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책읽기 - 명로진이 읽고 걷고 사랑한 시간
명로진 지음 / 북바이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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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걷는다. 걷기 때문에 인간이다. 동물은 긴다. 기기 때문에 동물이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걸어야 한다. 배를 땅에 깔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수많은 복지부동하는 존재들은 인간이 아니다. 기지도 않으므로 동물도 아니다. 그럼 아메바? 말미잘? 무생물?-93쪽

'절실하게 필요할 땐 가질 수 없고, 가질 수 있을 땐 그 필요가 절실해지지 않는' 쌍곡선의 비애가 바로 삶인 것을 그땐 몰랐다.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라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다. -135쪽

누군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본다 해도 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설명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 해도 아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산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은 있다 해도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미망에 사로잡힌 인간에겐 그렇다.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의 도전이며 실체에 대한 감각의 탐구이자 객체에 대한 주체의 대응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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