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끝에 다시'를 챙겨 시인 친구와 한창훈 소설가를 만났고. 블라블라 힐링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장소를 가는 내내 눈에 익은 상황과 장소때문에 아픈 기억들이 괴롭혔다. 결국 문자를 보내고 받고 또 보내고 받고, 또 보내고 받고, 고마워라던가 등등의 어떤 말이 생략된 ~를 했다라는 보고 하는 문자로 마쳤다. 도무지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추억에게 지고 말았다... '여행이 아닌 일상이 어디 있겠는가!(뒷표지)' 그 일상이 마주하는 장소에는 내 마음이 있다. 혼자 했던, 그누구와 함께 하던, 그 곳에는 나의 일상이 있다. 나의 일상은 온전히 내 마음과 같이 가고 있다. '그 길 끝에 다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강연을 듣고는 온전한 상담자의 모습으로, 부암동에서는 친구와의 관계를, 프로그램에서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그래서 어디를 가든 낯설지만, 그곳이 나의 일상이 된다. 아픔을 동반한 추억을 불러와도, 그래서 어리버리한 짓을 했을지라도 그게 곧 나다. 구질하게 긴 변명을 한 건, 기분이 아주 나쁘다는 것, 토닥토닥 메일, 밴드와 카스, 카톡을 쓱쓱 지우고 지워도 그곳에 가면 내가 남아있고, 내가 한 일들이 있다.. 눈치없는 나만 모르는 일까지 남아 있다. 그래도 그 길에 가야하고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길 끝에 가서야만 내가 한 일을 알 수 있다... '결혼기념일', '정읍에서 울다','오두막','여수친구','만보걷기' 소설에서도...결국, 끝에 가서야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간 곳마다 마음을 흘리고 다녔네..

 

그 간에 한 일들을 다시 옮겨 놓고 싶다...

-9월, 크리스토퍼거머박사 강연에서는 지혜와 연민을 등가로 가져야 한다는 것, 지속적으로 내마음이 변한다는 걸 안다면, 고통을 겪을 때 타인도 같이 겪는다는 걸 안다면,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속한 게 없다는 걸 안다면, 나의 상황은 다를까. 반복적인 생각, 자기 비난보다 자기에 대한 연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마음 챙김연습으로 자기 연민이 필요하다. 서양의 심리학에 동양의 지혜를 접목한 강의, 우리의 고승들의 한말씀이 더..

-9월, 부암동 가다. 라카페의 사진전에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마음 아픈 사진과의 불일치로 선뜻 마음 속 깊이 닿아오지 않았다. 소소한 풍경에서 맛있는 점심, 환기 미술관을 들러, 클럽에프레소에서 아껴가며 커피 마시고, 윤동주 문학관에서는 시인의 반듯한 자필 원고를 봤다. 글씨체는 예쁜 이마같았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김수근 공간, 위엄과 기품을 내뿜고 있는 운현궁, 인사동 안다미로에서의 피자, 나무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월, 광화문 세종대왕이 보는 옆에서 훈민정음에 관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가야금연주를 듣고,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중에서 우리가 늘상 보는 부분은 세종대왕이 펼친 부분은 용자례 부분이라는 걸. 받침있는 글자. 여성과 백성을 사랑했던 임금. 세계최고의 언어학자 등. 

-화, 바리스타교육.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한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에는 아직도 불편하다. 주변의 뒷담과 디스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 신대방삼거리역 모코5호점 커피점을 오픈한 친구 방문하여 동창들과 같이 축하하고. 스폰지하우스가서 5일의 마중 보다. 영화관 가는 길은 정말 가을 같았다. 혼자서,

-목, 인사동에서 시인과 소설가 만나다. 한때 나의 로망이었던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가까이서 봤다. 별거아니라 하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보석들은 있었다.  

-금,토, 힐링프로그램은 자유시간이 충분했다. 향토방에 솜이불을 깔고 누워 책읽다, 커피마시다, 잠들었다가 노래 소리와 바람이 전해주는 풍경소리에 깨어났다. 다시 잠들다를 반복했다. 하늘의 별이 얼마나 많은 지 그 사이로 사라지는 날아가는 풍등(소원등)은 별들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호흡을 고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드려다보고 미안해 사랑해를 반복했다. 내 몸은 너무도 바쁘게, 바빠서, 마음에도 닿기 전에 동동거리며 애쓰고 있었다. 마음의 힐링은 내몫으로 남아있다...오지랖 몇그램, 이기주의 한양푼, 무관심 한그릇, 잘난척 몇킬로그램, 열등감 반티스푼, 분노 한트럭, 눈치없음 일톤(공지영의 소설에서 읽은 주근깨 몇그램에서 따옴)등등이다.

