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사랑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라 하지만, 떠나 보낼 때는 무척 힘이 든다. 실지로 떠나 보내기 보다는 대부분 그냥 떠났다가 더 정확하다. 거절감은 사람을 한없이 낮게 만든다.  '만일 내가 혼자 내 발로 설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집착한다면, 그 관계는 결코 사랑이 아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랑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 중에서"

오래동안 조금씩 읽은 '책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글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독자 권리 장전'이다. 독자는 책을 읽을 권리, 책을 읽지 않을 권리,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권리,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권리, 반짝 독서를 할 권리, 소리내어 읽을 권리,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을 권리,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책을 쓸 권리... 그리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공공도서관의 필요성이다. 한집 건너 있는 음식점, 노래방, 술집, pc방 등등보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다면 청소년들의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언제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다. 각자의 삶속에서 책을 읽으면 된다... 그리고 또 간간히 책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있어 한참을 드려다 봤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은 사진이 하나 있었다. [p89]... 그리고 서점과 도서관 가 본지가 무척 오래 되었다는 생각과 책 냄새가 그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시 혼자가 된 당신에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이별 심리 치유서
기나 케스텔레 지음, 황미하 옮김 / 다산라이프 / 2013년 1월
절판


서로 소통이 부족해지면 함께 있어도 경직되고 활기가 없어집니다. 갈등이 생겨도 말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입을 꼭 다뭅니다. 불쾌한 감정이 마음을 억눌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고, 따라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막강한 힘으로 관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흡사 불에 그을리듯, 표현하지 않고 제쳐둔 문제들은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 서로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고, 지금까지 상대방에게 풀었던 좋은 감정은 사라집니다. 거기서 생긴 불만을 계속 토로하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집니다. 분위기는 점점 더 답답해지고, 대화는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루어집니다. -31쪽

떠난 사람이 당신과 함께한다면 그것은 환영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사람을 생각하고 느끼고 염려합니다. 함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느낌,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귀결됩니다. 당신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손 닿는 곳마다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뿐이니 한없이 외롭습니다. 고독감이 엄습합니다. 밤이 되어 잠들기 전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혹은 식탁에 홀로 앉아 꾸역 꾸역 밥을 먹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털어내지 못할 때 고독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고독감은 누군가에게 속하고 싶다는 갈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가까워지고 싶은 열만 때문에 당신은 이미 가버린 사람에게 여전히 매달려 그/그녀에게 전화하라고 애원할지도 모릅니다. -100쪽

죄책감은 잘못 투약된 진정제 같은 것입니다. 죄책감이 들면 행동이 움츠려들고 생각이 느슨해지며 자존감이 약해집니다. 죄책감은 자신이 거부당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됩니다. 이를테면 자기를 비난하면서 생기는 감정이지요.-110쪽

이별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해도,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요술방망이는 없습니다.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감정을 마음속에서 모두 내려놓는 유일한 길은 사랑했던 사람과 깨끗이 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랑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불안과 절망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118쪽

채 이별을 맞이하기도 전에 그/그녀와 마음의 거리가 생겼다면 마음을 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갈라선 뒤에도 여전히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 고통은 참으로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다고 해도 두 가지 경우 모두 이별의 상처가 남는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그녀에게 품었던 좋은 감정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해도, 자신이 거부당했다는 생각은 헤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남습니다. -18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장바구니담기


책은 단어와 문장과 면들로 이루어진다. 문장의 한 부분을 이루는 단어는 의미로 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관념의 한 조각이다. 단어라는 조각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 그 문장들이 연결되면서 의미세계를 창조한다. 책의 면은 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다.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면의 가장자리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다. 종이 면 위에 인쇄된 글자가 목소리라면 행간과 가장자리의 여백은 침묵이다. 그렇다면 책의 본문 편집은 단순히 글자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고요함, 채움과 비움을 조합하여 책을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물결처럼 순조롭게 흐르게 하는 고귀한 예술이다. -31쪽

