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 모든 새로운 트랜드는 또 다른 소비 욕망을 부추길 뿐이고, 우리는 그 욕만을 채우기 위해서 또다시 등뼈가 휘도록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니까? 말하자면 `웰빙 때문에 웰빙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8쪽)
"진짜 사랑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불륜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불륜은 선택을 요구하는 관계거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걸 사회적으로 용인된 관계로 전환시키려면 자기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잖아. 기득권, 편안함 같은 것들. 그걸 포기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 (84쪽)
그런데 그 샤넬을 입는 순간 치졸하게 말로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재력과 권력,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고상한 취향을 한 방에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131쪽)
그렇다면 내가 연애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혹시 `강하고 막 나가는 여자`처럼 보이는 내 옷차림 때문일까? `막 나가는 여자`처럼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남자들이 꼬이긴 하는데, `강해 보이기` 때문에 어느 남자도 끝까지 나라는 여자를 돌보지 않는 거다! 이제야 알겠다. (140쪽)
그런데 최근에 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됐다. 난 그저 기회주의자였을 뿐이었다. 때에 따라 진보와 보수, 아날로그와 디지털, 선과 악, 정신과 육체, 자연과 문명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 이번 겨울 모피에의 유혹에 빠져, 부드러운 밍크 목도리에 볼을 부비는 내 자신을 보며 그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143쪽)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질투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 것이고, 아니면 떠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니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혹시 내가 찾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몸 위에 도도하게 흐르던 우아한 섹스어필의 정체가 아닐까? (218쪽)
그리고 가능하면 눈에 보이는 걸 칭찬하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한편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체로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누가 "네 영혼을 사랑한다"고 하면 솔직히 코웃음이 날 것 같다. 하지만 내 팔이나 내 가슴처럼 확실히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기뻐하는 남자 앞에서는 나는 도리가 없다. (260쪽)
저렇게 미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다루는 예술가의 영역에서 진짜 프로라 할 수 있을까 싶은 거다. 나의 그러한 직업적 시각은 업무를 넘어 자연스럽게 이성적으로 매혹되는 대상으로까지 옮겨간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사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뭐랄까 경제력이나 학벌, 직업이 `밥그릇`의 문제라면 스타일은 문화와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어느 정도 불러진 다음에야 예술이나 문화를 생각하듯 스타일을 생각할 수 있다. (294쪽)
한편 자크 데리다의 말에 의하면 `스타일(문체)은 뾰족한 펜 끝`을 의미한다. "날카롭고 뽀족한 것등은 어떤 대상을 공격해서 거기에 흔적을 남길 뿐 아니라, 그 자신을 단숨에 파악해 점령하려는 맹목적인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말이다. 문체란 저자가 대상을 날카로운 펜 끝으로 공격함으로써 새긴 고유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저자의 본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위장이기도 하다."([에쁘롱-니체의 문체들]중에서)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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