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자를 따라 이곳 저곳을 다녔다. 종로서적도 생각나고, 파주 지혜의 숲, 서울도서관, 삼중당 문고판도 생각났다. 고개를 뒤로 젖혀 볼 정도의 높은 천장까지 닿아있는 책장에 사다리를 걸치고 책을 찾아보고 싶다. 책이 가득한 그 공간, 책 냄새, 책장넘어가는 소리 등등이 떠오른다. 그렇게 읽다보면 환상과 현실에서 분명한 자리를 잡을거고, 분명 좋은 생각을 하게 될 거고,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꽃샘추위로 바람 부는 쓸쓸한 날에 1호선을 타고 달려가 시집이 가득 꽂힌 그 아래에 쪼그려 앉아서 읽었던 책들이 그립다. 아직도 코끝에 달려있는 아련한 기억 속의 책냄새, 그 냄새를 맡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 다녔던 도서관들도, 책 속에 갇혀 있고 싶었던 그날들로 달려가고 싶은 날이다. 책여행자를 따라가는 길은 상쾌했다.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책들, 책이 만들어주는 한단어, 한문장, 그 속의 그 길을 따라 계속 걷고 싶다. 가득 내려온 커피까지, 햇살이 내려 앉은 창가까지 오늘은 덤이 많아서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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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3-1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납니다 삼중당문고
장정일의 말마따나 글씨가 깨알같던...
그 많던 삼중당 문고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JUNE 2015-03-10 20:21   좋아요 0 | URL
글씨가 깨알같고, 세로쓰기로 되어 있던 책, 중고시절에 삼중당문고를 선물로 주고받았던. 그리고 서문문고는 세로쓰기가 두단으로 되어 있었고, 가격은 모두 몇백원이었지요...책냄새가 가장 구수했던 삼중당문고,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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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책을 읽고 쓰는 이유는 위험한 이상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닐까? 문학은 내 생각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겠다는 의도를 내려놓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소다. 의도 없이 서로 이해하려는 시간이다. 그제야 비로소 문학은 모두의 문학이 될 수 있다. (40쪽)

사실 우리는 혁명가로서의 마르크스를 알고는 있지만, 그가 14년 동안 대영도서관에 틀어박혀 싸구려 담배를 피워 대며 [자본론]을 썼던 긴 침묵의 기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가 항상 앉았던 시멘트 바닥이 닳아서 움푹 파였다고 할 정도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마르크스를 어떻게 보았을까? 어쩌면 단지 하릴없이 도서관에 다니는 실업자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결과를 보면 결코 무의미가 아니었다. (47쪽)

문자가 만들어 내는 환상 속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시고, 노래를 부르고, 먼 곳을 향해 나가야 한다. 책읽기는 온몸을 부딪쳐서 하는 것이고, 그렇게 온몸이 책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깨어 있는 사람의 독서법이다. (65쪽)

런던, 뉴욕, 파리..., 이 도시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꿈에 휩싸이게 한다. 우리가 이 유명한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이유는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만 보았던 머릿속 환상의 장소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그런 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은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와 피곤한 다리, 이방인이라고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선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냄새에 고픈 배를 ㄷ라래야 하는 실질적인 일들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경험은 골방 속에서 나 홀로 빚어내곤 하던 희미하고도 불완전한 세사오가는 또다른 기쁨을 준다.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에만 실감할 수 있는 게 있다. (193쪽)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그 간극을 좁혀 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책방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아무리 책 속에, 영화 속에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곳으로 달려간다면 바로 내가 그곳의 현실이 될 수 있다.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놀이를 하기에는 그 어디보다도 파리가 제격이다. (196쪽)

뉴욕은 화려한 만큼이나 많은 것을 잊기 쉬운 도시이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대도시의 고급문화가 마치 치장과 허세의 도구로 더욱 유용해지고 있는 듯 보일 때, 고급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구로가 옷차림에는 하이클래스라는 자부심이 묻어날 때, 나는 예술의 목적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런 자체로 인간의 영혼을 이야기한다는 건 왠지 아이러니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223쪽)

책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은밀한 문제가 드러나는 곳이 책의 공간이며, 그 안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떠나서 날것 그대로의 인간이 보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책을 쓰고, 또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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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의 트위터는 매일 조잘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전세계로 퍼져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저에게까지 왔네요. 촌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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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즐겁고 행복한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괴로운 것이라고,
고통도 사랑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기 마세요. (25쪽)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대로 볼 뿐입니다. (67쪽)

매일같이 햇볕만 쨍쨍하게 내리쬔다면
멀쩡한 들판도 사막이 됩니다. (100쪽)

당신이 입 밖으로 내뱉는 말 때문에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내뱉지 않고 삼켜버린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답니다. (132쪽)

변명하지 마세요.
어차피 사람들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을 뿐입니다. (169쪽)

사람이 익사하는 것은 강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10쪽)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언제나 길은 있습니다. (248쪽)

인생은 요리와 같습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면
일단 모두 맛부터 봐야 하죠.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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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은 거 같다. 때때로 그 기억들은 기억이 떠오른 순간부터 살을 입혀서 더 달콤하고 나에게 유리한 기억들로 각색했는 기억일 수 있다. 김연수의 십년간의 문장들을 되돌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글을 읽었다. 순간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 기억하는 순간 만이 자신이 아는 부분이라고 겸손히 말하는 저자는 긴 시간의 기억들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우연과 간절함으로 글을 쓴다는 것, 불안이 덮쳐도 당장의 눈앞의 순간이 지나도 책을 읽는다는 것, 그래서 치유된다는 것까지,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통을 연대할 필요가 있지만, 각 개인의 현실에서 가장 외롭고 연약한 사람들로 남게 된다는 것, 그래도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결국에는 간신히 자신만을 이해할 뿐이라고, 이렇게 되면 이 책은 어떤 이의 인생에 개입했다고 할까. 그건 독자의 몫이라고... 김애란은 발문에서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 오는 거다(202쪽)'고 말하고 있다. 책도 나이를 먹고, 나도 나이를 먹지만 '내가 아는 저녁, 내가 아는 계절, 내가 아는 바람.(207쪽)'처럼 내가 아는 글이 김연수의 글이었다. 그저 좋다. 담담히 10년전의 청춘을 돌아보는 자세랄까. 여전히 나에게 익숙한 글로 남아있을 거다. 10년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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