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길, 강의 내내 책을 읽었다. 한데를 나가면 금방 얼음같이 이마가 차가워진다.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온다. 둘둘 말아 입었건만...  

한페이지에 세가지의 글이 들어있다. 연극을 보는 듯하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들어 있으니까. 책이 참 낯설지만 재미있다. 어떻게 이렇게 쓸 생각을 했지.   

"하느님, 제가 죽기 전에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소서." 나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것이 구체적이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 그 소원을 철회했다.(어느운나쁜해의일기 p16) - 늙은남자 셰뇨르 C가 젊고 예쁜 여자 안냐를 보면서... 그런데 왜 금방 철회했을까요?  

죽기 전에 한가지 소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추운날 무지 괜찮은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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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절판


왕이 통치하던 시절에 왕의 통치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순진했을 것처럼, 우리 시대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하긴 마찬가지다. 이양의 규칙은 최고의 통치자를 찾아내기 위한 방식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합법성을 부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갈등을 막기 위한 방식이다. 유권자, 즉 데모스(demos)는 최선을 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임무라는 것은 사실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한 것이다. 즉, 한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다. -22쪽

자신이 하는 모든 말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한다. 똑같은 의미에서,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예쁘기 때문에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이나 자유롭게 한다. 버릇없는 아이의 사고방식. 문제는 그녀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데 있다. -56쪽

당신의 정체성은 오직 당신 것이야. 어떻게 보면 그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가장 귀중한 자산이잖아. 당신은 그것을 지킬 권리가 있어. 단호하게 말이지.-69쪽

너무 늙어서 사악한 생각들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그대로 가둬 놓아야 한다면, 그것이 정말로 사악한 것일까? 결국 이 세상에서 사악한 생각 말고 노인에게 남아 있는 건 뭘까?-101쪽

개연성을 무시하는 것을 구어적으로 표현하면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삶이 규칙들에 의해 살아지는 삶보다(아마도) 더 좋지 않을거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118쪽

그들은 정치란 본질적으로 진실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고, 혹은 적어도 모든 상황에서 진실을 얘기하는 것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길게 보면 역사가 그들이 옳다는 걸 증명해 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142쪽

하지만 의견은 기분에 따라 변한다. -145쪽

나는 영국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바와 같은 집단적인 축하 장면을 보면서, 내가 계속 이런 사람으로 고집스럽게 남아 있음으로써 인생에서 놓친 것, 나 자신을 소회시켰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얼핏 엿본다. 집단에 속하는(또 그 속에 있는) 기쁨, 집단적인 감정의 물결에 휩쓸리는 기쁨 말이다. 집단이 표준이고 혼자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이 무슨 깨달음이란 말인가?-188-189쪽

"네, 예쁘죠. 하지만 얼굴이 결국 사람을 어디로 데려다 주죠?" 우리 두 사람은 잠시, 얼굴이 사람을 어디로 데려다 주는지 생각해 보았다. -194-195쪽

당신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 줬어요. -224쪽

고등 동물만이 지루해할 수 있다. 니체의 말이다. 내 생각에 이런 발언은 고등 동물 중 하나인 인간에 대한 찬사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삐딱한 찬사다. 즉, 이런 말이다. 인간의 마음은 들떠 있다. 그것은 뭔가 할 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안달하고 불안해하며 결국 사악하고 분별없는 파괴로까지 치달을 것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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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중이다. 계단식 강의실과 목뒤까지 올라오는 의자는 얼마나 편한지, 들리는 만큼 듣고 잠도 자고 책도 읽을 수 있다. 강사분들의 이야기는 모두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현실감이 떨어지면 책을 펼쳤다. 전철안에서 오가며 읽기도 했다... 지난주에 MBTI 강의를 해서, 관련된 책을 다시 한번 읽었다. 그때의 목적은 각각의 고유한 자기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거였다. 우리나라에 MBTI를 도입한 분들이 역자여서 내용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매끄러웠지만, 뛰어쓰기가 엉망이라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사람들의 성격유형과 교육, 성격유형의 기질별 특징과 배우자, 학습양식, 리더쉽에 관한 내용이었다. 일단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기 자신을 이해했을 때야 비로소 타인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한 개인을 성격유형검사로 전부 이해할 수 있으리오마는 그래도 알게 되면 밑지지는 않는다. 나의 행동도 이해가 되고 너의 행동또한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나의 유형은 INTP...( 참고: 한국MBTI연구소 http://www.mbti.co.kr/  MBTI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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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습 나의 얼굴
David Keirsey & Marilyn Bates 지음, 김정택 외 옮김 / 한국심리검사연구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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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직관에 대한 두 가지 선호는 어떤 선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잘못된 의사소통, 오해, 비방, 중상과 모략을 낳는 근원이다. 이 차이는 사람들사이에 아주 넓은 장벽을 가로 지른다.-14쪽

