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읽다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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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하나 있어. 흔히 사람들은 기사와 논설, 기사와 사설, 기사와 칼럼, 이런 말을 해. 그런데 이건 바보 같은 말이야. 신문에 실린 글은, 광고를 빼고는, 모두 다 기사야. (59쪽)

지식사회학은 지식이 사회(적 요인)의 소산임을 전제하거든, 노동운동(마르크스주의)과 양차 세계대전(제국주의 파시즘, 반파시즘)과 인간의 왜소화(정신분석학), 같은 사회적 요인이 아니었다면, 휴즈의 지성사 3부작은 나오지 않았을 거야. 더 들어가서, 이 3부작 자체가 지식이 사회(적 요인)의 소산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등장인물들의 전기적 사실에 관심을 준다는 점에서, 휴즈의 이 책들은 지성사만이 아니라 지식사회학에 속하낟고도 할 수 있어. (68쪽)

번역학을 연구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이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이 거의 없을 거야. 그러나 나는 다음 명제에 굳은 믿음이 있어. "모든 번역 텍스트의 저자는 번역자인데, 그 번역자는 원저자를 표전한 것이다. 그리고 원문을 잘 표절한 번역 텍스트일수록 ‘공식적으로는‘ 잘된 번역이라고, 좋은 번역이라고 평가된다." (108쪽)

내 소견엔 마르크스주의가 그 화사함과 정교함에도 불구하고 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르크스를 비롯한 그 선지자들에게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옅어서였던 것 같아. 그들은 역사를 거시적으로 관찰하는 데 너무 바빠서 사람의 본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어. (151쪽)

여러분이 꿈꾸는 혁명은, 그것이 이슬람 혁명이라 불릴지라도, 완전히 새로운 기획의 뒷받침을 받아야 합니다. 그 기획은 지루하고 점진적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유토피아적 기획에 저항해야 합니다. 그런 이뤄질 수 없는 기획은 무책임한 광기를 뿜어내며 가뭇없이 휘발하거나, 실천의 욕망을 지며리 지탱하지 못해 결국 또다른 좌절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이 책밍있는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목표들이 제한적이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겸손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획의 지평선이 멀어지지 않습니다. (159쪽)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그가 설령 따루 씨처럼 고등교육을 받은 이라고 하더라도, 대개는 육체노동에 종사합니다. 따루 씨가 책을 쓰거나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일종의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것은 따루 씨가 핀란드 사람이라는 사실에 빚을 졌으리라 저는 짐작합니다.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감이 작용한 거지요. (199쪽)

젊은 시절 저는 영어로 글을 써보기도 했고, 스페인어나 프랑스어로 글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그 언어들 가운데 하나를 직업언어로 삼겠다는 야심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헛된 바람이었다는 것이 이내 드러났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쓸 때, 저는 제 생각을 그 언어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제게 허락한 생각들만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 하나는 제가 그 언어들을 너무 늦게 다루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있을 것입니다. (208쪽)

가자지구나 바그다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파리나 보스턴에서 일어나면 전세계적 애도의 대상이 됩니다. 누군가가 폭탄테러로 죽었을 때, 그가 다수로부터 애도의 헌화를 받느냐 못 받느냐는 그의 국적이 결정합니다. 그가 프랑스인이거나 미국인이라면 헌화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시리아인이라면 헌화를 받기는 커녕 그의 이름도 사람들의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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