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맹자를 공부한다고 역주를 미리 읽어봤다. 

배울 내용을 한 번씩 써보고 모르는 한자를 찾아서 음을 달고, 해석도 미리 해 본다.

선생님이 불러주는 토를 달고, 따라 읽고, 해석을 듣고, 한 번씩 돌아가면서 읽고 해석하는 시간이 재미있다. 

임금 앞에서 소신껏 말하는 맹자, 그러한 맹자를 불러 자신의 욕심에 맞장구 쳐주기를 원하는 임금... 위정자들은 지금에야 별반 다를 게 없는 거 같다.

인을 중히 여기고, 왕도정치, 성선설까지,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백성과 같은 마음이라면, 심지어 정복하는 나라의 백성들이 기뻐한다면 할 수 있다는...

학창시절 한문시간에 배웠던 사자성어들이 난무하다. 


화요일마다 복지관 카페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몇 달간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대바늘로 양말을 떠서 선물로 줬다. 

조카 대학원 논문 영문초록 적어줬다.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다. 

영어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영어 성경을 한 번 써보자고 했는데,

모든 게 다짐으로 남는다.  

점점 귀찮음이 넘쳐나고 있다.  

내적으로는 뭘 해 줄께라고 약속을 하고, 외적으로는 부탁을 기꺼이 해 주는, 

그러나,

심심함과 귀찮음의 양극점을 오가고 있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는, 

지금 이 정도도 충분하다,는 마음도 필요한데,

이 부분의 정의를 제대로 내리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수 번의 봄날을 기쁘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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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민음사 사서四書
동양고전연구회 역주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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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물었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모습은 어떻게 다릅니까?" (맹자께서)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으면서 남에게 ‘나는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진실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른을 위해 나뭇가지를 꺾는 것을 남에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하지 않은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임금께서 왕 노릇을 하지 않는 것은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니며 임금께서 왕 노릇을 하지 않는 것은 나무가지를 꺾는 일과 같은 것입니다. (43쪽)

(공손추가 물었다) "(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란 무엇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편벽된 언사에서 그 가려짐을 알고, 과장된 언사에서 그 빠져 버림을 알며, 사특한 언사에서 그 벗어남을 알고, 회피하는 언사에서 그 궁색함을 안다. (이런 언사들이) 그 마음에 생기면 그 정치를 해칠 것이고, 그 정치에 드러나면 국가의 사업들을 해칠 것이다. 성인이 다시 일어나도 반드시 나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105쪽)

백성들이 살아가는 도리는 일정한 생업이 있으면 사람은 변함없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일정한 생업이 없는 사람은 변함없는 마음이 없게 됩니다. 만약 변함없는 마음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간사하고 사치한 행동을 하지 않음이 없게 됩니다. 그들이 죄를 저지른 후에 (그 죄에) 따라서 처벌한다면, 그것은 백성을 해치는 것입니다. 어떻게 어진 사람이 군주의 지위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질해 잡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반드시 공손하고 검소(검약)하며 신하들을 예로써 대하고,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데에는 일정한 법제가 있습니다. (169쪽)

군주가 되고자 한다면 군주의 도리를 다해야 하고, 신하가 되고자 한다면 신하의 도리를 다해야 하니, 이 두 가지는 모두 요임금과 순임금을 본받을 뿐이다. 순이 요임금을 섬기던 방법으로 군주를 섬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군주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고, 요임금이 백성을 다스리던 방법으로 백성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백성ㅇ르 해치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으니, 어진 정치를 하느냐 어진 정치를 하지 않느냐일 뿐이다.‘라고 하셨다. (239쪽)