우리가 받고 있는 학교교육은 감정(F)의 영역보다는 사고(T)의 영역을 훨씬 더 많이 다룬다. 그러므로 감정을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사람음 이와 더불어 사고를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사고를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은 감정의 측면을 발전시킬 기회를 동등하게 갖지 못하므로써, 감정의 측면이 상대적으로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게 될 수도 있다. -20쪽

판단형(J)의 사람들은 일의 종결에 보다 더 가치를 두고 추구하며, 인식형(P)의 사람들은 개방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면이 바로 J와 P를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될 수 있겠다. -24쪽

기질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힘들이 완화되거나 통합을 이루는 것, 상반되는 영향력들이 서로 완충되거나 상호 용인되는 것, 전체적으로 채색되거나 조율되는 것, 전체적으로 어느정도 종합되는 것, 그리고 다양한 것들이 일관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의 기질은 그 사람의 모든 행위 하나하나 마다에 서명을 하거나 무인을 찍는 것과 같아서, 한눈에 그 사람이 한 것임을 알게 한다.
......
따라서 형태(Form)란 획득회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며, 기질이란 살아있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선천적인 형태라고 말하고 싶다.-32쪽

기질은 아주 명료하게 행동을 결정한다. 왜냐하면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갖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바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7쪽

사람들은 자기와 반대되는 타입의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 결혼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만약에 결혼에 실패했을 때도 10년이나 20년이 지난후에 또 다시 자기의 반대 타입의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149쪽

NT아동은 어떤 내용이나 지시를 딱 한번만 일러주는 것을 좋아하며 반복해서 듣는 것을 참지 못하는 데 비해, SJ학생은 자세하게 지시받는 것을 좋아하며 내용이 반복되더라도 대개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한편 SP아동은 지시가 명확하든 명확하지 않든 간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나서는 자기 생각대로 처리해 버린다. NF아동은 지시받은 요점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에게 지시를 내릴때는 말로도 해주고 써주기도 해야 할 것이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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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같이 춥다. 식을 줄 모르는 추위다. 몇일간은 강의를 했다. 동일한 내용으로 여섯번을 말한다는 거, 이게 무지 힘들었다. 호응이 좋아 다행이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주말엔 대전에 갔다.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즐겁게 놀다가 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나에게 힘이 된다. 언제 만나도 즐겁고 동일한 내용으로 되풀이 하는 놀이지만 에너지를 많이 준다. 아이들도 그사이 많이 컸다. 후다닥거리며 시끄럽더니만,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게임하며 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똑같이 흐르지만 다 같지는 않다... 한가지 일을 한곳에서 하고 있다는 거, 세월이 흘러가도 한결같다는 것, 성공회대학교 교수들의 자랑이(?) 그저 좋아만 보인다. 또한 그들이 즐긴다는 무심과 무변의 축구 경기는 그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우리네 어린 시절, 낮과 밤의 경계가 애매한 상황, 저녘 어스름한 무렵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동네 집집마다 애 이름을 외쳐 부르는 엄마들 소리가 들려오고, 그 와중에도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나면 곧이어 골목이 텅 비게 되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밤은 슬며시 가난한 동네로 내려와 거룩한 위로를 드리우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와 같은 경지입니다.(느티아래강의실 p95)' 상상만 해도 된다. 이렇게 사는 거다.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소통과 상생과 나눔의 축구(p94)' 를 하면 된다. 아, 아직도 이러한 곳이 있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는가! 올해는 이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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