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여름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여름휴가와 결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미와 주목'에서는 피었다가 한 순간 사라지는 장미나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서있는 주목이 누리는 순간들은 모두 동일하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어 시작하지만 과연 그럴까로... 이사벨라에 대하여 자신의 욕망대로 함부로 했던 게이브리얼의 사랑도 휠체어에서 지켜만 봐야했던 노리스의 사랑도 모두 진솔한 사랑이다. 나는 장미, 너는 주목. 모두 같다. 내가 보고 알고 기억하는 것이 진실과 사실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사람에 대하여서는..... 미션임파셔블과 베테랑을 보았다. 권선징악..... 내가 선하다면 너는 악한가...... 너가 선하면 나는 악한가....... 순간의 선택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기회라는 게 거의 조금 뒤에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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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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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나중이 되면 과연 그런지 의심이 들며 혼란스러워진다. 나역시 그랬다. (22쪽)

거짓된 행복만큼 씁쓸한 게 또 있을까? 마음의 교류, 완벽하게 통하던 생각, 우정, 동지애...... 모두 미혹에 불과했다. 남자와 여자라는 종 사이에 오가는 끌림 같은 미혹, 자연의 유혹, 자연의 마지막이자 가장 교활한 기만, 나와 제니퍼 사이에는 오직 육체적인 끌림밖에 없었다. 거기서 괴물 같은 자기기만의 뼈대가 자라났다. 그것은 그저 욕정, 욕망이었다. 그 깨달음은 내게 굴욕을 안겼고, 나를 괴팍하게 만들어서 나 자신은 물론 그녀까지 거의 증오하기ㅣ에 이르렀다. 우리는 참담한 기분으로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확신했던 사랑의 기적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의아해하면서 (39쪽)

동물은 생각하지 않는다. 긴급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느긋하고 수동적이다. 생각한다는 것은(이 단어의 추론적 의미로 볼 때) 사실 인간이 어느 정도 고생해서 터득한 상당히 인위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어제 했던 일을 걱정하고, 오늘 할 일과 내일 일어날 일을 검토한다. 하지만 어제, 오늘, 내일은 우리의 사고와는 무관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일어났고 일어날 것이다. (52쪽)

"사람들이 정말 바보 같단 뜻이네. 수영을 제대로 하고 체계적인 인명구조 방법으로 아이를 구한 것보다 수영도 못 하면서 뛰어든 내가 훨씬 더 큰 찬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말이지. 많은 사람이 아주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할 걸세.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독한 바보짓에 불과하다고 할 거고. 사실 그건 바보짓이지. 실제로 잘한 사람은 내 뒤에 뛰어들어서 우리 둘을 구한 남자니까. 하지만 그는 내가 받은 찬사의 받도 받지 못할 거야. 그는 일급 수영 선수니까. 안타깝게도 그는 고급 양복을 버렸고, 아이뿐만 아니라 허우적대는 나까지 그에게 큰 짐이 됐지. 하지만 누구도 상황을 그렇게 보지 않을 거네. 당신 형수 같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아." 게이브리얼이 덧붙였다.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오히려 고맙지. 선거에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머리를 쓰는 사람이 많으면 아주 곤란하니까." (90쪽)

나는 불편하게 몸을 뒤척였다. 아니, 뒤척이려고 애쎴다. 그러자 불구의 몸에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다른 종류의 예민한 아픔이 밀려왔다. 기억이라는 아픔. 나는 다시 콘윌발 런던행 기차에 타고 있었고 눈물방울이 수프 그릇으로 뚝뚝 떨어지는 광경을 보았다......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동정으로 인한 무력감은 인생의 공격에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끌려가게 한다. 어디로? 내 경우에는 미래가 없고 나를 조롱하는 과거밖에 없는 휠체어였다......(128쪽)

