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이름도 서민이라, 나같은 서민에게는 엄청 친근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나도 써 볼까하는 단무지 같은 생각까지 들게 했다. 맛깔나게 재미도 있지만 영양가도 높다. 읽은 책의 내용에 본인의 경험을 버무려 쓴 글이지만, 특히, 장하석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빵 터졌다. 결국 의외의 사실로 확인된 부분에서는 저자 또한 진짜 서민임을 알게 해 줬다. 진짜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이 된다. '무지와 편견, 오해에서 살아남기 위한(뒤표지의 글)' 독서이고,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9쪽)'이라는 저자의 희망사항이 적어도 나에게는 먹혔다. 책을 읽는다는 건 제대로 알기 위해서다. 지금 이 곳에서 무엇을 정확하게 보아야 하는지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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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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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대신 채팅하면서 손가락 순발력만 기르다 보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망각하지 않겠는다. 물론 비판적 팟캐스트들이 존재하지만, 책을 통한 앎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듣는 팟캐스트는 말초신경 수준에서 소비될 뿐,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한다. (77쪽)

다른 사람에게 범죄를 덮어씌우려면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태어나서부터 갖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부단히 접촉하면서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이다. (105-106쪽)

여기서 알 수 있듯 글을 잘 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저자(안정효)는 말한다.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 이것이 글쓰기의 세가지 원칙이다. 초등학생의 일기 쓰기는 그 3원칙을 몸에 익히는 기회이다." (186쪽)

김대식은 지난 대선 때 현 대통령에게 투표한, 소위 `보수`다. 보수 하면 탈세와 병역 비리, 위장 전입, 색깔론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겠지만, 그래도 보수층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그처럼 제대로 된 보수가 있기 때문이다. "천재들이 과학계를 이끈다는 건 증명이 안 된 신화"라면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해체를 주장하고, 교수가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사직을 안 하는 풍토가 잘못되었다고 통렬히 지적하는 보수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자기 집을 짓자`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235쪽)

소설을 읽는 이유는 간접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은 읽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유쾌한 소설은 우울한 기분을 원래대로 돌려 놓는다. 가끔은 소설을 읽으면서 놀라고 싶을 때도 있다. 일이 안 풀려 답답할 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하고 감탄이 나오는 소설을 읽으면 속이 좀 풀리니 말이다.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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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의 독서모임에서 통찰된 내용의 글을 읽는 내내, 오랜 시간 만나 온 아이들과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그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담실로 점점 더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지고 오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가는 건 분명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증표일 거다. 지금 나의 모습에서 보편적, 일반적이지 않고 상황에 맞지 않은 것은 이전의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 심리적인 불편감과 이루고 싶은 소망, 미해결과제 등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마음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듣고 깊이 다시 들여다 보고 알아 차릴 필요가 있다.  최근에 들은 정신분석 연수에서도 holding, empathing, joining을 강조했다. 누군가를 보듬고 담아주면서 그들의 감정에 일치되어 그들이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할 때 같이 동참하는 거다. 어릴 때는 어른이라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잘 하리라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성숙과 성장이 되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를 보면 예전의 모습, 그대로다. 다만 좀 더 세련되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표현한다고 할까. 어른이지만 내면의 아이가 여전히 징징대고 있다.  저 분은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있을까. 그렇게 하는 그 분이 안타깝지만, 그건 개인의 몫이다. 수없이 아파하고 거듭된 실패에서도 주저않지 않고, 스스로의 불편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수만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주 큰 용기도 필요하다. 나의 감정과 생각과 몸의 기억은 몇 세대 전부터 내려온 거니까... 독서모임이든, 자신의 마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보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타인에게 기울이는 부정적 에너지부터 걷어내어 나에게 관심주기... 타인을 공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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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경험 - 김형경 독서 성장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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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언제나 모든 의식을 자기 내면에 두는 것이다. (33쪽)

평소에 늘 남의 이야기만 하고, 남의 시선만 의식하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던 삶에서 관점을 바꾸어,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기 시작해야 한다. (40쪽)

우리가 감정적으로 격하게 반응할 때 그것이 실로 무의식 혹은 내면 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자신을 돌보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69쪽)

객관적인 상황이 힘든지, 마음 깊은 곳에서 자기 삶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지, 두 가지를 구분할 줄만 알아도 삶이 조금 수월해질 것이다. (101쪽)

우리는 내면을 보지 않기 위해 중독 물질에 매달리고, 내면을 회피하면서 타인과 상황을 탓하고, 내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낸다. (106쪽)

우리가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고통을 통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면에 테메노스가 없기 때문이다. 의식의 공간에 경험을 간직하지 못한 채 바로바로 외부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137쪽)

