄면 대뇌피질이 굳어지고 뇌의 사고 기능에서 유연성이 사라진다. 그 결과로 회의가 없는 자기 신념과 강화된다. 따라서 신념 기억의 이상 비대화는 사고의 빈곤, 생떼쓰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학습 기억이 준 이들의 전형적 행태가 말의 무질서함과 생떼스기다. (160쪽)

내가 원하는 것을 못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생각에 해피하게 지낸 시절이 있어. 아, 나는 어쩌면 이리 운이 좋은가 음미하다가 그 비결이 떠올랐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만 원했다는 거야. 가지 못할 것은 아예 원하지 않았다는 것. (195쪽)

벗이 죽는 것은 기억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 아는 이들이 다 죽으면 기억은 ‘제로‘로 돌아가 존재의 영도로 전락하는 것. (250쪽)

내게도 노화, 쇠락, 다가오는 죽음은 다 낯선 경험이다. 마흔을 넘기면 ‘늙어감‘과 마주친다. 피부는 탄력을 잃고, 성욕과 기억력은 감퇴한다. 신체의 쇠락과 마주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이다. 늙음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은 불가피한 것.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살아 있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죽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새삼스럽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살았던 세월의 길이가 아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가가 중요하다. (280쪽)

책읽기는 "기호 해독 행위"이고, "망막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이 좌측 후두측두열구의 가장자지로 전달되고, 해독"되는 과정이다. 이때 뇌는 화들짝 깨어나 반응한다. 책은 재미, 위로, 교양, 기쁨, 고요, 휴식, 자기성찰의 계기들을 준다. 오늘의 문명사회가 점점 더 책과 멀어지게 하는 것은 "동시다발적인 자극에 중독돼서 두꺼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고도로 집중되고 한결같은 주의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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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통해 가 보지 못한 곳에서 한 번은 읽었거나, 또는 처음 마주한 책들을 펼쳤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 곳을 보듯, 그 곳이라면 이 책이야 하는 그런 책을 배낭에 넣고 떠난 이야기를 한 꼭지씩 만났다. 어딜가든 책을 가장 먼저 챙긴다면 책을 무지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나 또한 두세권씩 챙겨 떠나지만, 그 곳과 그 상황에 맞지 않아 그대로 들고 올 때가 많았다... 그러한 안목, 지금 이러이러한 책이 있다면 좋겠는데, 아쉬움을 줄이고 싶다면 저자가 간 곳을 갈 때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다...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북유럽 여행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그리고 선물들이 수시로 배달되었다.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서류에서 떨어졌다 - 설령 통과 되어도 시험이야 사전들고 하면 되겠지만, 외국어 면접도 남아 있다. 그리고 유명한 통번역 졸업생들이 온다는 소문을 믿는다면 그들과는 물리적인 차이가 어마하지 않을까. 등등의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다. -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한달에 한번 만나는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고, 안광복 출판강연도 들었다. 

그리고 3월이 되면 누가 권해 준 책을 번역하고, 발레를 배우고, 책읽어 주는 자원봉사도 하게 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책 읽기는 삶이 긴 여행이니, 계속 함께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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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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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든 위대한 것들은 한 지점에서 만나고 통하는 것은 아닐까? (126쪽)

사파에서 만난 소수 민족 사람들. ‘소수‘라고 쓰자 문든 시인의 일갈이 들려왔다. "누가 우리를 소수라 하는가/누가 우리를 적다고 하는가."(박노해) 삶의 모습에 대소와 귀천이 있을 수 없다. (147쪽)

끝이 안 보이는 긴 여행길에 절대로 끝나지 않을 책 한 권을 갖는 것. 그것은 여행자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일 것이다. (186쪽)

종교가 우릴 살게 하고 종교가 우릴 구원하며 종교가 우릴 학살한다. 신들만 화해해도 인간들의 슬픔은 없으련만. (238쪽)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매체인 신문과 ㅏ텔레비전은 오늘날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에 너무나 부실하고, 너무나 무책임하고, 너무나 비겁하다.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잇는지 알 수 있는 매체는 책밖에 없다. (267쪽)

여행은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꿈을 하나로 잃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했던 땅들이 마침내 눈과 코, 발바닥 앞에 벗겨질 때 그 만큼의 감겨과 함께 꼭 그 만큼의 상실감이 따라온다. (310쪽)

생전에 이뤄지는 꿈이 대개 그렇듯, 꿈의 간절함에 비하면 그 대면의 순간이란 한없이 초라하고 시시하기 마련이다.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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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취약함":"상처받지 않는 초연함"의 상태,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상처가 만연하는 세상에서 - 나와 무관한 과거의 일(어쩌면 그 일로 지금의 내 삶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너를 만났을까)과 오지 않는 죽음의 미래까지  -  온전히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교, 도교, 스토아주의, 에피쿠로스주의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현재에서 나의 태도에 집중한다. 의미가 있어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의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 부대끼면서 상처가 덜 아프도록 평정심을 유지하고 취약한 존재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 자신을 인식하면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도미노처럼 일어나 무력하게 하는 상처도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하나, 그간의 훈련과 연습으로 대처하면 되는가. 나만 상처받지 않으면 되는가? 나만 편안하고 초연하면 될까... 나의 상처를 제대로 인식한 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다. 드디어 두꺼운 돋보기를 맞췄다. 책읽기가 재미있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면 아는대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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