하지만 노리스, 문제는 내가 평민의 자식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거네. 난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전 커서 귀족이 되고 싶어요. 존 게이브리얼 경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네. 아버지는 그러셨지. `그건 무리다, 존. 귀족은 타고나야 하는 거거든. 네가 대단한 부자가 된다면 그들이 너와 친구가 돼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건 같지가 않지.` 그래. 그건 같지가 않았네. 뭔가,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뭔가가 있었어. 작위를 말하는 게 아니야. 자기 확신을 갖고 태어나는 것. 자기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지 아는 것. 무례하고 싶을 때만 무례한 것 - 단지 덥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또는 자기가 누구 못지않게 잘났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서 무례한 것이 아니라 -,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전긍긍하지 않고 내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신경쓰면 되는 것을 말하는 거지. 내가 이상하거나 초라하거나 별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도 나는 나이기에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137쪽)

"그게 핵심이지 않을까? 한 인간이 상대에 따라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는 게? 사물도 마찬가지지. 나무나 바다도 그렇고. 두 화가가 세인트 루 항구를 그리더라도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을 내놓을걸." ........ "두 사람은 실제로 완전히 다른 눈으로 대상을 보는 거야. 모르긴 해도 인간이란 모든 것 중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취사선택하는 존재야." (154쪽)

"누구에게나 빠져나갈 기회가 한 번은 있어요...... 나중까지는...... 나중에 돌아보기 전까지는 그게 기회였다는 걸 깨닫지 못하기 일쑤지만요...... 하지만 분명 그런 기회가 있는 법이에요......" (158-159쪽)

나는 백 가지 사랑의 기술을 알았으나
그 하나하나가 연인을 슬프게 만들었다.(에밀리 브론테 경구)

그녀는 반발했다. "끔찍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상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지우는 겁니다." 내가 말했다. (170쪽)

이런, 노리스! 물질적인 시샘, 성공과 재산과 부에 대한 시샘은 정신적인 질투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네! 정신적인 질투야말로 황산 같은 거지. 먹으면 바로 사람을 말살하는 독. 가장 숭고한 것을 보고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그것을 사랑하라고? 그러니까 그걸 증오하고 파괴해버리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거야. 갈가리 찟고 짓밟아 숨통을 끊어놓기 전까지는.......(240쪽)

"그분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할 거예요. 정말 그럴 거예요." "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그냥 내버려둬요." `사랑한다면 내버려두라`라는 말을 누가 했을까? 심리학자가 어머니들에게 한 충고였을까? 그 말에는 자식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큰 지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누구를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노력하면 적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265쪽)

"말해봐요, 이사벨라. 당신은 결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죠? 당신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예요? 법적 의미를 제외하고요." 이사벨라는 아주 골똘히 생각했다. "결혼이란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속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고...... 그곳이 자신의 적절한 자리가 되는 거요."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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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막에서 고립되어 읽을 책도 없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 곳에서, 도마뱀처럼 불쑥 불쑥 나타나는 옛날의 기억과 경험들에서 남편과 자식,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진실과 마주한 이야기..... 스스로 퍼펙트하다고 믿었던 삶에서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만 고집스럽게 간직하고 그렇게 믿어 왔던 조앤, 그건 진실이 아니고 자기기만이고 자신만의 기억이고, 사랑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조차 외면하고 진정 그들을 위한 일이라고 입바른 소리를 했지만, 결국 나의 편리를 위해 주장했던 일들, 정작 타인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을 자신만 몰랐던 사실들과 특히, 남편이 그렇게 열망하고 간절히 바라던 농부의 일을 시골에서 살기 싫은 자신의 이유보다 여러가지 타인의 이유를 들어 변호사로 밀어 붙인 일에 대하여, 남편을 만났던 그때로 돌아가서, 이제는 돌아가 남편 로드니에게 용서해달라고 말하리라 다짐 다짐했건만 결국 예전의 자신이 누렸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로웠던 자신의 본래의 세계로 그대로 머문다...... 그게 편하고 익숙하니까. 우먼인골드, 종이달을 봤다. 진짜와 사실, 진실은 무얼까. 이게 진실인지 어떻게 알지. 알고 싶지 않다는 거, 가짜에 덧 입혀 가짜가 판을 치는 어느 순간 어떤 게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삶이다. 인생은 만만치 않다. 거대하게 쌓여있는 진실된 기억을 왜곡하고 억눌려도 사실은 사실인거다. 그래도 꾹꾹 눌러서 사는 게 뒤집어 엎는 거 보다 더 쉬운 게 아닐까. 그럼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잘못은 그 순간을 사실과 진실로 보지 않으려는 데 있을 거다...... 종이달의 그녀, 행복한 순간을 위해 종이달을 걸지만, 그건 지워질 수 있다. 어느 순간 사라지고 누구라도 지울 수 있는 종이달은 행복이 아니다. 행복하기 위해 선택할 방법은 수천가지다. 그게 거짓이든, 참이든, 그걸 누가 구별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 선한 개인의 양심으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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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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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니, 평화롭다는 말은 과장일 것이다. 가족의 생활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휴가, 전염병, 한겨울의 파이프 동파, 사실 삶은 소소한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12쪽)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24쪽)