-일, 교회가다. 그리고 자유로 달리다. 그리고 임진각까지... 후훗, 나는 연어인지, 자꾸만 자유로를 달리고 싶다. 그곳에서 태어났으니까...

***몸이 움직이니까 마음이 움직인다. 있을 곳이 아니면 많이 불안하다. 그래서 함께 나눌 이를 은연 중에 찾으려 한다. 장소에 따라 두고 온 마음과 그곳에서 같이 나눴던 그, 그녀들과의 기억은 자꾸만 그, 그녀들과 닿으려고 애쓴다. 그들은 이미 지나갔고 잊은 기억을 갖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진행 중인 나의 기억들은 촉수를 길게 빼고 있다. 부딪쳐 확인하고 다시 그 길 끝에 서게 된다. 넬(Nell)이 부른 기억을 걷는 시간, After glow, Thank you..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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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 다시 -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함정임 외 지음 / 바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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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시령의 바람을, 쇠심줄처럼 질긴 바람의 뼈대가 만져질 듯한 거친 그 바람을 좋아했다. 그곳에 서서 바람을 맞고 싶었다. 그런 바람 앞에 서 있으면 풀리지 않을것처럼 몇 달째 나를 괴롭히고 있던 일이 풀릴 것 같았다. (11쪽)

순자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그랬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은 순자라는 한 여자와의 추억이 아니었다. 그의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이 혹은 그가 잃어버린 열망과 꿈이 담긴 과거 전체였으며 그가 결코 되돌아 갈 수 없고 재현할 수 없는 인생의 어느 시기였다. 그가 아름다웠던 시절, 그가 선량했던 시절, 타락이 무언지 몰랐던 시절. (55쪽)

생각이 자꾸 어느 지점으로 가려고 할 때 완벽하게 무언가를 차단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양손을 감은 눈두덩 위헤 올리면, 정말 아주 조금 생각이 통제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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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길을 걷다가 들어간 라카페 갤러리에서 우연히 만난 박노해 사진 '티티카카'를 봤다...'다른길'도 봤다...인도네시아, 파키스탄,라오스,버마,인도,티벳,볼리비아까지... 자연에 문명이 들어오고, 외부의 손길이 닿는 순간, 우리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생활이 우리를 살게 한다... 영화 '5일의 마중'도 봤다.. 한 순간을 기억하고 그 곳에 머물러 기다리고 있는 그녀와, 척박한 땅을 일구어 정성을 다하여 고된 노동을 다하는 그들, 마음이 아프지만, 나의 빈약하고 한정된 히스토리로는 그네들의 삶을 왈가왈부, 가름하기 어렵다. 그들의 지금 삶이 여기서 본 나의 눈으로 감히 행불행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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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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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눈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31쪽)

"나라와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지요.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음`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찌할 수 있음`은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91쪽)

오늘은 비와 바람과 태양이 길러준
대지의 선물을 허리 숙여 거두는 날.
우리는 태양을 직접 바라볼 수 없다.
태양으로 길러지고 빛나는 것으로만 확인될 뿐.
사랑 또한 볼 수 없고 단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 사랑으로 우리는 `덕분에` 살려지고 있으니. (163쪽)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결핍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다 사르지 못하고
자기 존재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는 것,
`잉여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고통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179쪽)

"내 모든 것은
물결처럼 사라지겠지만
사랑은 남아
가슴으로 이어져 흐르겠지요" (220쪽)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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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는 창조주를 믿는 이에게는 한없는 은혜가 된다.. "왜, 대체 왜"라는 질문이 계속 반복되어 나온다. 삶의 도처에 깔려있는 왜라는 질문을 해야하는 상황들, 그때마다 그분은 항상 묵묵부답이다... 그분이 하시고자 하는 일은 우리가 하고자, 우리가 바라는 일들과는 늘 같지 않다... 그런데도 지금 나의 이상황은 그분의 섭리와 손길에 닿아있다...

갑자기 편찮으신 부모님을 뵙고 오는 길이다. 하늘나라에 빨리 가야 하는데 아직도 못가고 있다를 연신 반복해 하시는데, 아직 멀었다고... 기도하시라고... 교회를, 나라를, 자녀를, 자신을 위해서 기도할 게 남았다고 말씀드렸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높고 푸른 사다리, 그 사다리를 어디에 세우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 선택조차도 그분의 뜻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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