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 조금 덜 죄짓는 선생, 조금 덜 나쁜 엄마, 조금 덜 그악스러운 사람으로 나를 잡아 준 힘
최은희 지음 / 낮은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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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거짓말이라 쉽게 단정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렇듯 사실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일이 많기에, 진실을 몰라준다며 "버선목이면 뒤집어서 보여 주기라도 하지. 내 가슴을 열어서 보여 주고 싶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진실은 거기에도 있다. 사실의 눈으로도 볼 수 없는 그 너머, 우리 가슴속에도.-21쪽

아, 자식의 사춘기는 자식의 성장통이 아니라 부모에게 온 통과의례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하여 다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자식들이 질척질척하고 깜깜한, 때로는 불구덩이 같은 사춘기의 터널을 거칠 때 쏟아 낸 뜨거운 불똥을 뒤집어쓰고 그 불통에 데고 물집 잡힌 상처 때문에 피눈물을 쏟으며 미숙한 부모가 비로소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나야만 한다. 머리로 이해했던 삶의 질곡을 몸으로 확실히 배우는 때, 피해 갈 수 없는 강적을 만나 처절하게 싸우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둘레를 살펴보면 자식의 사춘기 때 시퍼렇게 날뛰는 것은 언제나 부모이다. -53-54쪽

내 손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몰아가는 세상은 손으로 일한 역사를 부정하라고 속삭인다. 손을 움직여 일하는 것, 손이 거칠어지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감추고 싶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속삭임. 그것은 여성을 상품으로 여기면서도 겉으로는 결코 아닌 척하는 자본주의의 속내에 대한 반증 아닐까? 팔아야 할 상품이 미끈하지 못하면 일단 상품성이 떨어지니 마디 굵고 투박한 손은 외면당하는 것이다. -120쪽

말하지 않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감각의 날을 세워야 하는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이가 다른 존재의 말을 들을 수는 없다. 온통 자기 연민에 휩싸인 취약한 존재가 어찌 다른 목숨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저 끝없이 자기 그림자를 덧씌운 채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려 버릴 뿐이다. 그래야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잘 닦인 맑고 투명한 거울 앞에 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프고 힘들다. 무엇을 하든 자꾸 목에 걸리고 가슴에 돌을 얹은 듯 힘들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 돌아선다 하여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강력한 마취제를 끌어다 쓸 뿐이다.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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