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과연 그럴까? 모든 새로운 트랜드는 또 다른 소비 욕망을 부추길 뿐이고, 우리는 그 욕만을 채우기 위해서 또다시 등뼈가 휘도록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니까? 말하자면 `웰빙 때문에 웰빙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8쪽)

"진짜 사랑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불륜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불륜은 선택을 요구하는 관계거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걸 사회적으로 용인된 관계로 전환시키려면 자기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잖아. 기득권, 편안함 같은 것들. 그걸 포기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 (84쪽)

그런데 그 샤넬을 입는 순간 치졸하게 말로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재력과 권력,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고상한 취향을 한 방에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131쪽)

그렇다면 내가 연애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혹시 `강하고 막 나가는 여자`처럼 보이는 내 옷차림 때문일까? `막 나가는 여자`처럼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남자들이 꼬이긴 하는데, `강해 보이기` 때문에 어느 남자도 끝까지 나라는 여자를 돌보지 않는 거다! 이제야 알겠다. (140쪽)

그런데 최근에 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됐다. 난 그저 기회주의자였을 뿐이었다. 때에 따라 진보와 보수, 아날로그와 디지털, 선과 악, 정신과 육체, 자연과 문명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 이번 겨울 모피에의 유혹에 빠져, 부드러운 밍크 목도리에 볼을 부비는 내 자신을 보며 그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143쪽)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질투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 것이고, 아니면 떠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니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혹시 내가 찾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몸 위에 도도하게 흐르던 우아한 섹스어필의 정체가 아닐까? (218쪽)

그리고 가능하면 눈에 보이는 걸 칭찬하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한편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체로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누가 "네 영혼을 사랑한다"고 하면 솔직히 코웃음이 날 것 같다. 하지만 내 팔이나 내 가슴처럼 확실히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기뻐하는 남자 앞에서는 나는 도리가 없다. (260쪽)

저렇게 미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다루는 예술가의 영역에서 진짜 프로라 할 수 있을까 싶은 거다. 나의 그러한 직업적 시각은 업무를 넘어 자연스럽게 이성적으로 매혹되는 대상으로까지 옮겨간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사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뭐랄까 경제력이나 학벌, 직업이 `밥그릇`의 문제라면 스타일은 문화와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어느 정도 불러진 다음에야 예술이나 문화를 생각하듯 스타일을 생각할 수 있다. (294쪽)

한편 자크 데리다의 말에 의하면 `스타일(문체)은 뾰족한 펜 끝`을 의미한다. "날카롭고 뽀족한 것등은 어떤 대상을 공격해서 거기에 흔적을 남길 뿐 아니라, 그 자신을 단숨에 파악해 점령하려는 맹목적인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말이다. 문체란 저자가 대상을 날카로운 펜 끝으로 공격함으로써 새긴 고유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저자의 본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위장이기도 하다."([에쁘롱-니체의 문체들]중에서) (2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한 남자, 한 때는 모든 소년들의 우상이었는데, 똑같은 일을 겪였지만 현재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그렇게 원하고 희망한 것을 빼앗기기도 하고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그분의 섭리라고 생각할 수도. 아님, 그분과는 무관한 일일 수도 있다. 원하든 원치않던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부모님이 떠올랐다. 팔순예배를 드리면서, 더이상 이룰 거도 바랄 거도 없으시다고, 이젠 하늘나라 갈 일만 남았다 하신 아버지. 모든 이의 부러움을 받으셨던, 당신의 복을 겨워하셨던. 그런 아버지에게서 가장 특별한 외동아들의 아픔을 터트리시고,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가족 전체를 다시 매만져 주신 일들이, 여전히 기도에 기도를 하시는 아버지에게는 남아있는 일이 생겼다. 순명하며 받아들일까. 아님 분노와 아픔속으로 같이 매몰될까는 우리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비극은 늘 그것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덮이는 거요?" (53쪽)

그들 모두 랍비와 함께 하느님의 전능함을 찬양하는 애도자의 기도를 낭송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것이 죽음에 파괴당하도록 놓아두는 바로 그 하느님을 화려하게, 아낌없이 찬양했다. (80쪽)

"자네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고 양심은 귀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네가 자네의 책임 영역을 넘어선 것에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시작한다면 그건 귀한 게 아니게 되네." (109쪽)

"두려움이 덜할수록 좋아. 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 두려움은 우리를 타락시켜. 두려움을 줄이는 것, 그게 자네의 일이고 내 일이야." (110쪽)

그러나 이제 그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이 달리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 때문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하느님의 본성이 달랐다면, 상황도 달랐을 것이다. (129쪽)

사람들이 공포 때문에 내뱉는 정신 나간 소리들 때문에 분위기가 아주 나빠. 공포 때문에 내뱉고 증오 때문에 내뱉는 소리 때문에 말이야. (195쪽)

"하지만 네가 그대로 있었다 한들 뭘 할 수 있었겠어?"
"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거기 있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도 거기 있어야 돼." (199쪽)

사람의 운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누구의 인생이든 우연이며, 수태부터 시작하여 우연-예기치 않은 것의 압제-이 전부다. 나는 캔터 선생님이 자신이 하느님이라 부르던 존재를 비난했을 때 그가 정말로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243쪽)

