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읽어본다
서효인.박혜진 지음 / 난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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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립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혼자 뛰는 단거리가 아니라 같이 뛰는 장거리가 비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9쪽)

우리는 대체 얼마나 많은 좋은 소설을 놓치며 사는 걸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온다면 그때는 좋은 소설이 누락되지 않는 ‘소설 안전망‘이 구축됐으면 좋겠다. 독자 복지 차원에서. (35쪽)

맞춤법은 원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신과 문화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걸 수많은 서술어를 검색하면서 느낀다. (47쪽)

작품에 앞서는 존재, 작품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저자만이 작가가 된다. 그러므로 작가는 출판사가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자 스스로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독자가 만든다. 그리고 독자는, 책을 통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전해주는 사람을 작가라 부른다. (65쪽)

문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다 글을 써야 하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125쪽)

비평집은 꼭 많은 사람이 읽어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의미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다. (139쪽)

나의 문제는 곧 세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의 문제는 곧 내 문제가 된다. 철학과 문학은 세계와 나 사이의 관계를 명명하는 방식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묵직한 글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가벼움과 묵직함 사이의 수위 조절이 잡지 편집의 가장 어려운 점이라 생각하니, 태평양 건너 호주의 편집장에게 애뜻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다. (166쪽)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소설가는 거짓말하지 않는 몸으로 거짓이 아닌 이야기는 쓴다. 내게는 세실과 주희의 이야기 모두가 장막 사이로 흘러든 빛처럼 느껴졌다. 그 빛이 우리의 진실일 것이다. (210쪽)

비극은 사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명령의 무게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을 위반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 인간은 극단적인 악행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비극적일수록 그 발단은 사소하다. 어떤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령. 그 명령에 오랜 시간 학습되어 있는 자에게 용서와 반성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도록 훈련되어왔기 때문이다. (223쪽)

우리의 인생은 현재 시제지만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궁금해한다. 마음은 좀처럼 과거나 미래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어리석어 보이고 미련해 보이지만 그 어리석고 미련한 시차가 또한 우리들로 하여금 꿈꾸게 하고 기억하게 한다. (257쪽)

다르다 하여 불쌍한 게 아니다.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힘들고 괴로운 것이 아닌, 다름을 받아들이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갖가지 태도가 슬픔과 자조와 비판을 만드는 것이리라. (284쪽)

책은 가능한 것을 이야기하는 매체가 아니다.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 검증해보는 매체다. 하나하나,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속도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분량으로 벽돌을 쌓아가는 건 오직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285쪽)

[집 놀이]에서는 집을 가꾸는 것 자체를 놀이로 여기라 하는데 (중략) 이런저런 인테리어로 이렇게 저렇게 돈을 써서 집을 꾸며라, 라고 말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그보다는 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그 안에서 가족을 태하는 자세, 그렇게 생기는 ‘삶의 순간‘을 말하는 책이다. (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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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의 입구에서, 돌아보면 안되는데, 이때까지의 변명과 위로를 받기 위해 펼친 책이다.  

알랭드보통은 각각의 존재들을 위하여 철학자들의 이야기로 위로한다. 어쩌면 위로조차 제대로 보지 않으려는, 반성하고 싶지 않으려는 태도가 될 수 있지만,

종국에는,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기고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그럴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삶이 충분히 성취를 이룬 삶이므로 자족해야 한다로 위로 받는다. 

