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은 거 같다. 때때로 그 기억들은 기억이 떠오른 순간부터 살을 입혀서 더 달콤하고 나에게 유리한 기억들로 각색했는 기억일 수 있다. 김연수의 십년간의 문장들을 되돌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글을 읽었다. 순간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 기억하는 순간 만이 자신이 아는 부분이라고 겸손히 말하는 저자는 긴 시간의 기억들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우연과 간절함으로 글을 쓴다는 것, 불안이 덮쳐도 당장의 눈앞의 순간이 지나도 책을 읽는다는 것, 그래서 치유된다는 것까지,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통을 연대할 필요가 있지만, 각 개인의 현실에서 가장 외롭고 연약한 사람들로 남게 된다는 것, 그래도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결국에는 간신히 자신만을 이해할 뿐이라고, 이렇게 되면 이 책은 어떤 이의 인생에 개입했다고 할까. 그건 독자의 몫이라고... 김애란은 발문에서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 오는 거다(202쪽)'고 말하고 있다. 책도 나이를 먹고, 나도 나이를 먹지만 '내가 아는 저녁, 내가 아는 계절, 내가 아는 바람.(207쪽)'처럼 내가 아는 글이 김연수의 글이었다. 그저 좋다. 담담히 10년전의 청춘을 돌아보는 자세랄까. 여전히 나에게 익숙한 글로 남아있을 거다. 10년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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