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읽는 내내 떠오르는 단어, nomad.... 가는 사람 막지 않고 오는 사람도 막지 않는, 헤어지고 버려지고 그리고 떠나고 그러면서 또 다른 상처를 가진 이를 만나는 것. 소중하고 애써서 지키려 해서 혼자서는 어렵다는 것. 그러면 그런데로 놓칠 수도 있고 그렇게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떠나는 것. 누군가의 상처와 맞물릴 때 나의 상처는 뭐랄까, 아주 작은 부분이 되거나 버릴 수 있다는 것. 상처를 준 이를 따라가려 하지만 결국 혼자서 나의 삶을 오롯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들을 따라 죽음의 경계선에 있지만 나의 삶을 붙잡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 각자의 삶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 그게 한낱 백일몽으로 보일지라도. 그러면 돌아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 각자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 떠나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안되면 또 떠나 보는 것... 주인공들이 계속 떠나고 있거나, 떠난 누군가를 기리고 있거나 -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와 자기 삶을 사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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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가 끝난 뒤
함정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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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남씨의 생각으로 바다 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여섯시로 잡았던 저녁식사는, 초대객들의 피치 못할 사정들로 결국 처음 남편이 계획했던 일곱시에 시작되었다. (50쪽)

만난 지 이틀째, 우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갖고이나 연인, 사랑 따위. 오직 지금 이곳에서 보는 것, 듣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관계는 이어졌고, 삶은 계속되었다. 그가 자동차를 렌트한 덕분에 기동력이 좋아졌고, 그만큼 돌발적인 우회로들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혼자라는 이유로 찾아오는 이런저런 유혹과 잡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87쪽)

나는 그의 이름을 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삶에 대한 그의 약간의 태도와 몇 가지 기호들도 안다. 그에 관해 더 알려고 하면 책상 위에 놓여 있는스마트폰을 켜고 검색을 해보면 된다. (100쪽)

나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세계에 걸쳐 서 있었다. 경쾌한 소리, 투박한 소리, 엉기는 소리, 육중한 소리, 그들의 발걸음이 일으키는 소음은 걷는 것, 오르는 것,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행위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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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고 있지만 우리는 개별적이다. 공간을 같이하고, 법으로 연결되어 있고, 한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함께 살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기에 초점이 있는 '함께 산다는 것'을 몇 번이나 나눠 읽었다. 사람이 태어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와 해결책들이 들어있다. 사회에 관한 입문서로 볼 수있는데 읽으면서 '안성맞춤'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알맞은 내용이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일목요연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고 있다. 번역에 관하여 역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역자들이 쓴 글 같았다... 내가 맺고 있는 관계와 속해 있는 사회, 세계까지로 나아가 둘 이상의 사람과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짚어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기대, 구별, 지향, 집합행동의 딜레마, 강제, 상호의존에서 전체의 책임을 국가가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의식까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아니 사회 안에서 소소한 일을 가진 개인이 잘살기 위해서라도, 집합행동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점.... 


**집합행동의 딜레마 : 최상의 결과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나는 하지 않고 너만 일을 해서 해결 되는 경우, 나와 너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나와 너와 둘 다 하지 않았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 최악인 경우 나만 애썼지만 해결되지 않는 경우다.  


**내일은 대학동창들 모임이 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드디어 만남이 성사되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두근두근을 넘어 세근, 네근, 다섯근까지다. 30년만에 만나는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혹시나에서 역시나일까. 독립적인 인간으로 존재하는 걸까.... "어떤 사람이 '독립적'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어느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받은 것들을 돈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도 혼자일 수는 없다. 사람은 스스로를 돌볼 수 없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보게 할 수 있을 뿐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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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 세상의 작동 원리와 나의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
아브람 더 스반 지음, 한신갑.이상직 옮김 / 현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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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의 차이 중 어떤 것은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차이가 클수록 사회적 관계는 더 불평등해진다. 그러한 관계로는 권력 관계, 재산 관계, 위신 관계가 있다. (63쪽)

권력은 어느 누가 가지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66쪽)

고도로 계층화된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층에 있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확연하며, 그 차이는 권력. 재산. 위신의 세가지 위계 모두를 동시에 아우른다. (81쪽)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도 아이와 어른은 대개 규칙을 지킨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끼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키면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낀다. `수치심`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할 때 느끼는 어떤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한 일을 생각할 때 느끼는 어떤 감정이다. (101쪽)

언어 없이는 생각하기조차 어렵고 사람들과 접촉할 수도 없다. 이 점에서 언어는 인간의 상호 작용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언어가 발달하고 전파되고 습득되는 과정 또한 사회적 과정이다. 사람들이 없으면 단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다. 언어는 사람들 안에서, 또 그들을 통해서 존재하고 유지된다. (111쪽)

언어, 종교, 법, 과학, 예술을 통해 사람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방향을 잡고자 한다. 이들 지향의 수단은 어느 한 개인 안에 있는 것도, 그렇다고 사람들과 유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에 모여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무언가를 덧붙여간다. 지향의 수단들은 오랜 기간에 걸친 사회적 활동의 산물이다. (131쪽)

이 간단한 사례에서도 어떤 물건을 쓰기 위해 그 물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또 어떠한 교환 네트워크를 통해 여기까지 왔는지 등을 다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대개 그러한 문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은 글을 모르는 유목민들이 주위 환경에 대해 알던 것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158쪽)

두 차례 세계대전이 가져온 파괴, 또 그보다 더욱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핵전쟁의 잠재적 위험은 세계 평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고, 더욱 굳혔다. 그럼에도 아직 이러한 인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단일 공동체를 형성하고 연대감으로 뭉치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모두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공통의 적이 없다. 어떤 집단이 형성되더라고 그 과정에는 늘 배제가 수반되지만 그 누구도 인류로부터 배제될 수는 없다. 이것이 왜 전 인류를 포함하는 `우리`라는 의식이 아직 뚜렷하게 발전하지 못했는지를, 왜 그것이 대개는 한 민족의 민족의식,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묶어주는 공동체 의식, 또는 한 국가의 시민사이에 존재하는 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지를 설명해준다. (218쪽)

세계 문화는 현재 젊은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관광과 스포츠, 오락, 음악, 춤, 의류 등을 주 영역으로 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 양식도 점차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점점 더 다양한 상품들이 공급되고 있지만 이 다양한 상품들이 점차 어디서나 똑같아지고 있는 것이다. (221쪽)

오늘날 서양ㅇ의 부유한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부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빈곤에 대해 과거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들은 지속적으로, 대로는 뚜렷이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그런 상황과 마주한다. 그러나 그들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때문에 마음은 많이 가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느낀다. 이는 한편으로는 분개를, 다른 한편으로는 체념과 무관심을 낳는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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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여름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여름휴가와 결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미와 주목'에서는 피었다가 한 순간 사라지는 장미나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서있는 주목이 누리는 순간들은 모두 동일하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어 시작하지만 과연 그럴까로... 이사벨라에 대하여 자신의 욕망대로 함부로 했던 게이브리얼의 사랑도 휠체어에서 지켜만 봐야했던 노리스의 사랑도 모두 진솔한 사랑이다. 나는 장미, 너는 주목. 모두 같다. 내가 보고 알고 기억하는 것이 진실과 사실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사람에 대하여서는..... 미션임파셔블과 베테랑을 보았다. 권선징악..... 내가 선하다면 너는 악한가...... 너가 선하면 나는 악한가....... 순간의 선택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기회라는 게 거의 조금 뒤에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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