멜리니 클라인은 시기하는 사람의 심리적 해법으로 "자기가 가진 좋은 점들 알아차리기, 그 좋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기, 시기하는 대상으로부터 배우기"등을 제안한다. (170쪽)

젊은이들이 자립, 자율, 자유를 성취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그들 부모 역할이 지대해 보인다. 자식이 자립하려 하면 배은망덕이라며 뒷덜미 잡는 부모, 자식이 자율성을 연습하려 하면 말 안 듣고 제멋대로 군다고 여기는 부모가 있다. 자식이 자유를 향유하려 하면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느냐며 협박하는 부모도 있다. (180쪽)

유아기에는 부모의 사랑과 격려,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아이의 주체성을 기른다. 사춘기에 심리적으로 부모를 떠나면서 반항할 때도 부모의 보복하지 않는 인내가 자녀의 주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청년기에 애착 대상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도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용기를 지지해줄 때 그 경험에서 배우며 강한 자아를 만들어간다. 중년기 초입에 들어서면 주체적 삶을 위해 또 한 번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사회에서 스승이나 어른으로 모셨던 권력자와 헤어지면서 스스로 진정한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선택과 결과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참자기, 주체적 삶, 자기 삶의 주인 되기 등의 언어로 표현되는 삶의 내용들이다. (215쪽)

심리학이 식민지 지배자들의 학문이어서 그런지, 식민지 피지배 경험이 공동체 구성원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글은 본 적이 없다. 국내 학자 누군가 그 분야를 연구해서 책으로 써줬으면 소망하기도 했다. 그런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 된 듯한 모멸과 피해의 경험을 의식화하고, 그 감정들을 인정한 다음, 건강하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누가 어디를 참배한다고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의 행동을 냉철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우리가 더욱 강한 나라가 되는 쪽으로 마음을 모아, 다시는 그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혜와 힘을 쌓으면 그만이다. (250쪽)

다만 그 과정에서 젊은이들이 한 가지만 기억해주었으면 싶다. 기성세대들은 여러분이 상상해본 적이 없는 가난과 전쟁과 폭력의 기억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라는 것을.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 문제가 당사자의 마음속에 현재처럼 생생하게 경험되고 있다는 것을. 자기 마음에 대해서조차 무지했던 이유는 고통스러운 내면을 차마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서 그랬다는 것을. 그들의 사과가 빈말처럼 들릴 때는 그들이 미안하다는 말조차 당당하게 하지 못 할 정도로 마음이 약하다는 사실을. 황무지를 개간하듯 이 나라를 이끌어온 그들의 추진력이 비록 불안과 강박증이엇다고 해도, 그들에게도 틀림없이 배울 만한 지혜가 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이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싶다. 그들이 젊은이들에게 주지 못한 배려, 관용, 안전한 환경 등을 그들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경험한 것만을 내면화시켜 자신의 일부로 만들 수 있으며, 내면에 있는 자질만을 타인에게 건네줄 수 있다는 것을.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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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쓴 이야기라고, 리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지만 진짜같은 이야기다. 거짓에도 진실이 스며 있을 수 있고, 사실에도 진실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진실 같은 것(219쪽)'이 분명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그래서 진실로 읽혀지는, 하루키의 소설이다. 주인공들이 심심할 때는 꼭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누군가를 관찰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부분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특히, 인물들이 책을 펼칠 때는 일본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으로 착각하는 일까지. 현실 속에서도 일본사람들은 책을 늘 읽고 있고 읽으려 한다까지....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흘러갈 데를 찾지 못한 채 내 안에 쌓여 있다. 그것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밤에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쌓여만 간다. 이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떠안는 고충이다.(12쪽)' 타인의 이야기를 주로 들어주는 나는 어떤가. 분명 풀어낼 통로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글로써 누군가는 수다로써 아님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에도 조용한 벙어리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건 친절하게 귀를 기울이고, 때론 동정하고 때론 함께 기뻐한다. 사람들은 끌려들듯 그의 주변에 모여들어 이런저런 고백을 하고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마지막에 청년은 목숨을 끊는다.(12쪽)' 타인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기도 하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이야기는 나의 몫이 된다. 이야기의 부피에 따라 들어 줄 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루키에게 말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그의 소설의 일부가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하루키는 이 소설의 이야기가 사실이기 때문에 독자에게는 부자연스럽고 인내가 필요할 지 모른다고 한다. 소설로 읽는다면 쉽게 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순전히 읽는 독자에게 사실로 읽든, 소설로 읽든 맡겨 놓았다. 하루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줬을 뿐이다. 그 다음의 몫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읽고 싶은 꼭지를 펼쳐서 읽으면 된다. 읽는 순간 불편함이 올라 온다. 진짜로 사실일까. '레더호젠'과 '야구장'이 제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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