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품절


어찌 밥그릇의 밑바닥뿐이랴. 쌀통의 밑바닥, 술잔의 밑바닥, 은행 통장의 밑바닥, 주가의 밑바닥, 경제의 밑바닥, 인생의 밑바닥, 사랑의 밑바닥, 생명의 밑바닥, 죽음의 밑바닥, 존재의 밑바닥...... 무엇이든 그 밑바닥에 닿아보지 않고는 무엇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가 없다.-19쪽

삶이란 새떼처럼 서로 부딪치기도 하는 것, 부딪친 뒤에는 서로를 관통하는 것, 관통했으나 구멍 나지 않는 것, 굳이 말하자면 '공'의 세계가 아닐까. 당신, 이 시를 읽으며 반야바라밀다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의미를 떠올려 봐도 좋겠다.-59쪽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배경까지도 혹은 그 미움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니까.-80쪽

......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있다면
끓어올라 넘치더라도 부끄럽지도
쑥스럽지도 않은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랴

-'물 끓이기' 중에서-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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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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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도 게으름이나 거짓말 같은 사회 부적응자의 징후들을 부모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언어 구사력이 뛰어난 편이라는 것을 자랑흐러워했을 가능성이 높다. -41쪽

한때 가까웠던 누군가와 멀어지게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는 특히 그렇다.-63쪽

-사랑한다고 해서, 다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야.

......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볼 수 없는 건 아니야.-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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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하다. 손끝이 시리다. 눈도 살짝 내렸다. 얼음도 보인다. 겨울이다. 내가 발딛고 사는 곳이 저 멀리 있는 거같다.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먼저 가버린 시간들이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한다. '몸으로 책 읽기'의 내용은 다 벗은 몸이기에 섹시(?)하다.  사람들마다 책읽기의 방식이 다르니까 무어라 할 말은 없지만.... 엄마의 생신, 노인들의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르기에 축하하러 갔다. 케익을 자르고 축하주를 나누고, 새벽까지 술마시며, 담소하고, 제부가 DJ가 된 노래감상은 또 다른 놀이문화를 제공했다. 몇시간에 걸쳐 돌아온 길은 주차장이다.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기다리는 일은 고되다.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힘들다. 몸으로 옮길 때 더 가뿐해 질 수 있다.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면 오만가지 생각들로 지친다. 막연히 기다릴 때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당신을 위해 책을 살 수도 있고, 선물을 고를 수도, 커피를 사서 기다려도 된다. 그러나 몸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막연히 기다리기만 한다. 더 피곤하다. 마음을 몸으로 옮기지 못할 때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보고 싶어도, 말을 해도, 몸이 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다음에는 손에 보여주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랑이 보인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어찌보면 보여줄 수 있는 손이 없기에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연말이다. 챙길 사람들이 많다. 카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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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책읽기 - 명로진이 읽고 걷고 사랑한 시간
명로진 지음 / 북바이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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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걷는다. 걷기 때문에 인간이다. 동물은 긴다. 기기 때문에 동물이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걸어야 한다. 배를 땅에 깔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수많은 복지부동하는 존재들은 인간이 아니다. 기지도 않으므로 동물도 아니다. 그럼 아메바? 말미잘? 무생물?-93쪽

'절실하게 필요할 땐 가질 수 없고, 가질 수 있을 땐 그 필요가 절실해지지 않는' 쌍곡선의 비애가 바로 삶인 것을 그땐 몰랐다.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라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다. -135쪽

누군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본다 해도 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설명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 해도 아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산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은 있다 해도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미망에 사로잡힌 인간에겐 그렇다.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의 도전이며 실체에 대한 감각의 탐구이자 객체에 대한 주체의 대응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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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눈발이 날린다. 누군가와 같이 눈(雪)을 본 적이 없다는, 그래서 함께 눈을 보게 되어 기쁘다는 안선생의 말에서 그럴 수도 있구나, 따뜻한 커피를 들고 큰 유리창을 통해 드문드문 날리는 눈을 보았다. 첫눈은 벌써 다녀 갔다던데... 겨울, 옷깃을 여미고 겸손해 질 수 밖에 없는 계절이다. 아울러 일터를 옮겨야 하는 사람들로 뒤숭숭하다. 파트너도 떠난다 하니... 이도 저도 못하는, 어떤 쪽도 될 수 없는, 올해와 내년이 연결되어 있는 겨울이다. 하지만 소통일까, 단절일까...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뒤로도 간다. 앞으로 가는 시간과 뒤로 가는 시간 사이에 우리는 끼여 있다. 그것이 삶의 순간들이다.(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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