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서로 알 수 없다. 과연 나의 마음을,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그 사이의 간극은 깊고도 깊어,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게 심연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주 가끔 우연이라 말하기도 그러하고 애매하고 어찌된 건지 모르지만, 심연을 건너가 서로에게 닿은 이야기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다. 내 마음의 심연조차 건널 수 없는데, 그래서 엄마를 찾아가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때, 그러면서 저편의 타인에게 닿으려 말을 걸 때, 온전히 자신의 말과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때 심연을 건널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언제나 늦게 오는 깨달음, 아니 조금 앎이랄까, 자꾸만 과거의 기억이 붙잡으려 한다. 그때 그 분들이 나에게 손짓하고 바라봤던 눈빛과 몸짓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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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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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 늘 거기 남아 있는 것들, 어쩌면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여전히 지구에 남아 있을 그런 것들에 나는 위안을 얻었다. (11쪽)

바람이 목젖에 걸리다 말을 더듬거리다 마른기침 소리 들리고 어떤 석양은 이미 나의 하늘을 벗어나다 덧문이 덜컹거리고 시선이 황망히 집을 빠져나가다 지붕이 붉게, 붉게 타오르다 뜨거운 열기가 번져나 나 사랑했던 집, 허물어지다. (121쪽)

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과거의 점들이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앞으로 어떤 점들을 밟고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인생은 지금보다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너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점들이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네 인생은 몇 번이고 달라지리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는 말이 아니라 너라는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201-202쪽)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274-275쪽)

그런데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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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 지금 하는 일을 아주 많이 그만 두고 싶을 때, 그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해도 배부른 소리로 치부당하고,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조금만 더하지하는 말을 들었을 때, 부족한 나의 용기를 탓할 때, 정작 그만두고 무얼하지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면 머리가 텅비게 되면서 빈손만 보게 된다면, 그럼 어떡하지하는 여러가지 마음으로 천갈래 만갈래 생각이 새끼를 칠 때, '브루클린 오후 2시', '서촌 오후 4시', 두 권의 책을 집었다. 나는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다. 저자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녀의 특별한 용기가 부러웠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 하지만, 그녀의 출발점이 부러웠다. 늘상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속속들이 들여다 본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였다. 그녀가 시작할 수 있는 발화점이 나와는 다르니까... 애써 다독여본다. 굳이 위로 삼자면, 당장 그만 두고 무엇 쪽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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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오후 2시 - 낯선 곳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이야기
김미경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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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엄을 지켜주는 듯 보였던 외형적인 것들은 이제 이곳에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나의 존엄을 결정적으로 방해할 서투른 영어 억양이 추가돼 있을 뿐이다. 이제 새롭게 내가 보이기 시작하낟. 천둥벌거숭이로도 존엄할 수 있는 내 속 존엄성의 알갱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자가 아니어도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신문사에 다니지 않아도 늘 세상사를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픔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새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23쪽)

무엇을, 누구를 사랑한다는 게 뭘까? 책을 닦으며 누추한 내 책 사랑법에 창피해 하다 세상의 수억 가지 사랑법에 생각이 미치면서 맘이 훈훈해진다. 세상에는 낳아주는 사랑도 있고, 돈 주는 사랑도 있고, 키워주는 사랑도 있다. 격렬하게 포옹해주는 사랑도 있고, 정신 나가게 하는 사랑도 있다. 지켜보는 사랑도 있고, 말갛게 말갛게 닦아주는 그런 사랑도 있다. (41-42쪽)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가? 그러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일주일만 잘 관찰해봐라. 이때 어떤 곳에 돈과 시간을 쓸 때 아깝지 않은가를 잘 관찰하는 게 포인트다. 자신의 돈과 시간을 팍팍 쓰는데 통 아깝지가 않고, 콧구멍에 바람이 쑹쑹 드는 그 일이 바로 자신이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이 바로 자기 모습이다! 자기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일들에 쓰는 돈과 시간이 아깝고 쓰고 싶지 않다면, 그런 사람이 아니거나 그런 사람이 될 확률이 아주 낮은 거다. (61-62쪽)

우리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돈 버는 방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인 없지 않았던가? 학교 때 꽤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은 데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강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돈 버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돈 버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도록 알게 모르게 주입받아 왔던 게 아닐까? (128쪽)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불행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기억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일 것이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든 삻은 고통스러운 게 아닐까? 내가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은 마치 내가 태어다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는 것과 같다. (176쪽)

아시안권 언어를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미국인에게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 배우기는 천 배나 어렵다고 대충 어림짐작 할 수 있다. 고로......뒤집어서, 좀 억지를 부려보면 우리에게 일본어나 중국어 배우기는 영어 배우기보다 천 배나 쉬울 수 있다. 우리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가진 경쟁력, 천 배 쉽게 아시안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이 엄청난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 영어만으로는 세계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는 세상이 이미 열리고 있는데 말이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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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뒤의 글을 옮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고 삶은 당신의 턱에 주먹을 날릴 수 있다." 외로움에 지친 절름발이 카우보이의 슬픈 풋사랑, 냉전시대 스파이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형제의 스키여행, 싸움을 한 후에는 탱고를 추는 기묘한 부부, 엄마의 새 애인의 아들을 짝사랑하는 소녀, 안정과 신의를 버리고 새로운 사랑의 모험을 꿈꾸는 중년의 남자...일상 아래 고요히 들끓는 열망, 선택의 서스펜스가 그려내는 열한 편의 섬세한 이야기.

간결하면서 넘치지 않으면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들어 있다. 엊저녁에 간 식당에서의 일과 같다. 리모델링한 식당은 서비스자체도 모두 바꾼 상태라 어리버리하게 선택하는 어려움을 계속 겪였다. 결정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까지 하는 데도, 지난 번에 너무 익숙한 상태고 조금도 유사한 게 없어서 불편했다. 선택상황에서 누군가가 계속 결정해 주고 어려운 것을 바로바로 치워주면서, 한가지가 아니라 두세가지, 최대한 많은 가지 수를 즐기게 해주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두 가지를 할 수 있고,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누가 한 가지만 택할까. 그런데 산다는 건 바로 한가지씩 선택하게 하는 거 같다. 그런데도 꼭 두 세가지 길에 걸치고 싶다. 이것 만의 기쁨과 저것 만의 모험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 틈새에는 아픔과 슬픔, 힘듦, 수치, 불안, 걱정들로 들어차지만, 그래도 또 다른 길앞에 서 있게 된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가보지 않는 길은 동경의 대상이 되니까. 그래도 가지 않고 후회하는 거 보다 하고서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성에, 감정에, 열정에, 윤리에, 법에 어디에 초점을 두고 선택하면 될까. 그때 그때마다 다를 거 같다. 어떤 일에는 감정이 불같이 타올랐다가, 어느 때는 이성과 윤리가 지배할 때도 있으니까. 선택의 순간에는 분명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맛깔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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