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품절


지금으로부터 150억 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었지만 지구가 탄생하기까지는 100억 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46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는 또 38억 년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우리 사람이 탄생한 것은 그 후로 거의 38억 년을 꽉 채워 기다린 뒤였다. 지구의 역사를 팔을 벌린 길이만큼이라고 가정하면 사람의 역사는 손톱을 갈면 손톱 끝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스러ㅓ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역사 속의 우리 존재를 알고 나면 스스로 겸허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긴 역사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아니 우리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 지구에서 살아온 다른 많은 생물들에 대한 경외심이 저절로 우러날 것이다. 알아야 사랑하게 된다. -68-69쪽

"만약 어떤 이론이 진실한지, 혹은 그 이론을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를 논의하려고 한다면, 누군가 그 이론에 대해 내세우는 반론 자체에 대해서만 답변이 이루어져야지. 결코 그 반론의 동기를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176쪽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의사소통communication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랫동안 의사소통이란 '서로에게 유리한' 느낌, 생각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관점은 1980년대로 접어들며 일군의 행동생태학자들에 의해 확실하게 뒤집힌다. 의사소통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상대를 조종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이 내좋은 새로운 관점이었다. 신호를 보내는 쪽이 뭔가 얻을 게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시도한다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193쪽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DNA는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자기복제의 길을 걸을 것이다. DNA가 이룩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 중 하나가 인간의 두뇌를 만들어낸 일이다. 뇌는 우리 인간을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창세기 22장 17절)" 만들어주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그 뇌가 이제는 섹스 없이도 유전자를 다량으로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204쪽

비교란 어짜피 아슬아슬한 것이다.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여자란 모름지기 인생에서 두 남자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남편과 그와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남자를."-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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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에 꺼내 읽은 책은 하루쯤 쉬고 싶은 생각으로 금요일 내내 읽고, 주말엔 평창으로 휴가를 갔다. 동네사람왈, 여름엔 이곳이 천국이란다. 그런데 겨울엔 아니란다. 불볕의 더위를 강조하는 tv와는 달리, 이불을 덮고 유쾌하게 잠을 잤다... 다만 그 유명하다던 '테라로사'에서는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찻집이 있을 수 없는 그곳에,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만한 사람만이 온다는데, 그래서 찾아갔는데... 그리고 경포호와 바닷가엔 물반 사람반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끈적했다. 뜨거운 물 속에 사람들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나무 숲을 또 한번 걸었다... 그런데도 난 좀처럼 마음을 끄집어 낼 수 없었다... 툴툴대고 불쾌한 기분이 밀려올 때는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 아주 조금. 깔끔하게. 메밀전을 맛봤다...내 식탁위의 책을 읽으면서 몸전체가 맛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머리. 심장. 팔다리. 피부까지. 음식을 혀로만 맛보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방과 설탕을 마음껏 맛보면서도 다이어트가 가능한 내 식탁위의 책들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정동진을 뒤로 하고 경주로 출장을 갔다. 목소리는 갔고,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다... 지친 목요일도 지나간다. 책을 맛본다. 이와 같이 비슷한 책을 두권읽었다. 슬프다. 가볍다. 감흥의 정도가 얕다. 웬만한 충격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것, 무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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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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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그 파릇파릇한 나이에 그녀는 왜 자기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지금의 나이가 항상 자신이 경험해본 가장 많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현재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나이는 이미 경험했지만 많은 나이를 경험해볼 수는 없다. 현재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무 살에는 스무 살이 많아 보이고, 스물여덟 살에는 스물여덟 살이 많아 보인다. 지나고 보면 그토록 아름다운 시절이 없는데 당시에는 그걸 모른다. -28쪽

세상의 생물들을 권력의 순서대로 줄 세운다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자리는 '미녀'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생엔 기필코 미녀로 태어나기를 소망한다. -34쪽

같이 산다는 건 뭘까? 나와 다른 상대방의 불쾌한 버릇들을 참아낸다는 것이다. 그 버릇들은 각자 서로 다를 뿐이지 비난받을 정도로 나쁜 버릇이 아닌지라, 묘하게 신경을 거스르지만 내가 신경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소한 것들이다. -47쪽