맹자께서 제 선왕에게 말씀하셨다. "군주가 신하 보기를 자기의 손발과 같이 하면 신하가 군주 보기를 자기의 심장이나 배와 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군주가 신하 보기를 개와 말처럼 하면 신하가 군주 보기를 길 가는 사람들과 같이 여기며, 군주가 신하 보기를 흙이나 지푸라기와 같이 하면 신하가 군주 보기를 원수와 같이 될 것입니다." (275쪽)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이 불인을 이기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것과 같다. 오늘날 인을 실천하는 사람은 마치 물 한 잔으로 마차 가득한 나무에 붙은 불을 끄는 것과 같아서, 불이 꺼지지 않자 물이 불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또한 심하게 불인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마침내는 반드시 인을 없애 버릴 것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오곡은 종자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여물지 않으면 피만도 못하다. 인 역시 (중요한 것은) 그것을 무르익게 해야 한다는 데 있을 뿐이다." (399쪽)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인간사의 이치는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 나 자신을 돌아보아서 진실하다면 즐거움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 힘껏 서를 실천하면 인을 추구함에 이보다 더 가까운 길은 없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일을 하면서도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하고, 숙달되어 있으면서도 그 까닮을 깊이 알지 못하며, 일생동안 그것을 따르면서도 그 도리를 모르는 자들이 보통 사람들이다." (435쪽)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마음을 확충하여 차마 할 수 있는 바에까지 도달하면 그것이 바로 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원하지 않는 일은) 기꺼이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확충하여 기꺼이 하고자 하는 바에까지 도달하면 의이다. 사람이 남을 해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을 확충해 나간다면 인은 이루 다 사용할 수 없고, 사람이 도둑질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확충해 나간다면 의는 다 사용할 수 없다. 사람이 남으로부터 ‘너, 너.‘ 하고 업신여기는 호칭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을 확충해 나간다면 어디를 가든 의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4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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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이 쓴 소설들을 읽으며 감명받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먼바다'를 집었다. 그 때의 두근대고 번쩍였던 감흥은 싹 가셨다. 

첫사랑을 20년 만에 만난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무실로 전화해 신분을 밝히고 남겨 둔 나의 연락처, 차 한잔의 잠깐의 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떠 올리고 싶지만 감감하다. 그리고는 그의 조심스러움이 너무 크게 다가오고, 내가 크게 잘못한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의 순전한 짝사랑이지 않았을까. 아니, 입대 전날 만났으니까, 첫 사랑일까.. 암튼 난 그를 첫 사랑이라 명명하고 싶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미호의 첫 사랑은 신부가 되려는 사람이었다. 서로 엇갈린 시간들의 마지막 남은 퍼즐, 먼바다로 같이 헤엄쳐 간 일이 맞춰졌다.

각자의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며, 누군가는 피천득 '인연'을 말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꼭 한 번은 만나 마음을 정리할 필요는 있었다. 두 번 세 번은, 아니 만나야 할 거 같았다. 만나서는 안 되는 거 같았다. shall, must

그리고 난 첫 사랑을 생각하면, 김이듬 '겨울휴관'이 떠오른다.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장미 한송이 참 예쁜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아했던 사람이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들 모이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구나

하하하 그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거였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가 이리 작고 부드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란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는 내 눈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거야 근처 미술관까지 차가운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있네

우리는 마주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 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곁을 떠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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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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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몸과 마음은 터무니없이 격렬해서, 마치 과속하는 자동차처럼 아주 짧은 시간에도 치명적인 접촉 사고를 일으키곤 했다. 그런 접촉 사고들로 그녀의 마음은 마흔이 되기도 전에 더 다칠 자리가 없을 정도로 상처 입었었다. 삶이 자신을 시멘트 바닥에 대고 철썩철썩 패대기치는 것 같았다. 아픈 촉각보다 힘겨웠던 것은 제 귀로 들어야 했던 그 명백한 고통의 소리였을지도 모르겠다. (25쪽)

40년이라는 것, 1억 5,600만 년에 비하면 먼지 같은 세월이야, 하는 말을 그는 하고 싶었을까. 그렇다면 이곳은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들을 만나기에 정말 좋은 장소이기는 할 것 같았다. 또 그녀는 생각했다. 왜 그를 만나야 하는 걸까, 이 만남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그걸 묻고 그가 대답할까? 그렇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다 그녀는 깨달았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61쪽)