싫다. 이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방금까지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플랫폼을 기운차게 걸어가던 로드니. 버거웠던 짐을 내려 놓은 듯 경쾌하게 걸어가던...... 그녀에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있지도 않았던 일을 상상하고 지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장난을 쳤을 뿐일텐데. 로드니는 왜 기차가 역을 떠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그는 왜 그래야 했을까? (76쪽)

"이제 특별히 한마디만 더 하겠다. 나태한 사고는 금물이야. 조앤!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이라 해도 그래선 안 돼!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지면 안 돼!" (115쪽)

레슬리는 자기 아이들이 연약하지도 이상주의적이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집안에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슬리는 예전처럼 투박하고 엉성하게 손을 저으며 말햇다. "숨기는 게 훨씬 더 안 좋아요. 아이들이 아빠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아빠는 은행에서 돈을 훔쳐서 감옥에 가 있다고 말했죠. 이제 아이들은 도둑질이 뭔지 알아요. 전에 피터가 잼을 훔쳤을 때 벌로 침대에 가 있으라고 했거든요. 어른들도 잘못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 아주 간단한 얘기죠." "아무리 그래도 아이가 아빠를 존경하지 않고 무시한다면......" " 아뇨. 아이들은 그이를 무시하지 않아요." 레슬리는 이번에도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덧붙였다. "사실 아이들은 아빠를 안쓰러워해요. 교도소 생활에 대해 죄다 듣고 싶어하고요." "난 그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앤은 단호하게 말했다. (123쪽)

물론 에이버릴은 엄마를 많이 사랑했다. 아이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 그랬을까? 아이들이 그녀를 많이 사랑했을까? 그들이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했을까? 조앤은 의자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어디서 이런 생각들이 나왔을까? 무엇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까? 두렵고 불쾌한 생각들. 마음속에서 밀어내버려.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봐...... (142쪽)

"아니다. 나는 그 가여운 사내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야......" 갑자기 로드니의 목소리에 격렬한 감정이 담겼다. "내 말을 믿어, 에이버릴. 인간은 하고 싶은 일-타고난 일-을 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인간에 불과할 뿐이다. 분명히 말하마. 네가 루퍼트 카길을 돌려세워 그 일을 계속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사랑하는 남자가 불행하고 성취감도 없이 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거다. 그는 나이보다 늙고 지치고 낙담한 모습으로 인생을 대충 살아가게 될 거다. 그럴 때 네 사랑이, 아니면 또다른 여인의 사랑이 그에게 보상이 될 거라고 믿는다면, 분명히 말하지만 넌 감상에 빠진 바보 멍청이야." (155-156쪽)

가끔 난 엄마가 그 누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토니가 그렇게 말했다. 토니의 말이 맞았다. 조앤은 자식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로드니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들을 사랑했지만 알지는 못했다.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201-202쪽)

하지만 레슬리 셔스턴은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고 되는 일도 없는 여자였다. 지친 얼굴, 우스꽝스럽게 한쪽이 일그러지는 미소를 짓던 레슬리 셔스턴. 로드니가 그런 여자를 사랑했다고 -정말 열렬하게 사랑해서 1미터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차 없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싫었다. 애절한 갈망, 이루지 못해 가슴 아픈 욕망. 그 강렬한 열망을 조앤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날 애셀다운에서 둘 사이에는 그런 감정이 오갔고, 조앤은 그것을 느꼈다. 그랬기 때문에 성급히, 그렇게 겸연쩍게 도망치듯 물러났던 것이다. 그녀는 알면서 단 한순간도 인정하지 않았다...... 로드니와 레슬리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왜냐하면 감히 바라볼 수가 없었으니까. (214쪽)