우리에게는 일생 살아가면서 언제 어디서나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있지만, 청춘의 독서와 장년의 독서, 중년의 독서와 노년의 독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청춘의 시기에는 감성을 일깨우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책이 필요하고, 장년의 시기에는 세상을 넓게 보게 하는 책과 직업활동을 위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점차 위로와 위안을 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마음을 다독거리고 보살펴주는 책을 읽게 된다. 그러다 노년이 되면 인생과 세상 전체를 관조할 수 있게 하는 지혜의 책을 가까이하게 되는 것이다.-90-91쪽

책의 '쪽'을 말하는 '페이지page'의 라딘어 어원인 '파기나pagina'는 포도나무가 늘어서 있는 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책읽기는 포도밭의 줄을 따라 돌며 여름 내내 뜨거운 햇빛을 받아 잘익은 진보랏빛 포도송이를 거두어들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62쪽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각 원하는 장소에서 각자가 선택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삶과 독서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7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짧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그림책, 그녀는 그림책에서 불편함을 얻었다고 한다. 진실을 마주하여 용기있게 고백한 그녀의 속살을 보면서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의 얼굴을 한명씩 떠올려 봤다. 그들 각자를 대하는 나의 모습. 지시하고, 비판하고, 지적하고, 고상한 척, 감추고, 망설이고, 머뭇대고, 외면하고, 아닌 척하고 있는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얄팍했다... 어쩌라고, 어쩔건데, 어찌할까... 용기가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 조금 덜 죄짓는 선생, 조금 덜 나쁜 엄마, 조금 덜 그악스러운 사람으로 나를 잡아 준 힘
최은희 지음 / 낮은산 / 2013년 6월
장바구니담기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거짓말이라 쉽게 단정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렇듯 사실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일이 많기에, 진실을 몰라준다며 "버선목이면 뒤집어서 보여 주기라도 하지. 내 가슴을 열어서 보여 주고 싶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진실은 거기에도 있다. 사실의 눈으로도 볼 수 없는 그 너머, 우리 가슴속에도.-21쪽

아, 자식의 사춘기는 자식의 성장통이 아니라 부모에게 온 통과의례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하여 다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자식들이 질척질척하고 깜깜한, 때로는 불구덩이 같은 사춘기의 터널을 거칠 때 쏟아 낸 뜨거운 불똥을 뒤집어쓰고 그 불통에 데고 물집 잡힌 상처 때문에 피눈물을 쏟으며 미숙한 부모가 비로소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나야만 한다. 머리로 이해했던 삶의 질곡을 몸으로 확실히 배우는 때, 피해 갈 수 없는 강적을 만나 처절하게 싸우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둘레를 살펴보면 자식의 사춘기 때 시퍼렇게 날뛰는 것은 언제나 부모이다. -53-54쪽

내 손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몰아가는 세상은 손으로 일한 역사를 부정하라고 속삭인다. 손을 움직여 일하는 것, 손이 거칠어지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감추고 싶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속삭임. 그것은 여성을 상품으로 여기면서도 겉으로는 결코 아닌 척하는 자본주의의 속내에 대한 반증 아닐까? 팔아야 할 상품이 미끈하지 못하면 일단 상품성이 떨어지니 마디 굵고 투박한 손은 외면당하는 것이다. -120쪽

말하지 않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감각의 날을 세워야 하는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이가 다른 존재의 말을 들을 수는 없다. 온통 자기 연민에 휩싸인 취약한 존재가 어찌 다른 목숨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저 끝없이 자기 그림자를 덧씌운 채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려 버릴 뿐이다. 그래야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잘 닦인 맑고 투명한 거울 앞에 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프고 힘들다. 무엇을 하든 자꾸 목에 걸리고 가슴에 돌을 얹은 듯 힘들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 돌아선다 하여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강력한 마취제를 끌어다 쓸 뿐이다. -198-1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