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
김태연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꼼꼼한 성격이 책장 전체에 그대로 묻어났다. 책 한 권 한 권마다 메시지 무게까지 일일이 담고 재배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책 한 권을 이렇게 대할진대 사람은 오죽할까. 기형도의 배려심음 유별난 데가 있었다. 누가 외로워하거나 소외되어 있는 꼴을 못 보았다. 어떤 모임에서나 술자리에서 누가 약간만 외톨이로 있을 것 같으면 반드시 옆으로 가 챙기는 스타일이니까. (146쪽)

이 세상에 정해진 건 없어. 단지 정해진 것처럼 보일 뿐이지. 문제는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운명이란 허상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혹한다는 거야. 숙명이니 뭐니 이름을 붙이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그 증거일세. (26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도시를 잘 알면 된다지만, 이웃조차 알 수가 없다. 서로 알기를 원하지 않는 거 같다. 서울의 운명이 설마 나의 운명일까는 저만치 있고, 정치하는 이들의 손에 오가고 있다. 조금씩 쓸려가고 있는데 도무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하고 있겠지... 요즘 많이 힘든다. 너무나 주체적이고 매우 많이 알고 있는 나는 행복하지 않다. 무식한 상사를 만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도시에서 행복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24쪽)

타고난 아름다움을 깨뜨리지 않고 잘 지키는 것, 그대로 두는 것Let it be, 이 또한 매우 훌륭한 도시설계다. (91쪽)

오래된 건물과 장소를 없애고 새로 짓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진짜 어려운 일은 오래된 것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건축이고 참한 도시설계다. (102쪽)

재개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건물주나 토지주 또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106쪽)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 속에서 재개발을 할지 말지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의사결정은 대부분 돈과 힘을 가진 강자들의 입장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111쪽)

좋은 도시를 원한다면 그만큼 시민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119쪽)

도시가 정치라면 시민들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강력한 권력과 엄청난 자본의 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시민의 단합된 힘뿐이다. (142쪽)

"진보적 도시란 가난한 사람들까지 자가용을 타는 곳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이다." (153쪽)

마을의 재생이든 도시의 재생이든 결국은 건물이나 도로 같은 하드웨어보다 ‘사람‘에 달려 있고 ‘순환체계‘가 중요하다. (181쪽)

익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마을‘은 매우 중요한 의제다. 마을은 나에게 무엇인지, 마을공동체는 과거의 추억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리에게 마을과 마을공동체는 중요하다. (216쪽)

누군가가 만들어준 공간은 그저 비어 있는 ‘터‘일 뿐이다. 거기에 내가 들어가 살 때 빈터는 비로소 ‘삶터‘로 바뀐다. 내 삶이 담기기 전의 터가 ‘공간space‘이라면, 내 삶이 배어 있는 삶터가 바로 ‘장소place‘다. 스페이스와 플레이스는 전혀 다른 것이다. (2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다. 여전히 애거사 책을 읽었고, 간간히 유홍준의 '안목'을 읽었다. 읽었다기 보다는 보았다. 순전히 힐링차원이었다. 청자, 백자, 산수화, 세한도, 황소, 글씨, 김환기의 점들에서 위로를 받았다. 보는 싯점에 따라 깊이가 달랐다. 몸은 가만히 누워 있기를 원하고 마음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여 바닥과 맞물려지는 몸을 일으켜 여기저기 돌아 다녔다. 아름다움 뿐 아니라 그 너머의 뭔가에 혹하지 않고서야 전재산과 일생을 통해 유물들을 구하고 보관하는 그들의 노고는 뭐라고 하면 될까. 애호가 열전이 가장 감명깊다.... 영화 '페터슨'을 보았다. 잔잔한 일상, 평범한 버스 운전사의 한주간의 삶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우리 삶은 페터슨처럼 살고 있을거다. 그 속에서 맥주한잔, 떠오르는 싯구, 옆에서 보면 동일한 일상으로 보일지라도 페터슨은 늘상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 곳에서 뭔가를 시로 쓰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알수 없는 삶의 노트에 유일무이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삶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예나 지금이나 세 가지 관점으로 압축된다. 하나는 기형이 주는 형태미이다. 둘째는 빛깔이다. 셋째는 문양이다. 이것은 조선 저기 백자, 18세기 금사리 백자, 19세기 분원 백자 세 유형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이를 종합해서 세 시기 백자의 멋을 요약하면 조선 전기 백자에는 귀티가 있고, 금사리 백자에는 문기가 있고, 분원 백자에는 부티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각 시대마다 갖가지 서정을 담아내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이것이 도자기를 감상하는 즐거움이다. (53쪽)