"네가 폴리오에 걸렸건 아니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라는 걸 정말 믿지 못하겠어? 우리 둘 다에게 최악의 결과는 네가 나에게서 너 자신을 빼앗아가는 거라는 사실을 이해 못하겠어? 나는 너를 잃는 걸 견딜 수가 없어. 너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 (262쪽)

한 여름에 걸쳐 벌어진 사회적 비극을 겪었지만 그것이 평생에 걸친 개인적 비극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2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기에 대한 양적인 부분이 아닌 질적인 면에서, 나를 깨우쳐 준 책을 떠올려 봤다. 시간과 상황에 따라 울림이 달랐을 거 같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괜찮은 고전이라 하는 책 중에 나와 너가 손뼉을 치며 동의하는 게 없을 수 있다고 위로 받았다. 저자를 견디게 해 준 책과 나에게 힘을 준 책은 많이 엇갈렸다. '고전'의 개념부터 달리보게 되고, 표피적이고 단편적이지 않는 사고, 깊이와 넓이를 달리하며 하는 생각과 타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도록 하여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책이 고전이지 않을까...지금의 편안과 편리에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을 다시 추스리게 하여 주변에 앉지 못한 사람들과 앉을 수 없는 사람들을 보게 만드는 것과 끊임없는 이유를 붙여 다시 생각하고 거르고 하는 작업을 하게 하는 것이 고전이라 생각한다. 아니, 책을 읽는 이유라고 본다. 수많은 읽기를 통해서만이 단단해지는 마음과 단순해지는 머리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장치가 책읽기다. 그 와중에 빛나는 고전들이 개인의 서고에 분명 남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서재 속 고전 -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나무연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무리가 등장했다. 단지 사고를 정지하고 있는 차원이 아니라,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디로 가곳 싶은지 등의 더 근원적인 욕망까지도 지배당하는 데 길들여진 사람들 무리다. (8쪽)

이처럼 인간의 자율성은 심하게 파괴됐다. 인간이 단편화된 것이다. 인간의 단편화는 상대를 그 속성으로만 단정하고(차별), 국가에 무비판적으로 동일화돼 타자를 일률적으로 적대시(전쟁)하는 데에 기여한다. (9쪽)

사람들은 희생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다. 무서운 속도로 모든 것이 천박해지고 있다. 루쉰 따위는 읽지 않으며, 설령 읽는다 해도 그 부름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51쪽)

내가 일상에서 접하는 일본의 젊은이 한 사람 한 사람은 선량하고 가련하지만 이런 사회, 정치 현상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관심 회로를 차단당한 채 성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도 희생자이지만, 만일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또다시 그들이 타자를 해치게 된다. 그런 일이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할지 모르는데도 본인들은 그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도 탄식도 분노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화`를 지킬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리라. (53쪽)

죽어가는 본인이 죽음의 주도권을 박탈당하고, 죽음을 둘러싼 `격정`은 병원에서도 사회에서도 피해야만 하는 게 돼버린 것이다. 이런 `죽음의 금기시`는 20세기 초 무렵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그것은 `슬픔이나 탄식의 모든 원인을 피하고, 비탄의 밑바닥에서도 늘 행복한 듯한 모양새를 해서 집단의 행복에 공헌한다는 윤리적 의미와 사회적 강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아리에스는 말한다. (129쪽)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인식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가치 문제다. 폭격으로 매일 아이들이 죽어가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논의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141쪽)

"기독교도들이 그 야만인(인디오)들을 복종시켜 지배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자연법에 따르면, 이성이 결여된 사람들은 그들보다도 인간적이고 사리 분별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인간 중에는 그 자연본성에 의해 주인인 자와 노예인 자가 있다. 저 야만인들은 죽음의 위험에 처할지라도 정복당함으로써 매우 큰 진보를 이룰 수 있다." `인간적``이성``사리 분별``진보`라는 말들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비위가 상할 정도로 전형적인 식민주의 레토릭(수사)이다. 하지만 식민주의의 포악성은 그 뒤 500년간이나 이어졌고 지금도 우리는 이런 레토릭의 변주곡을 계속 듣고 있다. (183-184쪽)

고전이란 어떤 시대에든 작품이 지닌 여러 겹이 만드는 두꺼운 두께 중 하나의 겹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만약 고전이 우리 시대에 어떤 울림도 주지 못하고 있다면, 그 많은 겹 중에서 우리가 아무것도 끄집어내지 못한 걸 수 있고요. 즉 고전을 읽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봐야겠지요. (223쪽)

학계에서는 `나`를 소거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본도 그렇고, 영어권 나라에서는 특히 심하고요. 주어가 없이 `A는 B다`라는 명제가 있을 때, 생략된 주어는 절대정신일지 신일지 모르지만 그 어떤 소양적인 인격일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려면 내가 어디에 서 있고 어떤 각도와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언급해야만 합니다. 명제에 생략된 주어,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존재와 위치를 되묻고 따지는 작업이 필요하지요. (225-2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