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비오는 길위엔 차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참을 걸려 왔다.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기 위한 연수... 동일한 주제로 강사만 다르다. 늦게까지 책읽은 덕에 강의내내 졸다가 낙서하다가 황지우의 시를 읽으면서 다섯시까지 있었다. 난 원하는 게 이런 것이고, 너가 원하는 건 이런 것인데, 서로의 눈으로 보면 한참이나 다르다. 상대적이다. 우린 원하는 걸 얻지 못하거나, 채워지지 않으면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다. '공중그네'에는 우리의 페르소나 뒤에 감춰진 얼굴들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다. 경계와 강도强度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한 순간에 무너져 어쩔 줄 모르는 우리들이 나온다. 정신과의사 이라부의 종횡무진한 처방으로 요절복통하며 낫게되는 과정이 유쾌하다. 개인의 삶이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나의 의지와 선택, 타인의 호의와 예민함과 인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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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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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라, 이라부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세이지의 인생은 고슴도치 그 자체였다. 열두 살 때부터 어깨에 힘을 넣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날 이때까지 상대를 위협하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정학을 먹어 더 이상 나팔바지를 입고 활개 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마치 발가벗겨진 것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지금도 기성복 양복에 카롤러(도요타의 인기 차종)를 타면 똑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하기야, 야쿠자는 모두 그렇다. 자기뿐만이 아니다. -31쪽

"중요한 건 훈련입니다. 지상 5센티미터 높이에서 건너는 평균대를 지상 10미터에서도 건널 수 있느냐, 그게 일반 사람과 서커스 단원의 차이니까 넘어서야 할 건 기술이라기보다 오히려 공포감이라고 해야겠죠."-79쪽

뻔뻔스러운 인간은 그 뻔뻔스러움을 주위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 만듦으로써, 점점 더 뻔뻔스럽게 변해간다. -151쪽

자유라는 건 분명 자기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162쪽

"선생님, 자꾸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강박증 치료도 생각 좀 해보세요."
"맞다, 그렇지." 머리를 긁적거린다. "구토증하고 근본 원인은 같으니까, 다른 걸로 분출해버리면 좋을 거 같은데."
"다른 거요?"
"정작 토해내야 할 감정들을 쌓아두고 있으니까, 위 속에 든 음식이 대신 나와버리는 거잖아. 강박증도 그 연장선상이지. 한밤중에 베란다에 서서 허공에 대고 다른 사람 욕이라도 실컷 떠들어보면 어떨까?"-273-274쪽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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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빵을 만들었다. 맛있는 냄새와 즐거운 음악이 진동을 한다. 행복하다... 사물과 현상을 예민한 촉수로 바라보고 느끼면 무지 달리 보인다고요. 얕게 보지 말고 깊게, 오래동안 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얼어붙은 마음을 깨뜨리는 도끼들, 즉 책들에서 마음을 울렸던 글귀들을 또 다른 말로 들려주고 있다... 어젠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을 걸었다. 불과 몇일 전까지도 빨갛게 물들었던 그 길이 이젠 낙엽만 있다. 갈색뿐이다. 봄.여름.가을이 지나갔을 그 곳을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 출구로 가서 입구로 내려왔다. 가파르게 시작해서 완만하게 내려오는 길, 그제서야 주변이 제대로 보이는 여유가 생긴다... 대책없는 긍정과 낙관이 밀려왔다가 지나간다, 좋은 게 좋다, 이건 아닌데, 에잇, 어쩌라고, 오늘만은 이 행복감을 그냥 느끼고 싶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는 도끼가 된 책이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려 잠을 깨우고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는데...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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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구판절판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저는 이게 글의 힘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랑이 먼저라는 이야기인데요. 사랑이 먼저 존재했는데 이 사랑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사람의 몸이 만들어졌다는 거죠. 정말 아름다운 시선 아닙니까? 지금 말씀 드린 것들은 [광장]속의 단 몇 구절일 뿐입니다. -31-32쪽

만약 우리나라에 수박이라는 게 없어서 어느 날 수박이라는 걸 처음 수입해 나눴줬다고 칩시다. 생전 처음 수박이라는 걸 본 거죠. 그럼 김훈이 보듯이 볼 겁니다. 동그란 녹색에 검은 줄은 뭐지? 그 속의 빨간색은? 그 씨앗은? 달콤한 맛은? 이렇게 되는 거죠. 결핍의 결핍. 너무 낯이 익어서 볼 수 없는 겁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인 조르바를 통해 "그에게 두려웠던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 속에 정말 좋은 것들이 주변에 있고, 끊임없이 말을 거는데 듣지 못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90쪽

