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이 있는 저자의 서재에서, 한번이라도 마주침이 있는 책과 영화는 쉽사리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읽은 적이 없고 본적이 없는 지점에서는 머뭇대고 망설였다. 겨우 읽었다. 그만큼 모르는 책과 영화가 많았다는 의미다... 최근 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어울리는 건 무얼까. 얼음을 갈아 올린 새콤달콤 비빔국수가 떠오른다... 무더위에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가만히 엎드려 있다. 꼭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축늘어진 시계같다. 작품명이 '기억의 지속'이란다... 내게 기억은 언제나 흩트러져 있는데, 지속이라니, 그게 말이나 될까. 그래서 불쑥하고 단편적으로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기억때문에 한층 더 덥다... 난 기억하는데 넌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답답하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서로 엇갈리는 기억들, 누구의 기억이 정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각자의 현실에서 만들고 있는 기억들, 또한 아무도 모른다... '밤새 편지를 쓰며 그의 영혼에 가 닿기를 갈망했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며 그를 잊었다. 내 영혼은 그와의 접속을 갈망했지만 끝없이 접촉의 신호를 보내오는, 지나치게 건강한 남자아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p115)'... 앞으로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을 때, 어울리는 게 뭘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참,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이 딱 어울리게 나온다... 이처럼 딱 맞게 내맘을 알아주는 이는 없을까... 오늘 **씨는 커피나 팥빙수대신 포도한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분명 커피나 팥빙수를 말했건만, 그걸 보면 누구나 자신을 위해서만 뭔가를 할 수 있다... 가끔 타인을 위하는 행위나 말에서 조금이나 겹쳐지면 우린 참으로 커다란 공감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결국엔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그가 내게 해준 것들도 그 자신을 위한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