 

최근에 영화 '극한직업'을 보았다. 극한직업에 종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가볍게 웃으면서 보았다. 정가로 봤다면 무척이나 화가 날 수도 있겠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대수준이 필요하다. 타인과 외부환경을 탓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일들로 수명단축, 건강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신을 조율할 수 있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겨울 가족여행에서 퇴직축하 행사도 가졌다. 식구들 각자 준비한 선물과 긴 시간을 무사히 마쳐서 감사하다는 부모님은 금일봉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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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9-01-2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JUNE 2019-01-29 18: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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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진실과 동의어로 보는 것은, 인기가 없는 것을 오류와 동의어로 믿는 것만큼이나 고지식한 짓일 것이다. 하나의 관념이나 행동이 유효하느냐 않느냐는 그것이 폭넓게 믿어지느냐 아니면 매도당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논리의 법칙을 지키느냐의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다. (62쪽)

우리 인간은 당장의 충동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 대신 에피쿠로스보다 백 년도 더 전에 소크라테스가 도덕적 정의들을 평가할 때에 동원했던 것과 비슷한 질문 방식에 따라서 우리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8쪽)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에피쿠로스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쓸데 없는 의견들"로 인해서 더욱 악화된다. 그런 의견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반영하지 못하고 호화스러움과 부만을 내세울 뿐, 우정이나 자유, 사색은 좀처럼 강조하지 않는다. (91쪽)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포기하기만 하면 우리가 그렇게 분노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117쪽)

무조건 모욕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성향 뒤에는 자신이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이 헤코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의심할 때에는 누구든 혹은 무슨 일이든 자신을 해치려는 것으로 쉽게 판단하게 된다. (139쪽)

외부의 소음과, 그것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마음속의 생각 사이에 방화벽을 쳐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동기에 대한 비관적인 해석을 엉뚱한 대본에 끌어들여서는 곤란하다. 이런 규칙만 지키면, 소음은 결코 달가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격노하게 만들 이유 또한 없는 것이 될 것이다. (140쪽)

진정한 지혜는 보다 속된 자아와의 조화를 필요로 한다. 또한 지혜는 지적이고 고상한 문화가 우리의 삶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좀더 소박한 시각을 가져야 하고, 필멸의 인간이라는 틀에서 일어나는 절박하고 간혹 원시적인 요구도 받아들여야 한다. (176쪽)

우리는 가장 많이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해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은 공허하게 비워놓은 채 오직 기억을 채우기 위해서 분투한다. (207쪽)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사랑을 거부당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한다. 그는 더 이상 혼자서만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혼란을 겪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중략)
그 자신의 삶의 여정에서, 그리고 삶의 불행에서 그는 이제 자신의 개인적인 운명보다는 전체로서 인류의 운명을 더 돌아볼 것이다. 따라서 그는 고통받는 존재로서보다는 세상을 아는 존재로서 행동해야 할 것이다. (273-274쪽)

모든 괴로운 상태를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불만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진정한 재앙이다......나쁜 기후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만큼이나 비슷하게 우둔한 것이다. 인간의 병 중에서 가장 나쁜 병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치유로 보이는 것이 결국에는 그 치유의 대상이 되었던 병보다 더 독한 무엇인가를 낳았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수단들, 마취와 도취, 이른바 위안들이 어리석게도 실질적인 치유책으로 생각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고통을 곧장 진정시키는 방법들은 그 고통을 낳은 불만을 일반적으로 더욱 깊이 악화시키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ㄷ르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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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몸을 깨워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34년 가까이 일하면서 쓰러진 3일을 제하고는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종업식을 한 후 명퇴 결정도 들었다. 더 이상 올 수 없는 곳을 휘 둘러보고 나왔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몇번이나 묻고 또 물었다. 이제 와서 어쩔까마는, 치열하게, 당당하게, 잘 해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했다. 주변인의 시선보다 내면의 나의 시선이 너무 강했고, 기준치도 높아 어렵게 돌아 온 적도 있었다. 돌아보니 나로 인해 주변인도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은 두고 두고 기도로 갚을 일이다. 새해 들어 와 '철학의 위안(알랭드보통)', '고독할 권리(이근화)'를 번갈아 읽으며 바로 동해로 떠났다. 바다는 여전했다. 나도 여전히 똑같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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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19-01-1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해 전에 그런 마음으로 동해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초가을이었지요. 옷을 제대로 못 입고 가서 움츠리며 바닷바람을 쐬었지요. 그래도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내 마음의 무게가 별거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가슴에 큰 바위가 매달린 줄 알았는데, 넓고 깊은 바다 앞에선 돌멩이 수준밖에 안되겠구나..하는 마음이...무엇보다 건강하십시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주저앉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집니다.