보통 권력이라는 건 '뭔가 할 수 있는 힘'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게임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것', 그게 권력입니다. 만약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둘 중 영화를 보고 싶거나 여행을 가고 싶거나 뭘 더 하고 싶은 쪽이 상대를 더 사랑한다는 겁니다. 사실 덜 사랑하는 쪽은 상관이 없는 거죠. "하고 싶은 거 해. 뭘 하든 상관 없어"라고 적당히 무관심한 듯 물러서서 아무 의견을 내지 않아요. 그래서 사랑에서의 권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이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116쪽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연인과 같이 가면 "와, 좋다. 예쁘다'할 거예요. 그리고 금방 상대를 보느라 호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겠죠. 하지만 헤어지고 혼자 가서 보면 호수가 보일 거고 또 얼마나 휑하겠어요. 평소엔 잘 안 보이다가 헤어지고 가면 감정이입이 되면서 텅 빈 호수가 훨씬 더 잘 보이는 거죠. 그러니까 그 어느 때보다 호수가 강력하게 인상에 남는 순간은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라는 얘기입니다. -151쪽

사람은 다 다르고, 각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우리의 욕망으로 채워넣고, 제멋대로 실망하곤 다툴 필요가 없어요. 무화과나무 아래서 버찌가 열리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요.

육신이 만족하자 영혼은 기쁨으로 전율했다.

육신이 만족하지 않으면 영혼은 기쁨으로 넘치지 않아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들떠 걷다가 전화가 와서 통화를 시작하면, 갑자기 풍경이 싹 없어져요. 풍경을 향하고 있던 시선에, 정신에 셔터가 탁 내려가죠. 육신과 영혼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배가 고프거나 화장실이 급하면 아무 풍경도 볼 수 없을 겁니다. 뭐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빨리 뛰어가서 육신의 고통을 해결해야겠죠. 그래서 육신이 만족을 해야 영혼은 기쁨으로 넘치게 되는 거라고 조르바는 말했던 것이고요. 그는 그래서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가슴으로 이해하라고 말합니다. -200-201쪽

보이는 거짓과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은 이 책읠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키치'라는 단어와 맞물려 있어요. 모든 이데올로기는 '주장'을 위해 '편집'을 필요로 합니다. 키치적이에요. 그래야 사람들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모든 투쟁, 슬로건 또한 키치적이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정치 선동자들의 특징은 '그래야만 한다'를 흔들림 없이 믿고 있다는 거예요. 흔들리는 사람은 선동가가 될 수 없어요. 내가 지금 이 일을 해야만 우리 민족의 장래가 밝아진다는 믿음이 흔들리면 안 되죠. 그래서 저는 키치는 편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잘라서 편집하는 게 바로 키치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광고는 아주 키치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편집이에요. 편집이 없을 수 없죠. -260쪽

호학심사 심기지의好學深思 心知其意. 즐겨 배우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는 뜻입니다. 비단 책뿐 아니라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촉수를 모두 열어놓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짜증을 낼 것이냐, 또 다른 하나는 비를 맞고 싱그럽게 올라오는 은행나무 잎을 보면서 삶의 환희를 느낄 것이냐입니다. 행복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잔디이론으로 봅니다. 저쪽 잔디가 더 푸르네, 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십 대라 좋겠다, 영어도 잘하고 부럽다, 잘 생겨서 좋겠다, 돈 많아서 좋겠다. 다 좋겠다예요. 그런데 어쩌겠다는 겁니까. 나를 바꿀 수는 없어요. 행복을 선택하지 않은 거죠.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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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연수에서도 '감정코칭'을 들었다. 사람들이 고민을 말할 때 제안과 해결책을 제시해 줄 때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경청하고 공감하고 기분이 어떤지를 물어주는 연습을 했다. 다가가는 대화를 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포커싱심리치료 또한 감정읽기를 통해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느낄 때 몸의 반응은 어떤지를 살피면서 희. 노. 애. 락을 정확하게 명료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까. 치료의 과정은 힘들고 고단하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 아닌 척이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 매순간 수용과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가당찮은 욕심을 부리고 있다. 돌아오는 길은 많이 추웠다. 손발이 시렸다. '잘가'가 아니라 '잘갔니?' 따뜻한 말이 필요했다. 지금 나의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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