추사 김정희는 결국 글씨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당대인들은 그를 단지 명필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추사는 글씨뿐만 아니라 그림, 시와 문장, 고증학과 금석학, 차와 불교학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경지를 신묘하게 깨달은 르네상스적 학예인이었다. 그래서 오늘날엔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82쪽)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한 사람(위창 오세창)의 노력으로 이처럼 엄청난 작업을 해냈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간송 전형필, 다산 박영철, 오봉민 등을 지도하여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데로 나아가게 했으니 나는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건대 위창은 자신의 안목을 민족을 위해 남김없이 베풀며 문화 보국에 평생을 바친 분이다. (101쪽)

혜곡 선생(최순우)은 미술품을 ‘학‘으로 보기 이전에 감상하는 자세로 ‘멋‘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느끼는 미적 감흥을 온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그 아름다움의 미적 가치를 하나씩 발견해갔다. 혜곡 선생은 사변적인 논리체계로서 한국미학의 틀을 전개하는 대신 낱낱 유물을 통하여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논증하는 미학적 사고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한국미의 특질은 모름지기 이런 것이다‘라고 실물로서 제시하였다. 경제학으로 치면 이론경제가 아리나 실물경제에 탁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혜곡 선생은 단 한 번도 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말한 일이 없지만, 칸트가 철학[Philosophie]을 배우지 말고 철학하는 것[Philosophieren]을 배우라고 한 말을 원용한다면 혜곡 선생은 타고난 미학자였다. (102쪽)

미술을 애호하여 수집한 진정한 수장가의 마지막을 보면 자신이 수집한 미술품을 마치 자식처럼 사랑하여 흩어지게 하지 못한다. 간송 전형필, 호암 이병철, 호림 윤장섭, 송암 이회림, 화정 한광호처럼 사설 미술관을 세우거나 박영철, 박병래, 이홍근, 김양선처럼 좋은 집에 시집보내듯 박물관에 기증하여 별도의 개인 기증실을 만들게 한다. 혹은 다는 아니어도 장택상, 김지태, 현수명, 서재식, 조재진처럼 애장품 중 아끼던 작품을 흔쾌히 박물관에 기증하고 떠난다. 최영도는 토기만을, 유창종은 와당만을 수집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한광호는 영국박물관에 신라토기를 기증했고, 이병창은 그 뛰어난 한국 도자기 컬렉션을 오사카시립동양도자기미술관에 별실을 만들 정도로 기증했고, 남궁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미술관에 아름다운 조선백자를 기증했고 이우환은 프랑수 파리의 기메박물관에 우리 민화를 기증하여 한국실 전시품의 수준을 높이 올려주었다. 외국에서는 유명한 박물관의 관장을 두고 ‘위대한 거지[great beggar]‘라고 한다. 좋은 수장가의 소장품을 기증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큰 임무이기 때문이다. (149쪽)

이중섭의 그리움은 그리움을 탁월하게 시로 읊은 김소월의 그것에 비견할 만한데 김소월과 이중섭의 그리움에는 큰 차이가 있다. 김소월의 그리움은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김소월은 [초혼]에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며 목 놓아 통곡하였다. 이에 반해 이중섭의 그리움은 잃어버린 행복, 따뜻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이중섭에게도 행복했던 순간은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두 아들과 함께 살던 원산 시혼 시절, 아직 가족과 오붓이 생활하던 서귀포 피난 시절, 그런데 세월이 그것을 앗아갔다. 때문에 이중섭의 그리움은 더욱 애절하고 아픔이 느껴진다. 그런 이중섭의 예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은 [황소]이다. (217쪽)

아무튼 미불의 글씨는 개성적인 것, 현대적인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존재이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본받는 것은 금기시되는 요술덩어리 같은 것이다. 미불의 글씨를 본받는 자는 모름지기 그 개성이 들뜨지 않게 눌러주는 수련과 연찬을 다른 곳에서 반드시 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에 빠져 망해버리고 만다. 신영복 선생이 미불의 글씨에서 점, 획의 필법과 필세와 리듬을 익혀 그것으로 독자적인 한글 서체를 만들어감에 있어 무게를 실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주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문제이다. 이 점에 대하여 나는 우선 선생이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냈다는 사실이 전혀 무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47쪽)

미술사가와 평론가들은 화가를 평가하면서 그가 이룩한 형식의 근원을 따지기 좋아한다. 어디까지가 개성이고 창의력이며 그가 지닌 예술 경향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곤 한다......김환기의 낱낱 점에는 혼이 들어 있는 것이다. 굳이 유사점을 찾자면 오히려 마크 로스코와 가깝다. 로스코는 인간의 감정은 형상으로 묘사하는 것보다 색채만으로 표현할 때 더 감동적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비극적인 감정을 화면 속에 무겁게 담으면서 "누가 내 그림을 보면서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린다면 그는 내 그림에서 나와 비슷한 종교적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2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