가난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 선택이던 것이 필수로 변하는 일이 많았다. 품질이 많이 좋고 가격이 약간 비싼 것보다 품질이 많이 떨어져도 값이 약간 싼 물건들을 고르는 것, 돈이 생기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 (116쪽)

돌아보면 시간은 언제나 두껍게 얼어버린 빙하 같았다. 좀처럼 쪼개지지 않아 틈을 낼 수 없었으나 돌아보면 한 세기처럼 거대한 단위로 훌쩍 흘러갔다. 어린 그녀들은 이제 중년을 훌쩍 넘었고 그 시간의 긴 바다를 건너 맨해튼 한복판에서 만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198-199쪽)

그런데 안개를 뚫고 떠오르는 것은 그때 썼던 편지의 구절이 아니라 편지를 쓰던 자신이었다. 배가 고팠던 밤. 바람이 거셌던 길고 긴 서베를린의 밤들. 결국 추억이라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상대를 대했던 자기 자신의 옛 자세를 반추하는 것일까. (208쪽)

육체는 40년이 지나도 그 기억을 지우지 않았고 마치 모든 것이 폐허로 돌아간 듯한 이 지하의 공간에서 그 기억을 그녀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229쪽)

"많이도 미워하고 많이도 원망했었다. 그러나 이만큼 살고 죽음이 더는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날씨가 춥죠? 하고 인사하고...... 살아보니 이 두마디 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싶다. 살아보니 이게 다인 것 같아, 미호야." (251쪽)

작년에 뉴욕 맨해튼의 9/11 메모리얼 파크에 갔을 때 버질의 시를 봤지요.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그 시간의 기억에서 당신을 지우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노데이, 쉘, 이라고 그가 영어 구절을 외울 때, shall, 쉘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가슴에 와서 박혔다. 어린 시절 영어시간에 배웠던 단어, 그건 운명 혹은 숙명 저 미래를 내포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256-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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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여러 해를 거듭하여 계속 이어짐)는 가족 이야기다.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살 수는 없다'가 한영진의 삶을 지배한다. 어느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제나 듣고 싶은 말, '돌아오지 말라고. 너 살기 좋은 데 있으라고'. 맏이라서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 물건을 팔 때는 자식보다 엄마 본인을 챙겨야 한다고 권하지만, 정작 자신은 거짓말하고 있다. 한영진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한세진 여동생은 본인이 좋아하는 삶을 사는 듯 보이고, 한만수 남동생은 해외에서 자신의 삶을 펼친다고 여긴다. 이순일의 이야기는 보통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이 집 식구들은 제대로 된 소통을 전혀 못한다. 그러려니 짐작하고 그럴거야로 단정한다.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말하지 못한 말들이, 묻고 싶은 말들은 한영진을 계속 좌절시킨다. 칠십대의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이순일 엄마에게 무슨 말을 묻을까. 영원히 오지 않는 순간을 거짓말로 되뇌이고 있다. 

나 또한 지속적으로 엄마의 말에 뽀족하게 답하는 것은 말하지 못한 게 있어서다. 몇 번이나 입안 가득 물었던 말들을 팔십이 넘은 엄마에게 해서는 뭐하나. 하지만, 한 가지 잘 못한 게 여러 가지 잘 한 일을 이기려 한다. 어쩌면 엄마도 이순일처럼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그 까이꺼 일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한영진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순일 또한 금방 사라진 그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 키워 준 사람들과 친구와 남편과 자식들에게까지. 자신의 문제만 더 크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순일은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서는, 한영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다.  

가족들은 가깝고도 멀다. 우리 오남매도 각자 기억의 범위와 강도가 많이 다르니, 부모와의 관계가 개인의 삶을 좌우하고 있으니, 가족의 일은, 가족 관계는 연년세세가 맞다.

가족 내에서 각자의 호칭이 아니라 이름을 호명한 부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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