언제나 받아오던 입장이다가 처음으로 자존심을 내려놓고 매달려보았는데, 그게 상상하던 것과 달리 그리 비참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서야 '사랑받는다'는 수동형이고, '사랑한다'가 능동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 시작과 끝은 능동형이 결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77쪽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고 살아야 할 기본은 어린 시절에 배운다. 어린 시절에 배운 것만 제대로 지키고 살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나쁜 것들은 언제나 나중에 배운 것 들이다. -97쪽

중요한 일은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다 통과한 후에야 주어지곤 한다. 하찮은 일들을 하찮게 여기면 중요한 일은 영영 오지 않는다. 왜냐면 중요한 일은 튼튼한 하체만이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139쪽

내가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 자부했던 건 내가 특별히 양심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한계를 시험받지 않는 환경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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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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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먹는다. 세상에 이보다 완전한 쾌락이 있을까.-7쪽

밀가루는 나쁘다. 기름은 나쁘다. 설탕은 나쁘다. 혼자서도 충분히 나쁜데 셋이 뭉치면 기절하게 나쁘다. 여자아이들은 그런 걸로 만들어졌다. 설탕과 향료, 그리고 좋은 것들. 은근슬쩍 어버무린 '뭐든 좋은 것'은 기름과 밀가루가 틀림없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나쁘다.-154쪽

또한 몇 년씩 일자리를 구해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잊는 데 통밀 식빵이나 오렌지처럼 건강한 음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튀김이나 아이스크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설탕을 듬뿍 넣은 차는 그들의 초라한 삶에서 유일하게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이었다. -200쪽

죽을 때까지 양배추 수프만 먹고 살 수 있다면, 내일 일이야 알 바 아니다. 날씬한 오늘을 살고 싶은 많은 여자들이 솥을 걸고 주걱을 휘두른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6리터 냄비에 한가득 끓인 수프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물론 배도 불렀다. 하지만 허전했다.
생생하고 구체적인 식욕을 흐릿하고 추상적인 허전함이 잡아먹었다. 어떤 욕망도 희미하게 빛이 바랬다. 그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의 기아상태였다.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먹는 것까지 포함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일상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되었다. 일을 못한 건 물론이고, 놀지도 쉬지도 못했다. 멍하니 잠만 잤다. 어쩌면 고통을 잊기 위한 몸의 반사작용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극히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또 슬퍼했다. 또한 극심한 감정기복 와중에 끊임없아. 자책감에 시달렸다. 아무리 야채지만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될까. 이러고도 살을 뺄 수 있을까. 운동도 못 하고 외출도 안하며, 수프에 들어가는 채소들의 칼로리만 연신 검색했다. 우울함은 다이어트 종료 반나절을 남기고 극에 달했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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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이 있는 저자의 서재에서, 한번이라도 마주침이 있는 책과 영화는 쉽사리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읽은 적이 없고 본적이 없는 지점에서는 머뭇대고 망설였다. 겨우 읽었다. 그만큼 모르는 책과 영화가 많았다는 의미다... 최근 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어울리는 건 무얼까. 얼음을 갈아 올린 새콤달콤 비빔국수가 떠오른다... 무더위에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가만히 엎드려 있다. 꼭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축늘어진 시계같다. 작품명이 '기억의 지속'이란다... 내게 기억은 언제나 흩트러져 있는데, 지속이라니, 그게 말이나 될까. 그래서 불쑥하고 단편적으로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기억때문에 한층 더 덥다... 난 기억하는데 넌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답답하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서로 엇갈리는 기억들, 누구의 기억이 정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각자의 현실에서 만들고 있는 기억들, 또한 아무도 모른다... '밤새 편지를 쓰며 그의 영혼에 가 닿기를 갈망했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며 그를 잊었다. 내 영혼은 그와의 접속을 갈망했지만 끝없이 접촉의 신호를 보내오는, 지나치게 건강한 남자아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p115)'...  앞으로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을 때, 어울리는 게 뭘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참,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이 딱 어울리게 나온다... 이처럼 딱 맞게 내맘을 알아주는 이는 없을까... 오늘 **씨는 커피나 팥빙수대신 포도한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분명 커피나 팥빙수를 말했건만, 그걸 보면 누구나 자신을 위해서만 뭔가를 할 수 있다... 가끔 타인을 위하는 행위나 말에서 조금이나 겹쳐지면 우린 참으로 커다란 공감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결국엔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그가 내게 해준 것들도 그 자신을 위한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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