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그 파릇파릇한 나이에 그녀는 왜 자기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지금의 나이가 항상 자신이 경험해본 가장 많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현재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나이는 이미 경험했지만 많은 나이를 경험해볼 수는 없다. 현재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무 살에는 스무 살이 많아 보이고, 스물여덟 살에는 스물여덟 살이 많아 보인다. 지나고 보면 그토록 아름다운 시절이 없는데 당시에는 그걸 모른다. -28쪽
세상의 생물들을 권력의 순서대로 줄 세운다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자리는 '미녀'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생엔 기필코 미녀로 태어나기를 소망한다. -34쪽
같이 산다는 건 뭘까? 나와 다른 상대방의 불쾌한 버릇들을 참아낸다는 것이다. 그 버릇들은 각자 서로 다를 뿐이지 비난받을 정도로 나쁜 버릇이 아닌지라, 묘하게 신경을 거스르지만 내가 신경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소한 것들이다. -47쪽
언제나 받아오던 입장이다가 처음으로 자존심을 내려놓고 매달려보았는데, 그게 상상하던 것과 달리 그리 비참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서야 '사랑받는다'는 수동형이고, '사랑한다'가 능동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 시작과 끝은 능동형이 결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77쪽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고 살아야 할 기본은 어린 시절에 배운다. 어린 시절에 배운 것만 제대로 지키고 살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나쁜 것들은 언제나 나중에 배운 것 들이다. -97쪽
중요한 일은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다 통과한 후에야 주어지곤 한다. 하찮은 일들을 하찮게 여기면 중요한 일은 영영 오지 않는다. 왜냐면 중요한 일은 튼튼한 하체만이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139쪽
내가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 자부했던 건 내가 특별히 양심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한계를 시험받지 않는 환경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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