JUNE 2019-01-17 19:2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내것일때와 아닐때의 무게감은 엄청 다르지요. 그게 내것이 아님을 알기전에는.. 늘 바다는 많은 것을 주었지요..
몸을 잘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고독할 권리
이근화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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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되는 하루하루 일상들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끝도 없는 질문들을 퍼 올리며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 말을 보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치열하게‘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은 ‘느긋하게‘였다.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말고, 명랑하게, 기꺼이 웃으며, 내 안의 것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었기 때문일까. 나는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들을 중얼거린 것은 아닐까. (15쪽)

바깥으로부터 규정된 정체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 미완인 채 자신의 부족함을 끌어안는 것, 다른 사람과의 교섭과 대화를 통해 변화를 꿈꾸는 것, 자주 절망하지만 믿음 안에서 희미한 불씨를 되살려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용기이자, 사랑의 힘이 아닐까. 그 희망은, 나를 나 자신의 고유함 위에 놓는 것과 나 자신을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사이의 긴장과 탄력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믿는다. (35-36쪽)

인간 세상에도 힘의 논리가 있고 먹고사는 일 이상으로 비대해지고 잔인하게 행사되는 것이 요즘의 사정인 것 같다. 본능과 관습과 문화를 이기는 경제 논리가 점점 강화되니 정말 두려운 것은 거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69쪽)

기억을 되돌려 지루한 고백을 하는 것은 무능력하고 볼품없는 누군가에게도 기회가 오고, 주변의 사람들이 도와 주면 그래도 살 만해지고 시 같은 것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조금 용기를 주고 싶다. 세상은 딱하고 개인은 불행하지만 조그마한 의지와 선행이 우연히 만나 한 삶을 문학적으로 이끌어 가기도 하는 것 같다. (147쪽)

말과 글의 즐거움은 나와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인간과 세계의 한계를 벗어나는 초월적 감정에까지 이르게 한다. 어떤 종류의 까발림은 즐거움과 위안, 초월의 감정 너머에 있는데 인간이라는 존재의 허술함을 드러내면서 이 세계의 견고함이 사실은 수많은 금(균열)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5쪽)

사건 사고는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기분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목숨이 위대로운 상황 속에서 인간의 판단 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초라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인간이란 유치하고 겁 많은 존재들이라는 것, 약하고 물렁하고 불완전하다는 것, 그런데 인간들은 삶이 가지는 모호함이나 우연함에 기대어 참 잘도 살아간다. 사랑이나 믿음이라는 허울은 쉽게 벗겨지는데 말이다. 서로를 뒤흔들고 위협하는 본능과 사악한 쾌감은 인간의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인간들은 서로를 흉내 내면서 앞으로 잘도 나아간다. 이 본능적 모방의 능력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충하고 스스로가 우월하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다. 나를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 너를 파괴하고 조정하는 잔인함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기술이다. (195-196쪽)

어느새 젊음은 내게서 빠져나갓다. 외모쯤이야 어때, 라고 말하는 당당하고 용감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라한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젊음을 대신해서 내가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젊음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면 우아하게라도 늙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을 대신한다는 관념 자체가 마치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피해망상적 집착인 것 같아 스스로도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223쪽)

식사란 칼로리를 채우고 영양분을 보충하는 행위 딱 그것만은 아닌 셈이다. 뜻을 천명하기 위해 곡기를 끊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간절함과 의지 이상의 선택이 거기 있는데 그 옆에 놓인 생수통과 소금 그릇 같은 것을 보면 인간이 인간임을 자처하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더불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가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고 배제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복잡한 생각의 그물 속에 빠진다.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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