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스물여덟, 그 파릇파릇한 나이에 그녀는 왜 자기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지금의 나이가 항상 자신이 경험해본 가장 많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현재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나이는 이미 경험했지만 많은 나이를 경험해볼 수는 없다. 현재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무 살에는 스무 살이 많아 보이고, 스물여덟 살에는 스물여덟 살이 많아 보인다. 지나고 보면 그토록 아름다운 시절이 없는데 당시에는 그걸 모른다. -28쪽

세상의 생물들을 권력의 순서대로 줄 세운다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자리는 '미녀'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생엔 기필코 미녀로 태어나기를 소망한다. -34쪽

같이 산다는 건 뭘까? 나와 다른 상대방의 불쾌한 버릇들을 참아낸다는 것이다. 그 버릇들은 각자 서로 다를 뿐이지 비난받을 정도로 나쁜 버릇이 아닌지라, 묘하게 신경을 거스르지만 내가 신경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소한 것들이다. -47쪽

언제나 받아오던 입장이다가 처음으로 자존심을 내려놓고 매달려보았는데, 그게 상상하던 것과 달리 그리 비참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서야 '사랑받는다'는 수동형이고, '사랑한다'가 능동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 시작과 끝은 능동형이 결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77쪽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고 살아야 할 기본은 어린 시절에 배운다. 어린 시절에 배운 것만 제대로 지키고 살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나쁜 것들은 언제나 나중에 배운 것 들이다. -97쪽

중요한 일은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다 통과한 후에야 주어지곤 한다. 하찮은 일들을 하찮게 여기면 중요한 일은 영영 오지 않는다. 왜냐면 중요한 일은 튼튼한 하체만이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139쪽

내가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 자부했던 건 내가 특별히 양심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한계를 시험받지 않는 환경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2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먹는다. 세상에 이보다 완전한 쾌락이 있을까.-7쪽

밀가루는 나쁘다. 기름은 나쁘다. 설탕은 나쁘다. 혼자서도 충분히 나쁜데 셋이 뭉치면 기절하게 나쁘다. 여자아이들은 그런 걸로 만들어졌다. 설탕과 향료, 그리고 좋은 것들. 은근슬쩍 어버무린 '뭐든 좋은 것'은 기름과 밀가루가 틀림없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나쁘다.-154쪽

또한 몇 년씩 일자리를 구해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잊는 데 통밀 식빵이나 오렌지처럼 건강한 음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튀김이나 아이스크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설탕을 듬뿍 넣은 차는 그들의 초라한 삶에서 유일하게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이었다. -200쪽

죽을 때까지 양배추 수프만 먹고 살 수 있다면, 내일 일이야 알 바 아니다. 날씬한 오늘을 살고 싶은 많은 여자들이 솥을 걸고 주걱을 휘두른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6리터 냄비에 한가득 끓인 수프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물론 배도 불렀다. 하지만 허전했다.
생생하고 구체적인 식욕을 흐릿하고 추상적인 허전함이 잡아먹었다. 어떤 욕망도 희미하게 빛이 바랬다. 그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의 기아상태였다.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먹는 것까지 포함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일상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되었다. 일을 못한 건 물론이고, 놀지도 쉬지도 못했다. 멍하니 잠만 잤다. 어쩌면 고통을 잊기 위한 몸의 반사작용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극히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또 슬퍼했다. 또한 극심한 감정기복 와중에 끊임없아. 자책감에 시달렸다. 아무리 야채지만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될까. 이러고도 살을 뺄 수 있을까. 운동도 못 하고 외출도 안하며, 수프에 들어가는 채소들의 칼로리만 연신 검색했다. 우울함은 다이어트 종료 반나절을 남기고 극에 달했다. -26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와 책이 있는 저자의 서재에서, 한번이라도 마주침이 있는 책과 영화는 쉽사리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읽은 적이 없고 본적이 없는 지점에서는 머뭇대고 망설였다. 겨우 읽었다. 그만큼 모르는 책과 영화가 많았다는 의미다... 최근 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어울리는 건 무얼까. 얼음을 갈아 올린 새콤달콤 비빔국수가 떠오른다... 무더위에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가만히 엎드려 있다. 꼭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축늘어진 시계같다. 작품명이 '기억의 지속'이란다... 내게 기억은 언제나 흩트러져 있는데, 지속이라니, 그게 말이나 될까. 그래서 불쑥하고 단편적으로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기억때문에 한층 더 덥다... 난 기억하는데 넌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답답하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서로 엇갈리는 기억들, 누구의 기억이 정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각자의 현실에서 만들고 있는 기억들, 또한 아무도 모른다... '밤새 편지를 쓰며 그의 영혼에 가 닿기를 갈망했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며 그를 잊었다. 내 영혼은 그와의 접속을 갈망했지만 끝없이 접촉의 신호를 보내오는, 지나치게 건강한 남자아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p115)'...  앞으로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을 때, 어울리는 게 뭘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참,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이 딱 어울리게 나온다... 이처럼 딱 맞게 내맘을 알아주는 이는 없을까... 오늘 **씨는 커피나 팥빙수대신 포도한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분명 커피나 팥빙수를 말했건만, 그걸 보면 누구나 자신을 위해서만 뭔가를 할 수 있다... 가끔 타인을 위하는 행위나 말에서 조금이나 겹쳐지면 우린 참으로 커다란 공감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결국엔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그가 내게 해준 것들도 그 자신을 위한 일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 - 영화와 책이 있는 내 영혼의 성장기
이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품절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 말해주는 편이 낫다. 어차피 우리들 개개인은 과거와 미래의 접점에 있는 존재다. 지금의 나를 똑바로 알아야 내일을 어제처럼 살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유효하고, 미래는 과거를 새롭게 규정짓기에 의미 있다.-94쪽

사람들은 꿈꾼다. 주는 만큼 받을 수 있기를. 갖고 싶은 만큼 갖고, 받고 싶은 만큼 얻을 수 있는 사랑. 하지만 대개 사랑이란, 준 것은 돌려받지 못하고 받은 이상으로 빼앗기는 것이기 쉽다. 끝난 지점에서 계산해보면 그렇다. 그 끝은 언제쯤일까? -2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는 책을 읽고 깐깐하고 종횡무진한 글쓰기를 빛내고 있다. 저자가 부럽다. 읽기를 통해서 세상을 진맥하고 소통하고 있다. 바쁘기도 했지만 오래동안 읽었다. 한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후다닥, 세월은 얼마나 빠른지, 웬만한 내공으로 책읽기를 고수한다는 건 힘이 든다. 더더구나 낮동안 일터에서 일을 하고, 책을 손에 잡는다는 건 의식적으로 자신을 다잡지 않고서야 힘든 일이다.  

-9개의 주제에 따라 책을 분류하고 각각의 책에 대한 서평이 있다. 책에서 가장 덕을 본 사람은 이책의 저자일거다.

-다만 부러운 건 나도 조금 더 길게, 담담하게, 솔직하게 서평(?)을 써 보고 싶다는 거다. 사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다.

-독서삼매경으로 더위를 이겨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