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당하는 채소의 기분은 어떨까...

계속해서 채소의 기분이 되어 책만 읽었다...

또한 바다표범과 키스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바다표범 오일을 한 숟갈 떠 먹었을 때, 바다표범이 '억지로 입을 벌려 뜨뜻미지근한 입김과 함께 축축한 혀를 입안으로 쑥 밀어넣은(p154)' 것처럼 비렸다... 그 어떤 것을 먹어도 가시지 않는 맛이었다...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관계를 끊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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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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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하나하나의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그럴 때도 있다).-15쪽

무슨 일인가로 확 열이 받아도 그 자리에서는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고 한숨 돌렸다가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에 '이 정도라면 화내도 되겠어' 싶을 때 화를 내기로 했다. 이른바 '앵거 매니지먼트'다.-44쪽

사람을 신뢰하면서 신용하지 못하는 인생이란 것 역시 때로는 고독한 것이다. 그런 미묘한 틈, 괴리 같은 것이 통증을 초래하여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이런 건 그냥 미트 굿바이잖아'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트 굿바이(meat goodbye) : 자이언트의 전 감독 나가시마 시게오 씨는 근육이 파열된 것을 '미트 굿바이'라 불렀다고 한다.(p52)-55쪽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다음에 또'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68쪽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하와이 바다에서 웅덩이 같은 곳을 헤엄쳐 지날 때였다. 그곳만 바닥이 움푹 깊어졌다. 물은 한없이 투명하고 정적 그 자체여서 마치 고층빌딩 틈새의 상공을 맨몸으로 떠다니고 있는 듯한 착각이 엄습했다. 고소공포가 있는 나는 앞이 캄캄하고 등이 오싹해지면서 몸이 움츠러들었다. 악마도, 깊고 푸른 바다도 어쩌면 바깥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한없이 깊은 해저의 웅덩이를 떠올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은 늘 어딘가에서 잠재적으로 우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107쪽

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하면 수집(마음을 쏟는 대상)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 일 것이다. -123쪽

생각해보면 진짜로 상대를 싫어한다면 "네가 쓴 글이 싫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진 않을 터다. 논리적으로 옳다. -131쪽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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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감정소모를 많이 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쓸데없는 일은 없고, 다 이유가 있는 일이였다. 지나 놓고 보면 알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원래 그러한 사람이고, 그러한데, 그걸 자꾸 바꾸려 했고, 바꿔주길 원했다. 그러나 바라는 것과 반응이 한결같이 어긋났다. 동상이몽. 동문서답. 순전히 나의 문제라고 하기엔 섭섭함이 지나쳐 자꾸 화가 났다. 어쩔 수 없는 상황과 대상에게까지 화를 내고 있다. 멈추면 될 걸, 바보가 틀림없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글쓰기를 권하는 작가, 김연수,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달라진단다. 과연 지금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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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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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충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은 3D 업종이에요. 30분에 한 번씩 먹이를 주는 일과 같아요. 사랑하듯이 우리가 공부하거나 일햇다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만약 사랑하는 게 죽을 만큼 힘들다면, 그건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 노인을 죽지, 연인으로 죽진 않으니까. 차라리 나중에 후회하면서 눈물 쏟지 말고 30분에 한 번씩 먹이를 주는 게 좋을 겁니다. -27쪽

아마도 살아가면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찬사는 "내 옆에는 네가 있어"라는 말이 아닐까요.-34쪽

우리 인생보다 더 오래가는 고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의, 또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영원히 우리 안에 남는다는 점이죠. 그런 까달게 때로는 그게 훨씬 더 고통스럽기도 해요. -45쪽

뭔가가 우리를 막아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그걸 뚫고 지나가는 일입니다. 계속 달리세요. 끝까지.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이세요.-109쪽

그제야 나와 그, 그리고 소년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기억 속으로는 걸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기억을 간직한 길 속으로는 걸을 수 있다. 나는 질투를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 순간 무척 슬펐을 것이다. 넓은 줄만 알았던 골목길이 좁아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니까. 어른에게만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린아이처럼 많이 걷고 달리지 않게 때문이다. 걷지 않으니 추억이 없고 그래서 늙는 것이다. -148쪽

아름다움이란, 단지 균형이나 청결함이나 향기가 아니라 미래와 관계있는 것이고 밝음, 희망 같은 것과 관계된 것인지 모른다. 흉한 것은 퇴행과 정지와 무지와 태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추한지도 모른다. 보다 진보적인 것, 미래적인 것, 과학적인 것, 말하자면 진화를 암시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157-158쪽

"기억하는 일은 왜 중요해요?"
"그것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지. 잘 떠나보낸 뒤 마음속에 살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여전히 할아버지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어 다시, 다른 방식으로 물어보았다. 기억하는 일이 힘들고 따가워도 기억해야 하는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오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할아버지가 기증한 물건들이 전시된 방을 바라보았다.
"나도 기억하는 방법을 몰리서 저 물건들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내 인생을 낡은 물건들을 쌓아두는 창고로 만든 셈이지. 잘 떠나보내고서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 걸."
잘 떠나보낸 뒤 기억하기. 나는 그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입안에서 반복했다. -171쪽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지지 마시길.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사시길. 다른 모든 일에는 영악해지더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 앞에서는 한없이 순진해지시길. 지난 일 년 동안, 수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자는 말은 결국 그런 뜻이라는 것. 우리는 변하고 변해서 끝내 다시 우리가 되리라는 것.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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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따라오는 일때문에 한주가 무지 길고 힘들었디. 세찬 바람이 불었어도. 비가 왔어도. 내 마음의 바람은 따라오지 못할거다... 운전할 힘조차 없었다. 천천히 걸어다녔다... 나에게도 우렁각시가 있다면, 누군가가 대신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나의 입과 손과 발이 움직여서 팔월을 마무리했다... 휴유~ 눈물이 고인다. 아닌척한다.

눈물을 닦아 줄 그림이라니, 차라리 내가 그림이 되어 눈물을 닦아 줘야 할 판이였다. 좋은 말을 아무리 해도, 함께 있어도 내 눈물은 내가 닦아야 했다. 아무도 손수건조차 내밀지 않았다.  그런데도 '괜찮아'하고 있다.     

 빈센트반고흐, [슬픔], 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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