로드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나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없나요? 조앤은 속으로 외쳤다.
내가 그대에게서 떠나 있던 때는 봄이었노라.
그랬다. 조앤은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 봄 이후...... 우리가 처음 만나 사랑한 봄 이후..... 나는 쭉 내가 있던 자리에 있었어 -블란치가 옳았어- 나는 세인트 앤을 떠났을 때 모습 그대로야. 쉬운 삶, 나태한 사고방식, 자기만족, 고통도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두려워했지..... 용기가 없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러고서 다시 생각했다. 로드니에게 가자. 미한하다고 말하면 된다. 용서해달라고...... 그래, 그렇게 말하면 된다...... 용서해줘요. 난 몰랐어요. 난 몰랐을 뿐이에요...... (219쪽)

에이버릴의 결혼실 날 그는 부녀 사이에 생긴 깊은 감정의 골을 의식하며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세 말했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행복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에이버릴은 조용히 대답했다. 그게 에이버릴이었다. 과장이 없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았다. 자기연민에 빠지지도 않았다. 인생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되어 있었고, 타인의 도움 없이 삶을 살아낼 능력이 있었다. 이제 아이들은 내 손을 떠났어. 세 아이 모두. 로드니는 생각했다. (251쪽)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어. 한 번쯤은 말할 수도 있었는데......로드니는 생각햇다. (255쪽)

귀한 게 뭘까? 귀하지 않은 게 뭘까? 추억이란 것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저는 코페르니쿠스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레슬리. 부침 심한 전과자에 주정뱅이었던 남편, 가난, 병, 죽음.
불쌍한 레슬리 셔스텐. 그녀는 서글픈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로드니는 레슬리의 인생이 서글프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환멸과 가난과 병을 헤치고 나아갔다. 가려는 곳이 어디든. 그곳을 향해 쾌활하게 성큼성큼 늪지를 걷고 비탈밭을 지나고 강을 건너며 사이니처럼 나아갔다. 로드니는 지쳤지만 친절한 눈빛으로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밝고 유능하고 분주한, 자신에게 만족하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 여자는 스물여덟 살로부터 하루도 늙지 않은 것 같군.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몹시 애처로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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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윈터슬립의 원작으로 알고 있는 '아내'를 도서관에서 빌렸다. 이렇게 무더운데도 도서관은 딴 세상이었다. 책냄새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도서관으로 출근하리라 다짐했다. 윈터슬립과 오버랩되면서,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에 대한 글이다. 영화에서는 남편의 단단한 아집과 규칙에 금을 내는 아내의 역할은 일부에 불과한데, 소설에서는 아내가 전체를 차지한다. 영화에서는 남편이 정형화된 사고를 스스로 깨우친 것처럼 느꼈는데, 소설에서는 무늬만으로 끝난다. 남편은 아내를 자기 마음대로 규정한 후에 그녀가 어떠하고 어떠하여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난한 소작농을 구제하기 위한 아내의 방법까지 가져가버린다. 성격의 차이로 운운하지만 한 개인이 성장하는데는 여러가지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부모. 환경. 등에서 아내는 남편과 많이 다름을 보인다. 여기에서 자신이 옳고 아내는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로 자꾸만 내몰고 있다. 결국에는 아내가 하는 일을 정당화하는데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모른다.(145쪽)'로 소설은 끝난다......남편과 아내는 가깝기도 하지만 멀리 있다. 예배를 드리면서 눈감고 가만히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을 보았다. 수년동안 그러한 상태로 있다. 이 남자도 '아내'에 나오는 남편과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요즘은 가족과 배우자, 자식에 대해 궁금해지면서 다름과 차이에 대해 찾아본다.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유일하게 암묵적으로 일치하는 게 한 주에 한 번 예배드리는 건데..... 씁쓸하다. 그래도 몸이 있으면 마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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