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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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퀘렌시아이다. 나아가 언제 어디서나 진실한 자신이 될 수 있다면, 싸움을 멈추고 평화로움 안에 머물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곳이 퀘렌시아가 될 수 있다. (15쪽)

모든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여행의 내용이다.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가보다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가, 얼마나 많이 그 순간에 존재했는가가 여행의 질을 결정한다. 우리는 여행자이면서 동시에 여행 그 자체이다. (35쪽)

장소들은 본래의 모습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여행자는 며칠 만에 장소가 가진 신비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먼 길을 찾아가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일 뿐이다. 오랜 수고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장소는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106쪽)

정신에 가장 해로운 일인 ‘되새김‘이다. 마음소그이 되새김은 독화살과 같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문제 때문에 쓰러지지는 말라.‘라는 말이 있다. (중략) ‘나는 나 자신에게 두 변째 화살을 쏠 것인가?‘ (139쪽)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201쪽)

죽어서 여행 가방이 텅 비지 않도록 ‘가슴 뛰는 순간‘을 많이 살아야 한다. 스스로 감동하는 순간들, 삶을 자신의 가슴에 일치시키는 순간들을. 이 세상을 떠날 때 당신이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은 당신의 가슴에 담긴 것들이다.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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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에서 계절마다 낸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만났다. '가출', '다른 기억', '몫', '시간의 궤적'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소설도 나이가 있구나 정도, 어떤 글은 자꾸만 건너 뛰고 싶어, 글자를 보고 있어도 눈에서 벗어났다.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요즘은 삼시세끼를 잘 만들어 먹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먹는다라는 부분을 많이 경시했다. 많이 먹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격 운운까지 했다. 다행은 시간도 가지만 의식도 성장, 성숙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느리게 조금씩. 어쩌면 나이 드는 걸 실감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성장이니 성숙이 아니라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그 정도는 된다로... 그러거나 말거나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는다. 글에도 나이가 있다. 그래서 고전은 위대하다... 그런데 입가가 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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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소설 보다
박민정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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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언니와 나눈 대화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46쪽)

가족은 서서히 무너졌다. 실금이 생겼고 그건 조금씩 조금씩 넓게 번져갔다. 외부에서 봤을 때 흔들림 하나 없이 굳건하게 서 있었지만 아니었다. 폭풍도 이겨내고 비바람에도 견뎠지만 우리는 따뜻하게 비치는 아침 햇살에 가루가 되어 무너졌다. (158-159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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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18 소설 보다
박상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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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매년 여름마다 여기 올까?" 우리가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다음 여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현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다음의 다음, 또 다음의 여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현수는, 그리고 우리는 그날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 이후 잠시 동안, 결코 길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정적이 흘렀다. 매해 여름이란, 이런 아름다운 계절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이 지속될 여름이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아득하고 눈부신 말이었다. (99쪽)

나는 때로 사랑이라는 건 그 자체로 의미를 품고 있지 않은, 그저 질량이 있고 푹신거리는 단어일 뿐이라고 느끼곤 했다. 나와 연경이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순간을 세어 보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서로가 그 말을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지 못할 때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을 때조차 마치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려는 것처럼 그 말을 쏟아냈다. (101-102쪽)

막연한 덩어리 같은 생각을 언어로 풀어낼 때, 어렴풋하게 떠오른 문장들을 당신의 목소리로 종위 위헤 적어나갈 때, 당신은 더 이상 사람들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골똘한 생각을 써 내려간 글 속에서 당신은 당신 나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다 만나는 그런 순간들이 당신에게 줬던 경이와 행복을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계속해서 경험하고 싶었다. 그토록 나약해 보이는 당신 안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고 흔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글로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보이는 당신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라도 증명하고 싶었다. (147-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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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여름 2018 소설 보다
김봉곤.조남주.김혜진.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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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혜인을 바라보다 어떤 고백은 아주 길고 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떤 고백은 고백을 기다려온 시간보다 훨씬 더 길 수 있지 않을까? (41쪽)

너는 계속 말했다. 도대체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은, 아주 사소한 장면들을 자꾸만 끄집어냈다. 기억 속 어딘가에 모든 순간을 빈틈없이 반듯하게 적어놓은 사람 같았다. 그래서 언제든 페이지를 펼치면 그때의 일이 눈에 보일 듯 기록되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낡지도 닳지도 않는 책. 뭐 하러 그런 것을 다 기억하고 있나. 그러다가도 한 번씩 내가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좋은 것을 좋은 대로 두는 릴.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두는 일. 망치거나 훼손하지 않고 간직하는 일. 시간을 거슬러 가서 그 모든 일을 없던 것처럼 무너뜨리지 않는 일. 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었다.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세간의 말들을 무시하고 좋았던 순간들만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네가 지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119-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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