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한정판 더블 커버 에디션)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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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한다. (30쪽)

성욕은 처음에는 단지 생리적 현상, 호르몬을 깨우고 신경 말단을 자극한 결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은 감각적이라기보다 관념적이다. 무엇보다 받아들여졌다는 생각, 외로움과 부끄러움이 끝날 거라는 기대와 관련이 있다. (41쪽)

또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또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덧붙이자면,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 ㄹ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86-87쪽)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퍼붓는 비난들은 딱히 이치에 닿지 않는다. 세상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부당한 말들을 발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난폭한 비난을 친밀함과 신뢰의 독특한 증거이자 사랑 그 자체의 한 증상이고, 제 나름대로 헌신을 표현하는 바꾸러진 징표다. 분별 있고 예의 바른 말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고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뿐이다. (123-124쪽)

성적 욕구는 확고히 친밀해지고자 하는 염원에서 나오며, 그렇기에 사전의 거리감을 전제로 하고,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매우 독특해 기쁨과 안도감을 선사한다. (184쪽)

배우자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에 불륜에 뛰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파트너를 배신하는 수고를 감내하려면 대개 파트너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207쪽)

결혼: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237쪽)

결혼 생활의 정당성은 감정보다 더 견고하고 지속적인 현상들, 즉 나중에 수정 불가한 최초의 약속 행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창조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만족에 대한 무관심을 타고난 자식들이라는 존재가 있다. (242쪽)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주는 것뿐이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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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참 이상하지, 그렇다. 채식을 하겠다고 분명 말했는데도, 육식을 강요하고 있다. 남편, 언니, 형부, 아버지, 어머니는 자신들의 각자의 이유와 기준으로 명령하고 강요하고 있다. 너를 위한다면서... 진정 너를 위하는 건 너가 선택한 것을 존중하면 될 일을..

, 다니엘 블레이크영화보다.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온 다니엘이 수당을 받기 위해 몸의 상태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절차와 표현에 어긋난다고, 심지어 시간이 지났다고 제제를 주는 제도와 원칙의 벽은 높고 높다. 인간이기에, 인간이라면, 인간이라서, 인간에 대한 자존감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허공에 부딪쳐 메아리만 되어 온다.

인간을 위한다는 게 무엇인지. 인간을 위한 일인지. 진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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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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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43쪽)

그날 저녁 우리집에선 잔치가 벌어졌어. 시장 골목의 알 만한 아저씨들이 다 모였어.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도 한입을 떠넣었지. 아니, 사실은 밥을 말아 한그릇을 다 먹었어. 들깨냄새가 다 덮지 못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어.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53쪽)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녀가 간절히 쉬게 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열아홉살에 집을 떠난 뒤 누구의 힘도 빌지 않고 서울생활을 헤쳐나온 자신의 뒷모습을, 지친 그를 통해 그저 비춰보았던 것뿐 아닐까. (161쪽)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이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아마 그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잊혀졌던 연민이 마치 졸음처럼 쓸쓸히 불러일으켜지기도 한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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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공부한 자격들이 현장에서의 부딪힘에서 무용지물이 되는의사의 가운을 벗고, 진료실을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에서 개별적 인간에게 접근할 때,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것을 모두 가진 후에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다. 누가봐도 전문가가 아닐 경우에는 보여줄 수 있는 자격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격증이 이상화될 수 있다. 상담, 치료, 치유라는 자격증의 유혹을 떨쳐버릴 정도로, 그것 없이 도움을 준답시고 접근하는 건 매우 어렵다.    

자기 점검과 성찰을 끊임없이 하면서 인간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공감, 배려와 예의를 가진다면 치유자가 될 수 있다.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어주면 좋겠다. 서로의 고통을 아파하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개별적인 존재이고,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존재라고 아는 게 사람공부의 결론이란다.

사람을 사물, 환자로 보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자세,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 내가 너라면 어떤 시선과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에서 출발한다면, 지금 나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눈군가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뭔지 모를 불편감을 주고 부족함을 느끼게 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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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사람 공부 공부의 시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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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란, 내 고통을 누군가에세 토해내는 일이란 기본적으로 모모가 마음의 이완과 함께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이를 바닷속에 둔 채로 숨을 쉬고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는 그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죠. 당연한 얘기예요. 내 자시그이 생사 여부에 온몸의 신경이 빨랫줄처럼 팽팽하게 곧두서 있을 때죠.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아이를 찾고 나서 죽자는 마음이 드는 상태죠. 아이를 찾을 때까지는 자신에게 최소한의 이완도 허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상황입니다. (31쪽)

그래서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히믕로 결국 수렁에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거죠. 내가 가진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있다면 오로지 그걸 하는 데 모두 쏟아야 한다고 느껴요. 내 지식, 내 힘, 내 명민함, 나의 분석과 계몽, 내가 배운 치유기법 등으로 사람이 구해지지 않더라고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고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니까요. (56쪽)

그래서 그런 갈등을 털어놓고 나면 또 내 고통은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데 내가 엄살을 부린다는 자책감이 들면서 괴로워지기도 하죠. 그런 갈등과 딜레마를 유지하면서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거예요. 제대로 된 사람이라서 그런 겁니다. 남들보다 공감을 잘한다는 증거예요. 건강한 갈등과 모순을 견뎌야 오래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나 하나만 돌볼 수 있겠어, 지금 내 삶은 좀 희생해야지‘ 그러면 길게 가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요. 심리적 공익근무만으로 오래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욕구와 욕망을 완전히 탈색하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102-103쪽)

그러다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더 늦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몰라서 못 돌아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충분히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슬퍼할 수 있으면, 슬픔도 그리움도 충분히 느꼈다는 느낌이 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빨리 잊어야지, 내가 그러면 안 되지, 빨리 털어버려야지, 정신 차려야지, 하다보면 오히려 충분한 애도과정을 거치지 못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더 오래 걸립니다. 그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 거죠. (133-133쪽)

전문가를 이상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에 그닥 관계없는 분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일상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삶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빛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다, 그걸 아는 게 사람 공부의 끝이고 그게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그게 사람 공부에 대한 제 결론입니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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